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용서와 사랑에 관한 가슴 저미는 영화, 밀양(密陽)

kangdante 2023. 11. 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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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밀양(密陽)’은 참을 수 없는 아픔이 극()에 달하게 되면 인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를 보여 주는 용서와 사랑에 관한 가슴 저미는 영화인 것 같다. 

겉으로는 저 행복해요라고 웃고 있지만 가슴속으로부터 저며 오는 아픔 때문에 자신의 감정조차 주체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청준의 소설 벌레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였다는 영화 밀양(密陽)’2시간 22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에도 조금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영화 내내 액티브(active)한 장면도 없고 감동적인 장면은 더더욱 없지만, 영화는 그냥 묵묵히 일상적이지만 행복해 보이지 않는 신애(전도연)의 하루하루를 쫓아갈 뿐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으로, 영화 밀양(密陽)’은 또한 보아도보아도 안타깝기만 하는 사랑은 과연 어떤 사랑일까를 보여주기도 한다. 주저앉아 울고 있는 그녀에게 다가서지도 못한 채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만 보는 종찬(송강호)의 안타까운 시선처럼, 그녀는 속물이라 했지만 이 영화 속의 사랑은 한마디로 바보 같고 순수하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그녀 뒤로 살며시 다가가 머리카락 냄새를 맡아 보는 것만으로 행복해 하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영화 내내 그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가까이 다가서지도 못한 채 그냥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종찬을 보면서 사랑을 하면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하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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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경남의 작은 도시 밀양(密陽)은 신애(전도연)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아니 바람피우다 교통사고로 죽은 남편의 고향으로, 그녀의 아들 준(선정엽)과 함께 아무도 모르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고 이사 오게 된다. 

밀양시내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그녀는 자동차 고장으로 인해 카센터 종찬(송강호)의 도움을 받게 된다. 

밀양이 어떤 곳이에요? 한문으로 하면 비밀 밀() 햇볕 양(), 비밀스런 햇볕이네요

뜻보고 삽니꺼? 그냥 사는거지 예 

남편으로부터 배신당한 그녀가 피난처일수도 있는 새로운 생활처로 찾아든 곳이 공교롭게도 남편의 고향 밀양이라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그건 아마도 남편을 용서하고 새로운 각오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한 번의 배신은 또 다른 배신을 잉태하기도 한다. 신애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찾아든 남편의 고향은 그녀에겐 목숨보다 귀한 아들의 유괴와 죽음이라는 배신을 또다시 그녀에게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면, 이래도 살겠어요?”

 

사진출처 : Daum영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숨이 막히자, 신애는 약사 김집사(김미향)의 도움으로 신앙의 힘으로 아픔을 이겨내려 하고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차츰 마음의 평안을 얻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신애는 유괴범인 이웃집 원장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교도소로 면회를 갔지만 그녀를 향한 세상의 배신만을 또 다시 느끼게 된다. 

교도소 면회장에서 자신보다 더 안정되어 있는 범인의 모습을 보는 순간 의아해 한 것도 잠시,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이미 구원을 받았으므로 자신의 용서는 이제 필요 없다는 사실에 그녀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 것이다. 

내가 용서를 안했는데, 어떻게 하느님이 먼저 그를 용서할 수가 있지?”

난 이토록 괴로운데 그 인간은 어떻게 하느님의 용서를 받아 그토록 평온할 수가 있지?”

 

사진출처 : Daum영화

 

하나님을 원망하며 신애는 부흥회가 열리고 있는 목사의 설교장에서 거짓말이야라는 노래를 틀어 놓기도 하고, 그녀에게 신앙을 알게 해준 김집사의 남편 강장로(오만석)을 유혹해 보기도 하지만 그마져 모두 실패하고 만다. 하나님으로부터도 배반당한 그녀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고 만다. 

영화 밀양은 장관직에서 물러나 영화계로 다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그는 역시 정치인보다는 영화감독이 제격이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정치에만 입문하면 이상한 사람들이 되어버리는 우리나라 정치의 현실을 볼 때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이 영화는 또한 접속너는 내 운명인어공주 등에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었던 전도연과 살인의 추억괴물우아한 세계 등 한국영화의 대들보인 송강호가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멜로 영화에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새로운 기대를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사족(蛇足)

이 영화의 영어제목을 왜 밀양이 아닌 ‘Secret Sunshine’으로 하였을까? 도시 이름이 아닌 밀양(密陽)의 한문 뜻을 그대로 번역한 콩글리시일까? 아니면, 영화에 담겨져 있는 종교적 의미를 굳이 도시 밀양(密陽)을 빌려왔기 때문일까? 

지난 칸 영화제에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을 계기로 밀양을 세계적 도시로 홍보할 계기가 되었다며 밀양 시민들은 좋아할 수도 있었겠지만, 정작 영어로 된 영화제목이 ‘Secret Sunshine’였으며, 칸 영화제 시상식 아나운서 멘트도 밀양의 전도연이 아니라 ‘Secret Sunshine의 전도연이었다는 사실을 알기는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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