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 되었던 만화나 영화가 되었던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그 상상만으로도 호기심과 함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거리라 할 수 있겠다.
그것은 아마도, 현실로부터의 탈출이라는 해방감과 함께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이라는 달콤한 상상을 마음껏 꿈꿀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간여행에 관한 대표적인 영화라면, 타임머신을 만들어 과거와 미래를 오가던 1985년 이래 3편의 영화를 선보인 <백투더퓨쳐 Back to the Future>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시간여행은 아니지만 원하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든 순식간에 공간이동을 할 수 있는 점퍼(Jumper)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점퍼>를 비롯하여, 아예 시간을 거꾸로 살아가는 사람의 가슴아픈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을 들 수 있겠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영화 <시간여행자의 아내>는 전세계 5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드리 니페네거(Audrey Niffenegger)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앞에 설명한 영화들의 내용을 적당히 섞어 ‘기다릴게.. 당신이 올 때까지..’ 라는 대사처럼, 운명적 사랑이란 시간여행에서 언제 돌아올 모르는 기다림 속에 다가온다는 주제로, 여성의 감성을 사로잡으며 애절하고 가슴시리지만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그린 영화라 할 수 있겠다.
또한, 앞에 소개한 영화들과 굳이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영화의 시간여행자는 중요한 사람이 있는 장소에는 비교적 자주 갈 수 있다고는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여행을 하게 된다는 점이라든지, <백투더퓨쳐>에서처럼 지나간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운명을 스스로는 바꿀 수 없다는 점을 통해, 시간이동 자체가 환상적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시간이동에 따른 고통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이것은 또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초능력이라기보다는 유전병으로 설명되고 있다는 점에서나, 시간이동을 할 때는 한순간 정신을 잃기도 하며, 눈 떠보면 벌거벗은 채 어딘가에 던져져 언제나 쫓기는 신세가 된다는 점에서도 시간여행이 단순히 낭만적이거나 즐거운 것이 아니라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간여행자의 고통을 이야기하면서도 <시간여행자의 아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시간여행자의 고통이나 아픔에 영화의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사랑하는 시간여행자를 기다리는 아내의 기다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자칫하면 이 영화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동을 하여야 하는 시간이동자의 고통스럽고 침울한 내용이 될 수 있겠지만, 시간여행으로 일어날 수 있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장면들을 자주 보여줌으로써, 영화가 전반적으로 어둡다기보다는 아름답고 로맨틱한 내용으로 다가온다는 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겠다..
가령, 시간여행을 통해 소녀시절의 부인과 만나 대화를 나누게 된다든지, 부부싸움으로 속상해 하는 부인에게 과거의 모습으로 나타나 따뜻하게 감싸주며 위로해주는 장면 등은 현실세계에서는 감히 꿈꿀 수 없는 상상이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이 영화는 특히, 로맨틱 영화답지 않은 치밀한 구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총에 맞아 죽어가는 모습을 먼저 보여줌으로써 죽음을 예고한다든지, 유전병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엄마가 시간이동을 하지 않은 이유가 운전중에도 노래를 즐겨부르는 엄마을 보여주고난 후에 미래에서 만난 딸을 통해 노래를 부르면 시간이동을 제어 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아는 것 등이 그렇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동이 유전병이라고는 하지만 임신 중인 태아까지 시간이동을 한다는 설정이라든지, 현재의 시점을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를 시간여행하면서 한 시기에 두 명의 시간이동자가 동시에 나타나게 하는 설정 등은 관객을 혼란에 빠트리게 한다는 점에서 옥의 티라면 티가 아닐까 한다.
다른 시점으로 이동한 장소에 또 다른 자신이 존재한다면, 결혼식날 갑짜기 사라진다는 등의 설정이라든지, 현재의 시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자체가 스스로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영화의 마지막 장면과 같은 현상이 계속해서 자초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蛇足>
이 영화는 다른 영화를 볼 때마다 예고편을 너무 자주 보았고 또한 너무 익숙한 소재인지라, 별로 흥미를 끌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갈 영화가 될 뻔하다, 개봉날짜가 한참 지난 후에야 보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당초 <펜트하우스 코끼리>를 예약하였지만 이 영화의 관람평점이 의외로 최악인지라, 지난번 <오감도>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 같은 예감에 예매를 취소하고 바꿔 본 영화이기에 일단은 절반의 성공은 거두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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