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탈주’는 북한 최전방 군부대에서 근무하는 만기제대를 앞둔 북한군 병사가 죽음을 불사하고 끈질긴 추격자를 따돌리고 실패할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수 있는 한국을 향해 북한을 탈주하는 영화이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방 부대에서 남북한 군인들 간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내용으로 하는 영화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롯하여 최근에 로또복권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남북 군인들 간에 벌어지는 영화 ‘육사오‘ 등 수없이 많이 있었지만, 북한군의 한국으로의 탈주를 그린 영화는 흔치 않은 것 같다.
수년 전에 판문점을 넘어 죽음을 무릅쓰고 한국으로 탈주하여 귀순한 북한병도 있었고, 이 영화 또한 2012년에 휴전선 철책을 넘어 탈북한 북한군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비무장지대 최전방에서 근무하며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임규남(이제훈)은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매일 밤 숙소를 빠져나가 비무장지대의 지뢰가 묻힌 지점을 지도에 표시하는 탈주지도를 작성한다. 때마침 탈주계획을 눈치 챈 소대원 김동혁(홍사빈)이 함께 탈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간청한다.
임규남이 동반 탈주를 주저하자 김동혁은 지뢰매설 지도를 훔쳐 혼자 탈주를 감행하지만 결국 실패하게 되고, 이를 막으려던 임규남도 탈주범으로 몰려 함께 체포된다.
탈주병 조사를 위해 최전방으로 온 보위부 소좌 리현상(구교환)은 어린 시절에 자신의 아버지 운전병 아들이었던 임규남을 탈주병이 아니라 오히려 탈주병을 체포한 영웅이라며 치켜세우며 사단장 직속보좌 자리까지 마련해 준다.
탈출을 포기할 수 없는 임규남은 사단장 통행증을 위조하여 탈출하던 도중 또 다른 북한군을 만나 자동차가 전복되는 등 위험한 순간이 있었지만 절벽으로 떨어져 구사일생 모면하게 되고 그 후 유량민에게 잡히게 되지만 오히려 그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리현상의 추격과 임규남의 탈주라 할 수 있다. 마지막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임규남이 지뢰를 밟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고, 리현상이 왜 탈주하느냐는 질문에 ‘이곳은 실패조차 할 수 없으니 실패하기 위해 남한으로 가는 것이다‘ 라는 말은 이 영화의 핵심이고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보위부 사무실 벽면에 걸려있는 ‘조선을 세계가 우러러 보게 하자’ 라는 구호가 웬지 쓴 웃음을 짓게 하고, 마지막 터널 속 군사분계선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안간힘을 쓰며 분계선을 넘어서려는 임규남에게 총을 겨누었지만 죽이지 않고 오히려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리현상의 심정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알 듯 모를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영화의 전개상 어쩔 수 없는 설정일 수밖에 없었겠지만 귀순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는 귀순전화가 군사분계선 남쪽이 아닌 북쪽에 있다는 것이며, 마지막 군사분계선을 판문점의 경계선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남과 북을 가로막는 옹벽의 터널 한 가운데에 설정하였다는 점이다.
영화 ‘탈주’는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 흔한 반전도 없는 94분의 짧은 영화이지만, 굳이 북한 탈주라는 배경을 하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조폭조직 등에서 벗어나려는 정도의 수준으로만 느껴지는 것은 필자(筆者)만의 생각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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