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영화, 예의없는 것들

kangdante 2024. 3. 23.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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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이름조차 없이 상처받고 소외된 사람들이 엿 같은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이며, 그리고 그들이 소망하는 작은 행복이란 과연 무엇인지를 느끼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예의없는 것들에서 특이한 점은 그들에겐 이름조차 사치스러운 장식일 뿐이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이름이 없다. 

파리 잡는 살충제 에프 킬라처럼 그냥 세상의 쓰레기만 골라 처치한다고 해서 이름이 킬라(신하균)’이고, 발레선수였다가 무릎 부상으로 춤을 접을 수밖에 없자 춤추고 싶어도 공간이 없어 춤을 추지 못하는 사람들의 춤추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킬러가 된 발레(김민준)’, 그리고 어릴 적 고아원에서 혀가 짧아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던 킬라를 도와준 그녀(윤지혜)’ 등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사진출처 : Daum

 

혀가 짧아 친구들로부터 항상 놀림을 받으며 살아온 어린 시절 킬라(신하균)은 친구들의 놀림을 받을 때마다 그나마 그를 보호해 주던 그녀(윤지혜)마저 입양으로 그의 곁을 떠나자 더욱 더 말을 잃게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말없이 살아가던 어느 날, 돌팔이 의사로부터 일억 원만 있으면 혀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삶의 희망을 갖게 된다. 

배운 것 없고 가진 것 없는 그이지만 투우처럼 폼 나게 살고 싶다며 칼 다루는 법을 익힌 덕에 칼솜씨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대단한 경지에 이르게 되자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청부 킬러로 거듭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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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

 

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겉모습으로만 들여다보면 영락없이 액션영화이다. 광고 포스터에도 시커먼 가죽옷에 선글라스를 끼고 누군가를 향해 권총을 겨누고 있는 킬러의 모습만 보아도 역시 그렇다. 

그러나 영화 속으로 한발자국 더 빠져 들어가 보면 액션영화이면서 가슴 저린 슬픈 사랑이야기가 있고, 세상에 정말 이런 기막힌 일도 있구나 하며 세상이 정말 엿 같다는 이야기도 있다. 

때문에, 관객들은 오히려 초등학생 수준의 순수함을 간직한 킬라의 내면과 그의 속마음을 가감(加減)없이 낱낱이 읽을 수가 있고, 또 그의 침묵 속에 내재된 상처를 가벼운 웃음으로 다가갈 수 있지만 문득문득 킬라가 전달하는 웃음이 그저 가벼운 웃음이 아니라 내면에 참고 있는 슬픔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사진출처 : Daum

 

또 세상의 잣대를 자신의 기준으로만 정해놓고 살인도 불사하는 이기적인 면도 있고, 행복한 삶이라는 것이 어떤 공식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블랙 코미디 같은 황당한 삶을 이야기하는 내용도 있다.. 

그래서 영화 예의없는 것들은 여러모로 특이하고 또 한층 더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이 세상의 쓰레기란 어떤 공식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관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어느 노름꾼 남편이 노점상 아낙이 겨우겨우 번 돈을 온갖 욕설과 폭력으로 빼앗아가자 그를 뒤쫓아가 죽이고 나서 처음으로 의뢰받지 않고도 예의없는 쓰레기 같은 인간을 죽였다고 흐믓해 하지만, 다음날 그 아낙이 그래도 그런 남편이 죽자 살아갈 희망이 없다면 자살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하는 그를 보면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끼게 한다.

 

사진출처 : Daum

 

이 사회에서 예의없는 것들은 모두 제거되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관객을 향해 동조를 구했지만, 사회에서는 쓰레기일망정 정작 개개인에게는 소중한 존재일 수도 있다며 관객의 허를 찌르며 뜨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세상에 대한 그 어떤 고정관념도 없고 탐욕과 애욕도 없는 그 어린 시절 사랑이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순수한 사랑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표현하는 지고지순(至高至純)순수한 사랑을 보면 대체로 10세 전후 어린 시절의 사랑을 곧잘 인용하기도 한다. 

이 영화 역시 10세 전후하여 어린 시절의 킬라가 혀가 짧아 말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 때마다 그녀가 구세주처럼 나타나 도와주기 때문에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혀 수술을 결심하게 되고, 그 수술비가 1억 원이라는 돌팔이 의사 말만 믿고 1억을 벌기 위해 킬러가 된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 킬라가 직접하는 대사는 마지막 죽어가면서 하는 ....!!” 한마디뿐이며, 처음부터 끝까지 내레이션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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