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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하는 코미디 영화, 파일럿

by kangdante 2024.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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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럿은 인기 많은 유명 파일럿이 성희롱으로 사회로부터 몰매를 받고 실직을 하자 여장(女裝)을 하여 다시 취직하는 것을 소재를 하는 코미디영화이며, 영화를 보노라면 상대방의 처지를 바꾸어 이해해 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장 남자를 소재로 한 영화로는 개봉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준기의 왕의 남자를 비롯하여, 외국영화로는 이혼한 아버지 로빈 윌리엄스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가정부 할머니로 변장한 미세스 다웃파이어등 여러 영화가 있었다. 

옛날에는 남자가 여장을 하면 분장에 가까웠으나 요즘은 화장술이 워낙 발전하여 웬만한 남자도 화장을 잘하면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닌 것 같으며, 또한 요즘 TV드라마를 보면 나이 많은 연기자의 젊은 시절을 연기할 때 예전에는 대부분 젊은 사람들을 대역으로 활용하였지만, 요즘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젊은 모습을 자연스럽게 연출하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최고의 비행실력을 인정받는 스타 파일럿 한정우(조정식)는 요즘에도 실제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럭방송 출연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초청을 받아 특강을 하며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어느 날 회사 회식장에서 회사 간부의 말에 맞장구치며 여직원을 이쁘다고 한 이유로 성희롱 이슈에 휘말려 회사를 사직하게 된다. 

인기 파이럿을 성희롱 가십에 퇴직이라는 강경책을 쓴 것이 항공사 재벌가족들의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듯한 인상을 주며 희생양인 것 같은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영화는 그냥 그렇게 흘러간다. 

여직원에 대해 이뻐서 이쁘다고 했는데 외모 품평이라며 수치스럽다고 성희롱으로 고발한다면 남성입장에서 볼 때는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요즘은 말 한 마디나 옷깃을 조금만 잘못 스쳐도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문제가 되고 있지만, 남성들의 최대 약점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배 나온 남자라든지 민머리 남자들에게 쏟아내는 외모 풍평에 대해서 성희롱으로 고소를 당했다는 여성을 뉴스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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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 영화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지나친 외모 풍평에 대한 성희롱은 남성이나 여성이나 직장 내에서 절대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적인 대화로 느낄 수 있는 말조차도 지나친 주관적인 판단으로 성적 수치심으로 고발한다는 것은 직장동료로서도 조금은 자제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고발로 인해 상대방이 짊어져야할 돌이킬 수 없는 대가가 너무 크다면 상대방의 입장도 고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한번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가십에 휘말리기 시작하면 그 끝장을 보는 것이 우리 사회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정우는 그동안 알고 지내던 대부분의 사람들로부터 기피인물이 되고 설상가상으로 부인으로부터 이혼 통보도 받게 된다. 

졸지에 백수 신세가 된 한정우는 엄마와 여동생이 살고 있는 본가로 돌아오게 되고 트롯가수 이찬원의 찐팬이 된 엄마마저 아들을 외면한다. 우리나라 최고 고액연봉 중 한 직업인 항공사 부기장이 실직했다 해서 궁색해 하는 모습이 웬지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하지만 영화 설정 상 그냥 영화로 보아야 편할 것이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어느 날 다니던 계열사 항공사에서 여성 채용을 남성과 55로 비율로 채용한다는 뉴스를 듣고 궁지에 몰린 한정우는 여동생 한정미(한선화)의 화장술을 빌려 동생의 신분으로 변신하여 파일럿 재취업에 성공한다. 

한편으로는 일반회사 사무직도 아니고 가장 전문직 중의 하나인 파일럿을 비행과는 아무런 경력이 없는 동생의 이름으로 취직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영화적 코미디를 넘어서는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한번 영화는 그저 영화로 보기로 해야 한다. 

여장 화장을 마치고 처음 거리에 나섰을 때 피트니스를 홍보하는 전단지 남자가 언니!~’라고 부르며 그에게 다가설 때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성공적인 시술을 마치고 거리에 나설 때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때 기뻐하는 김아중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여동생으로 출연한 한선화는 영화 개봉 당시 TV드라마 놀아주는 여자에서 주인공으로 출연하여 이 영화에서도 기대를 모았으나, 한정우를 고발한 당사자이면서 여장 한정미의 친구가 되는 윤슬기(이주명)보다 비중이 낮은 조연 정도여서 아쉽기도 하였다 

여장 취업 후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 비행기가 불기둥에 휩싸이지만 무사히 착륙하여 또 한번의 인기 파일럿이 되며 언론의 칭찬이 줄을 잇지만, 이로 인해 오히려 여장이라는 것이 들통 나게 되는 계기가 되고 한정우는 또 한번의 위기를 맞게 된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유명 시()나 소설 중에는 원래의 작품보다 평론이나 서평이 유명하여 오히려 원래 작가가 의도했던 것보다 예리한 분석을 통해 유명해지는 작품들도 많이 있는 것 같고, 꿈 보다 해몽이 좋다는 말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도 여성 감독이기 때문에 성추행이나 성희롱에 대한 지나친 편견이 선의의 가해자들에게는 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일깨우기 위해 사회적 일침을 가하는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지만, 필자(筆者) 생각으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고 감독 또한 그런 의도는 없는 것 같다. 

인간관계에서 소통부재나 편견은 무섭다. 부인이 이혼을 결심한 것이 성희롱 파문과 실직 때문이 아니라 남편이 자신만을 위해 살아오고 주변사람들에게 무관심했다는 사실이 이혼 동기 중 하나로 밝혀지지만, 이 또한 한정우 입장에서는 아버지가 없는 가족이기에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역지사지가 역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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