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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사랑영화, 형사(Duelist)

by kangdante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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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형사(Duelist)‘는 오래전 2003년에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다모(茶母)’의 하지원을 조선시대 여형사로 출연시켜 그 인기를 이어보고자 하였던 영화로, ‘다모에서의 하지원을 기대하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부터 하게 될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형사에서는 드라마 다모에서처럼 화려하고 박진감 넘치는 검술장면도 별로 없고,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하지원의 사랑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다모에서처럼 가슴 저미는 애틋한 사랑과는 견줄 바가 아니며,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극 추리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혈의 누와 같은 스릴 넘치는 영화도 아니다. 

오히려 화면 가득히 아름다운 자연 영상미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유덕화장쯔이 주연의 중국 무협영화 연인을 생각나게 하며, 영화 황산벌에서 보여준 걸쭉한 사투리의 사극 코미디 영화에 가깝다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줄거리는 의외로 단순하다. 위폐범을 추적하다 범인의 심복과 어쩌다 사랑에 빠진다는 싱거운 이야기이며, 위폐범(僞幣犯)에 대한 복선도 없고 사랑에 대한 갈등도 없다. 

때는 조선조, 어느 날부터 저작거리에 상평통보(常平通寶) 위폐가 유통되면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민심은 흉흉하다. 좌포청의 안포교(안성기)와 남순(하지원)은 파트너로서 이들 위폐범의 배후를 밝히기 위해 좌충우돌 동분서주하면서 서서히 범인의 윤곽도 잡을 수 있게 된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는 병조판서(송영창)이며, 그는 위폐 유통을 통해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게 하여 임금을 퇴위(退位)시키고 그의 딸과 혼인시킬 대군(大君)과 더불어 권세를 잡으려 한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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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어려서부터 병조판서에 의해 키워지고 이름조차 모르는 슬픈 눈(강동원)은 무술이 뛰어나며 병조판서의 심복으로 사사건건 남순(하지원)과 마주치게 된다. 

남순은 슬픈 눈과 마주할 때마다 그의 애절한 눈빛에 반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알 수 없는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이들 두 사람은 역모를 꾀하는 자와 역모를 막으려는 자의 운명으로 그들의 사랑은 더욱 애잔하다. 

이명세 감독은 전작인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도 사용하였던 슬로우 모션(slow motion)기법을 이 영화에서는 너무 많이 사용한 감이 있다. 영화 전편(全篇)을 통해 특히 초반부에서는 거의 전 장면을 화면의 움직임을 느리게 표현하는 슬로우 모션 기법을 사용함으로써 이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영상미의 극대화는 일단 성공한 것 같다. 

화면 가득 담은 가을풍경이 그렇고, 눈 내리는 겨울풍경들은 영화라기보다 한편의 뮤직비디오나 자연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아름다운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마지막 10여분을 할애한 강동원과 하지원의 슬로우 모션(slow motion) 검무는 이 영화의 단연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재미없는 영화줄거리와 더불어 아쉬움이 있다면, 주인공 슬픈 눈(강동원)의 모습이 여자같이 예쁜 얼굴임에는 틀림없지만 대사도 몇 마디 없고 오직 눈빛으로만 사랑 연기에 의존하다 보니 여성들은 그의 사랑을 느꼈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관객이 죽음까지 불사한 그의 애절한 눈빛을 느끼기에는 역부족이 아닌가 싶다. 다만, 범인 검거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하지원의 연기가 아픔을 느끼기도 하지만 조금은 과장된 모습을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하지원의 검무가 다모에서 보아왔던 활동적인 검무와는 다소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원의 무술 폼이 다소 어색하다는 점이다. 

한편으로, 영화 속 걸쭉한 하지원과 안성기가 주고받는 강한 사투리를 통해 황산벌에서처럼 웃음을 자아내려고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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