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애잔하고 가슴시린 사랑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kangdante 2023. 12. 3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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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형을 외면할 수 없어 결혼을 선 듯 못하는 남자와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아야하는 현실로 인해 사랑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여자가 어느 날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사랑하면서도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한 채 사랑을 포기해야 하는 아픔을 그린 영화이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영화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는 달리 김지수와 한석규의 따뜻하고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는 아니며, 사랑은 하지만 사랑과는 관계없이 가족이나 주변여건으로 인해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망설여야 하는 현실적 고뇌를 그리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 막고 있는 답답한 현실의 가족문제에서 벗어나 도망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이를 용납하지 않기에 갈등하며 가슴앓이 해야 하는 연인들의 답답한 사랑 이야기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혹자는 흔히 진정한 사랑이란 상대방의 상처나 아픔, 그리고 그가 지니고 있는 모든 단점이나 모자람까지도 모두 감싸며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사랑이 둘만 좋다고 되는거야?” 는 이들의 항변처럼 사랑은 꿈이지만 결혼은 현실이며 교과서처럼 사랑이 쉬운 것도 아니다. 더군다나 그들의 주변환경이 결혼생활에 평생 짐이 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영화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에서 약사 심인구(한석규)는 마흔을 바라보는 형(이한위)이 정신지체 장애로 인해 가족의 돌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결혼이 부담스럽고 그로인해 결혼을 약속했던 여인과도 헤어진다. 

이혜란(김지수)은 동대문시장에서 짝퉁 옷 장사를 하는 디자이너지만, 아버지가 물려준 빚 5억원을 갚아야 하는 형편 때문에 빚 독촉으로 시작되는 하루하루를 억척스럽게 살아가며 사랑이나 결혼을 꿈꾼다는 것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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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러던 어느 날, 이들에게도 가끔은 웃을 수 있는 사랑이 찾아오고 이처럼 어렵게 다가온 사랑이건만 애써 또 외면해야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주어진 현실의 짐이 얼마나 버겁고 안타까운지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들 두 사람 자신만을 놓고 보면 결혼조건에 전혀 문제가 없고 손색도 없는 약사와 의상 디자이너이지만, 이들이 현실에 얼마나 답답해하는지는 영화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그동안 소식조차 없던 옛 애인이 곧 결혼한다며 찾아와서는 마지막 밤을 인구와 보내고 싶다하자 찾아든 허름한 여관에서 옷을 벗던 여자의 상의가 브래지어 끈에 걸려 우스꽝스럽고 답답한 모습을 보이자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쓸쓸히 여관을 빠져 나오는 장면에서라든지, 혜란 역시 빚에 쪼들린 현실이 너무 싫어 임신부터 하고 결혼을 선언하는 동생(김지현)에게 단호한 어조로 애를 지우라고 한다든지, 또 짝퉁을 만들어 판다는 사실을 경찰에 신고한 옆집 옷 가게 주인과 체면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는 장면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들의 현실이 이렇기 때문에 이들에게서 무슨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일 것이며 때문에, 이들의 사랑은 영화 전편을 통해 로맨틱한 사랑이 아닌 우울한 사랑이고 지켜보는 사람조차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과연 이 영화의 결말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가 궁금하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영화처럼 형은 교통사고로 죽고 여자의 빚은 그동안 모아 두었던 결혼자금으로 일부 갚고 또 앞으로 둘이서 살면서 갚아가는 쪽을 택한다면 너무 싱겁고 상투적이므로 재미없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심인구 역시 당신을 만나고, 형이 없어지길 바랬습니다.” 며 내심은 형이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는 것도 같고, 우리네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어쩌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는 상상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러나, 이것도 반전인지는 모르겠지만 교통사고를 당하는 대상이 느닷없이 어머니(정혜선)가 되고 이제 정말 빼도 박도 못하고 자신이 형을 돌봐주어야 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들의 고민은 어쩌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어차피 심인구 혼자 살아도 형은 돌봐 주어야 하고 또 빚을 갚아도 이혜란이 갚아야 하는 것이라면 결혼해 둘이서 형을 돌봐주면 되고, 둘이서 빚을 갚으면 더 빨리 갚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인구가 직업이 없다든지 아니면 박봉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이라면 몰라도 규모는 작지만 약국을 가지고 있는 약사이고, 이혜란 또한 비록 짝퉁만 디자인하지만 의상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5억이라는 돈이 크다면 크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작은 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더더군다나 형 인섭은 육체적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70년대에 유행했던 그룹 활주로앨범을 항상 귀에 꽂고 다닐 만큼 음악을 좋아하고 성격 또한 어린아이처럼 순수하고 맑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정말 두 사람이 믿음으로 사랑한다면 서로의 아픈 현실은 오히려 서로에게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없는 듯하며 그 판단은 관객이 몫이다. 자꾸 꼬이기만 하는 사랑을 떨치기 위해 형이 그토록 오르고 싶어 했던 산 정상에 함께 올라 심인구가 내뱉는 에이, ×팔 좋다!!~” 라는 자조적 말에서 알 수 있다. 

다만, 로맨틱 없이 현실에 안주하려는 사랑이 얼마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지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래서 연애는 계산을 앞세우는 현실보다는 꿈을 꿀 수 있는 환상이어야 달콤하고 상큼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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