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옆집 사람’은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경시생이 모처럼의 친구 술모임에서 만취가 되어 귀가한 후, 살인사건이 벌어진 자신의 옆방으로 잘못 들어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웃지 못 할 블랙코미디 같은 영화이다.
영화관 상영으로 개봉되었던 예전의 영화들은 상영시간이 대부분 2시간 이내의 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넷플릭스 등 OTT가 대세인 요즘에는 대하소설 같은 12~16부 시리즈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반면에 시리즈물이 아닌 단막 영화로는 기존의 120분 이내의 영화 외에 90여분 정도의 단편소설 같은 영화도 많이 소개되는 것을 보면, 짧은 영상을 소재로 한 쇼트 폼(short form)이 유행하는 세태를 반영하는 것도 같다.
영화의 극장 개봉이 대부분이었던 시절에는 소위 독립영화라 하여 메시지를 강조하는 짧은 90여분짜리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기도 하였지만 상업영화와는 달리 일부 작품을 제외하고는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기억되며, 반면 넷플릭스 등 OTT에서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어 짧은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난 것 같으며, 영화 ‘옆집 사람’도 상영시간 93분의 짧은 영화이다.
원룸 405호에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5년차 경시생 오동민(김찬우)은 오늘도 시험공부에 여념이 없지만, 옆방 404호에서 심하게 다투는 벽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겹게 공부하고 있다.
시험접수 마감을 앞두고 응시접수를 하려했으나 응시료 만원이 없어 접수를 못하게 되자, 친구 상호에게 10만원을 빌려 달라며 전화를 하다 친구로부터 술모임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거절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참석하게 된다.
친구모임 술좌석에서 오동민은 분위기에 휩싸여 경찰시험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만취가 된 상태에서 집으로 돌아온 다음날 아침에 눈을 떠보니 자신의 405호가 아닌 낯선 방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낯선 방이라는 당황스러움도 잠시, 혼자 누워있는 침대아래에 피가 낭자한 시신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방을 빠져 나와 자신의 방으로 왔으나 404호에 그의 핸드폰을 두고 나온 것을 알게 된다.
복도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인기척 소리에 옆방의 방문을 열고 다시 들어가지 못하자 밧줄을 이용하여 404호 건넛방으로 천신만고 끝에 다시 들어 왔으나 나가려는 순간 원룸 주인의 노크소리에 다시 그 방에 숨게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영화 속 내용에 몰입하여 내가 저런 상황이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영화에서도 명색이 5년차 경찰시험 준비생이라는 것에 어울리지 않게 살인현장에 맞닥뜨렸을 때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모르는 것을 보면 엄청난 사건에 휘말리게 되면 누구나 당황하게 되는 것도 같다.
우리는 일생을 살아가면서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라는 사소한 갈등과 선택 속에서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게 되며, 그 선택에는 갈등이 동반하기 마련이다. 갈등에는 좋은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접근-접근 갈등이나 나쁜 것 중 하나를 선택하는 회피-회피 갈등, 그리고 대부분의 갈등이 그러하듯 좋은 것과 나쁜 것이 혼재해 있는 접근-회피 갈등을 겪게 된다.
이 영화에서의 주인공의 선택은 그야말로 최악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보통의 취준생 캐릭터였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5년차 경시생을 캐릭터로 설정했을 때는 무언가 다른 대처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기 때문이다.
문밖에서는 계속되는 사람들의 인기척 소리에 꼼짝없이 갇히게 되자 고무장갑을 끼고 시신을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또한 컴퓨터에서 수많은 USB를 발견하자 시신의 휴대폰을 꺼내 지문을 인식시키고 문자메시지들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때 404호 주인인 듯한 고현민(최희진)이 방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바닥의 피를 닦으며 방안 청소를 하기 시작한다. 숨을 죽이고 이를 지켜두고 있었으나 핸드폰 알람소리에 결국 그녀에게 들키게 된다.
오동민은 그녀와 함께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으나 고현민은 돈(6천만원)과 미모를 앞세워 신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자신은 곧 외국으로 떠나게 되며, 시체는 애완동물을 태우는 차량으로 옮겨만 달라고 하자, 오동민은 이제 시체 옮기는 것들을 도와주는 등 영락없이 공범이 되어버리고 만다.
살인사건의 대부분이 돈과 치정에 얽힌 것이 많지만, 이 영화에서처럼 사건이 발생한 후에 돈과 미모에 흔들려 살인공모자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황당하고 안타까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화 후반부에는, 반전을 노렸는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죽은 줄 알았던 기철(이정현)이 다시 살아나고 부엌칼로 죽이겠다고 위협하게 되자 격투를 벌이더니 결국 다시 쓰러지고 만다.
영화의 반전(反轉)이란 중간 중간에 유의미한 암시를 넌지시 보여주다 결정적 순간에 터트려야 ‘아! 그게 그랬었구나“ 하는 진정한 반전의 묘미를 알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으며, 죽었던 사람을 다시 살리는 것은 반전이 아니라 관객을 모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족(蛇足)
짧은 영화에 볼거리나 메시지도 없는 영화를 영화관에서 관람료를 지불하고 보았다면 괜스레 관람료 본전 생각이 나겠지만, OTT로 본 관계로 관람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관람료를 대신하였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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