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앵커(Anchor)’는 과거 전도유망(前途有望)하였던 여자 아나운서가 어느 날 미혼모에 되어 방송에서 강제 하차하게 되자 딸에 대한 애증(愛憎)과 집착, 그리고 성장한 딸이 앵커가 되었지만 딸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딸 또한 심각한 병적 증상을 보이는 등 모녀간에 벌어지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다
미혼모가 된 엄마와 관련된 영화라든지 최면술에 의한 정신병 치료 등을 소재로 한 영화들은 이것저것 여럿 생각나기도 하지만, 영화 ‘앵커‘에서처럼 장래가 촉망되는 커리어 우먼이 예상치 못한 미혼모가 되면서 모든 것을 잃게 되고 결국에는 그 딸에게 애증(愛憎)과 함께 병적으로 집착하는 소재의 영화는 특히 흔치 않은 것 같다.

주룩주룩 비가 내리는 날, 어린 시절의 세라는 딸깍거리는 문소리와 함께 점점 그녀에게로 다가오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는 장면으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이런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유가 어린 시절부터 세라는 엄마의 통제와 간섭을 받으며 자랐고 세라는 이를 두려움으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YBC의 대표 앵커인 정세라(천우희)는 뉴스시간 방송시작 5분을 남기고 대기실에서 준비하고 있을 즈음, 자신이 살해될 것 같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윤미소(박세현)의 제보전화를 받고 당황하게 된다. 세라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하니 자신의 죽음이 정세라 앵커의 목소리를 통해 보도되면 너무 기쁠 것 같다며 직접 와달라며 부탁한다. 장난전화 하지 말라고 전화를 끊으려 하자 자신이 딸을 죽였다고 말한 뒤 전화는 끊긴다.
9시 뉴스가 시작되고 원고를 읽던 세라는 프롬프터 글씨가 흔들리게 보이자 멈칫하기도 하고, 장난전화로 치부하기에는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어 뉴스를 마친 세라는 여러모로 심란해 하며 조금 전 전화가 온 곳으로 다시 전화를 해보지만 받지를 않는다.

집에 돌아온 세라는 엄마 이소정(이혜영)으로부터 방송 중 실수를 했다고 핀잔을 듣게 되고, 소정은 세라에게 앵무새가 아닌 참 앵커가 되라고 조언하지만 세라는 여전히 제보전화에 대해 찜찜한 마음뿐이다.
비오는 밤, 세라는 제보전화의 주소지를 찾아가 문을 노크해 보지만 반응이 없자 문을 열고 들어간다. 방은 어수선하고 바닥에 물이 홍건이 젖은 상태에서 욕조에는 아이가 그리고 옷장에는 엄마 윤미소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곧이어 경찰이 출동하고 모녀살인사건으로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세라 역시 사건취재를 하게 되면서 방송 전 세라와 통화하였던 제보내용을 방송으로 공개했지만, 경찰에서는 모녀살인사건에 대해 타살이 아니라 자살로 결론을 내리고 발표한다.
경찰의 자살발표와는 달리, 방송국 방송편성회의에서 세라는 모녀살인사건에 대해 동반자살이라는 관점으로 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하며 동반자살이 아닌 악의의 살인자라고 말하며 취재를 해보겠다고 하자, 보도국장은 세라가 단독으로 사건에 대한 취재를 하는 것으로 결론 낸다.

그날 이후, 세라는 눈앞에 죽은 미소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기 시작하자, 사건현장 집으로 다시 찾아 간 세라는 그곳에서 방안의 이곳저곳을 뒤적거리는 미소의 주치의였던 정신과 의사 최인호(신하균)를 만나게 된다. 세라는 인호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지만 대꾸도 안하고 떠나버리자 인호에 대한 의심이 깊어간다.
그 후 인호를 다시 찾아간 세라는 미소가 해리성 인격장애 조현병 환자였으며 최면치료를 받다가 딸을 죽였다는 사실을 말하는 등 약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를 즈음 10년 전에 죽은 환자에 대해 물어볼 때 순간 혼란에 빠지는 세라를 본 인호는 세라에게 안정제 처방을 해 주겠다고 권유한다.
한편, 세라는 방송 중 출연자에게서 또 다시 환각 현상을 보게 되고, 목 졸림을 당하는 환상에 헛소리 까지 하며 피를 흘린다. 화장실에서 흘린 피를 씻다가 또 다시 피가 솟구치는 환상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세라는 미소의 죽음에 대한 의문점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정신적 심리상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면서 인호의 최면치료를 받게 되고, 최면과정에서 엄마 소정과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을 서서히 알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옛날의 다자녀 가족이었던 것과는 달리, 요즘은 1~2명의 자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자식의 성공에 대한 부모의 간섭과 집착이 도를 넘는 것도 같다. 특히 자식 때문에 자신의 인생 모두를 잃게 된 미혼모에게는 더욱 더 딸에게 자신이 못 이룬 성공을 이루게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자식에게 혹독하리만큼 집착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엄마가 자식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게 된 상황을 평소 좋아하는 앵커가 보도해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상관관계도 별로 없이 보이는 두 사람을 연계시키는 것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쩌면 영화의 반전을 암시하기 위한 실마리였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미혼모가 된 엄마 수정은 상실감을 견디지 못하고 딸 세라와 함께 동반자살을 하려고 했으나 결국 엄마 수정만 죽고 세라는 미수에 그침으로서 혼자만 살아남은 것이며, 엄마가 자살한 이후 세라의 마음속에는 엄마의 역할이 남게 된 것이었다. ‘그냥 내 인생에서 사라져 줘’, ‘너만 없었으면, 너만..’하는 엄마의 애증이 그동안 세라의 목을 옥죄는 악몽에 시달리게 했다는 것이다.
영화 종반부에 엄마 이수정이 손목을 유리조각으로 긋자 세라 역시 손목에서 피가 흐르게 되는데 이것은 손목을 그은 사람이 다름 아닌 세라 자신이었던 것이며, 한편 세라의 경쟁자였던 서승아(박지현)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 또한 엄마로 표현되고 있지만 결국 자신 속에 숨겨져 있던 엄마의 모습으로 자신이 살인을 저지른 것에서도 그동안의 엄마의 지나친 집착들이 엄마가 아닌 자신의 모습이었던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사족(蛇足)
흔히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이라는 정신질환을 주장하면서 형량 감경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경쟁자를 살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면 정신질환자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치부하기에는 뒤끝이 개운치가 않아 보이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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