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애환과 희생을 그린 재난 영화, 소방관
영화 ‘소방관’은 화재진압에 따른 소방장비 등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역경을 딛고 화재진압과 요구조자의 전원구조 라는 신념하에 고군분투하는 소방관의 용기와 희생을 그린 재난 영화라 할 수 있다.
대형 건물의 화재와 화마(火魔)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는 영화는 많다. 영화 ‘소방관’이 소방관의 애환과 희생에 주제를 맞춘 영화라면, 초고층 빌딩에서의 화재에 맞서 싸우는 설경구와 손예진 주연의 ‘타워’는 대형 건물의 화재라는 볼거리와 함께 가족애가 돋보이는 영화라 할 수 있으며, 소방관의 애환과 함께 로맨스를 곁들인 영화로는 고수와 한효주 주연의 ‘반창고’ 등을 생각할 수 있다.
영화 ‘소방관’은 팬티 차림의 벌거벗은 남자가 아파트에서 석유를 쏟으며 자해 시위를 벌이는 장면과 함께 소방대원들이 아파트로 침투하여 그 남자를 신속하게 제압하는 활약상으로부터 시작된다.
한편, 서부소방서 신입소방관으로 발령받은 최철웅(주원)은 전입신고를 하자마자 화재현장으로 출동하게 되며, 구조 도중 환자를 보고 당황해 하는 실수를 범하게 되자 선배로부터 훈계를 받게 되는 등 이런저런 사건 속에서 화재현장을 경험하고 익히게 된다.
어느 날, 빌라에 대형화재가 발생하여 긴급출동을 하였지만 화재현장으로 가는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들이 즐비하여 화재현장까지 접근하지 못하고 뛰어서 현장으로 달려가게 된다.
칠흑 같은 어둠과 거대한 화마에 휩싸인 화재현장에서 건물 안에 남아있는 요구조자들을 수색하기 시작하고, 한편으로는 화재 발화점을 발견하고 진화를 시작하지만 건물에 개별 LPG 사용이 많다는 것을 알고 지휘부에서는 걱정하기 시작한다.
한편에서는 요구조자 여자를 발견하고 아기가 안에 있다는 말에 아이를 찾아 나서고, 개별 LPG가 많아 폭발위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수색대원의 전원 철수를 명령했지만 결국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최철웅과 안효종(오대환)은 현장에서 쓰러진다.
또한, 아이는 구출하였지만 일부 대원은 퇴로가 막혀 밑으로는 내려가지는 못하고 위로 사다리를 올려 달라고 하지만, 신용태(김민재)는 아기를 정진섭(곽도원)에게 건네주고 불길 속에 갇히자 건물 철근을 붙잡고 버텼으나 철근이 부러지면서 신용태는 끝내 추락하여 사망하고 만다.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가스폭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최철웅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고, 소방대원들은 국회의원과 소방대원의 대화 행사에서 방수복 같은 소방복을 방화복으로 교체하고 불법주차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건의한다.
어느 날 최철웅은 정진섭에게 구조대를 떠나기 위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하자, 정진섭은 군대와 소방이 다른 점은 군대는 훈련이지만 소방은 매일 매일이 실전이라며 구조대를 떠날 생각을 말라고 조언한다.
최철웅은 이후, 꿈에 죽은 신용태가 나타나는 악몽을 꾸고 불길함을 느끼는 등 LPG 폭발 화재사건 이후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받게 된다. 최철웅은 승진시험을 보게 되지만 정진섭에게 답안지를 끝내 제출하지 않았다고 이야기 하고 앞으로 요구조자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좋은 소방관이 되겠다고 맹세한다.
한편, 순자(허진)의 아들 경호(홍상표)는 어머니의 상가가 주택화재보험에 가입된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노리고 고의로 홍제동 상가에 방화를 하게 되며, 퇴직을 앞둔 정진섭을 비롯해 서부소방서 소방대원들은 총출동하게 된다.
골목길 불법주차에 소방차 진입이 막히자 최철웅은 불법 주차 차량들을 그대로 밀고 현장으로 진입하고 1차 요구조자의 구조직업을 완료한 이후에 순자는 자기 아들 경호가 아직 안에 있다며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요구조자 구조는 완료하였으니 화재진압에만 몰두하자는 지시에도 정진섭은 끝내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요구조자를 찾아 2차 수색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건물은 이미 온통 화마로 가득한 상태가 된다. 그만 철수하라는 지시에도 수색작업은 계속되고 결국 균열을 견디지 못한 건물은 붕괴되기 시작하고 일부 대원은 구조되기도 하였지만 정진섭은 끝내 사망하고 만다.
확실한 생존자가 있는 것을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화마로 건물이 붕괴직전임에도 무모하게 요구조자를 계속 수색한다는 것이 영화 속 콘셉트나 감동을 위한 연출인 것도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언제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교훈이 생각난다.
또한, 사후 약방문 같지만 홍제동 화재를 계기로 소방장비의 현대화와 소방지휘체계가 개선되었다는 점은 다행스럽다는 생각에 앞서 아이러니하기도 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사고가 많았지만, 대형 사고로 인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어서야 그동안 꼼짝도 않던 사회문제들이 여론에 밀려 일거에 개선되고 해결되는 경우를 여러 차례 보아왔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옳고 그름을 떠나 확증편향(確證偏向)에 의해 결정되고 반대되는 사례를 너무도 많이 보아 왔으며, 이에 따라 정치적 문제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우리나라 입법부는 국민투표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위헌 결정을 내린지가 10여년이 되어도 개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직무유기를 10년째 하고 있으며, 작금의 뉴스를 보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헌법재판관 6년 임기를 법률로 연장하는 헌법재판관 임기 자동 연장법을 국회에서 다수당 단독으로 통과시켰다는 뉴스를 보면서, 다수당의 횡포를 넘어 헌법위에 군림하는 입법독재를 보는 것 같아 씁쓰름함을 금할 수 없다.
또한,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은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며, 국회 다수당의 입법독재를 막고 국회의 타협과 협상을 통해 재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이를 마치 행정권의 남용으로 치부하면서 다수당의 입법독재를 밥 먹듯 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겠다.
한편으로, 대통령 파면이라는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 대통령의 비상계엄 또한 정치적으로 해결하여야 할 문제임에도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정치적 해결을 무시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와 요건을 필요로 하는 비상계엄을 선택한 것도 정치력이 부족한 미숙한 정치인의 그릇된 선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현재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입법ㆍ사법은 물론 언론마저도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에서, 마지막 행정권마저도 이들 정치세력에게 넘어간다면 제어할 수 없는 국가권력을 국민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개인이나 국가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비싼 수업료가 아닌 개인이나 국가가 회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그 불행은 오롯이 잘못 선택한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사족(蛇足)
방화장갑을 반장이 사비로 구입하는 장면을 보면서 부하를 아끼고 사랑하는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설정인지, 아니면 이 영화가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라 하여 실제 그런 상황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화재진압에 필수 장비라 할 수 있는 방화장갑을 소방관이 사비로 구입하여 대원들에게 선물했다는 것은 웬지 서글프고 씁쓰름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