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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마음 한켠에 답답함이 남는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by kangdante 2009.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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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있었던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화성 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살인의 추억>이나, 이형호군 유괴살인사건을 다룬 <그놈 목소리>, 그리고「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지강헌 일당의 인질극을 다룬 <홀리데이> 등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들 영화는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소재로 하였다고는 하나, 영화적 재미를 위하여 픽션을 가미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이태원의 한 햄버거가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던 남자 대학생이 한명의 구경꾼이 보는 앞에서 살인자에 의하여 칼로 난도질당하며 무참히 살해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 영화 역시 종전의 영화들처럼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 영화이기는 하지만, 앞서 말한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 특이하다 할 수 있다

즉, 그 동안의 영화들이 실화를 소재로 하였지만 픽션이 가미된 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픽션을 가능한 한 배제하고 제3자적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건내용에 충실하려 하였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아직도 살인범이 누구인지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종결된 사건인지라, 후련한 결말을 기대하는 관중입장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묘사가 다소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홍기선 감독은 이 점을 노린 것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재미교포와 한국계 미국인 10대 청소년 용의자 두 사람은 재미삼아 그를 죽였다고 하며, 그들은 상대방이 칼로 찌르는 것을 보았지만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완강하게 살인혐의를 부인한다..

“나는 안 죽였어요.. 근데 저 놈이 죽이는걸 보았어요.”

둘 중의 하나가 범인인 것이 확실한 상태에서, 박 검사(정진영)는 미군범죄수사대 CID에서 지목한 한국계 미국인 피어슨(장근석)을 무시하고 재미교포 알렉스(신승환)를 범인으로 기소하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알렉스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되고 증거인멸 및 흉기 소지죄로 구속된 피어슨은 8.15 특사로 석방된다.

관객이 답답해하는 것은 그들 중 한사람은 분명 범인이지만 법은 이들을 단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길 수는 없지만 지지는 않게 해드리겠습니다.” 는 알렉스 변호인의 말이 이 영화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이 영화의 볼거리는 대부분의 범죄 스럴러 영화에서 보여주는 반전(反轉)이라는 카드를 과감히 무시하고, 마지막까지도 범인의 실체를 관객의 상상에 맡긴 채 끝난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는 복잡한 복선(伏線)과 과도한 시간이동으로 영화의 본질을 자칫 놓치기 쉬운 누(累)를 범하기도 하는데,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재판과정과 뻔히 보이는 살인자를 앞에 두고 용의자들과 검사가 벌이는 심리전은 묘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여유만만하게 게임을 즐기는 듯한 표정으로 시종일관하는 피어슨(장근석)의 표정에서 이 영화의 핵심을 읽을 수 있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며, 한편으론 인간의 잔인함을 엿보는 것 같아 섬뜩하기까지 하다.

한편의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때로는 지대하다 하겠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은 법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한 영화이기도 하다.
 때문에 제3자적 입장에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무언가 사회에 메시지를 던져 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햄버거 가게를 다시 찾은 박검사가 본 살해자(송중기)의 잔혹한 모습에서 감독의 의중을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하였지만, 끝내 아쉬움으로 남은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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