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사이코패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제법 많지만,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별로 흔치 않은 것 같다.
장애인 영화 중에는 오래전에 개봉되었던 뇌성마비 장애인 역할을 진짜 장애인처럼 연기한 문소리 주연의 ‘오아시스’가 생각나고, 또한 시각장애인을 소재로 한 김하늘 주연의 ‘블라인드(Blind)’는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에도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영화로 기억된다.
장애인 영화로 흥행에 제대로 성공한 영화로는 청각장애인학교에서 일어난 아동 성폭행 사건을 다룬 ‘도가니’를 들 수 있겠지만, ‘숨(Elbowroom)’은 장애인의 사랑과 임신을 다룬 영화로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영화 ‘숨(Elbowroom)’은 볼거리와 재미를 우선으로 하는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Independent Film)이기 때문에 더더욱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독립영화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라면, 팔순 농부와 늙은 소와의 우정을 그린 ‘워낭소리’와 노부부의 한결같은 감동적인 사랑이야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손에 꼽을 정도뿐이다.
'숨(Elbowroom)'은 특히 실제 장애인 박지원이 열연한 작품으로, 위의 영화들처럼 비장애인이 장애인 역할을 연기한 영화와는 달리 새로운 시도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숨’은 전북 김제에 있는 장애인 복지시설 ‘기독교 영광의 집’에서 이 시설의 운영자인 목사에 의해 장애인 성폭력이 있었고, 그의 부인인 원장의 업무상 횡령이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한다.
한편으로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다고는 하나 장애인 성폭력에 관한 내용은 아니며, 자의에 따라 임신하게 된 장애인 여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회적 편견과 엇나간 시선, 그리고 임신한 장애녀를 바라보아야하는 가슴시린 내용이라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장애인 수희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도 좋지만 수희의 몸짓에 따라 지나치게 흔들리는 카메라 앵글이라든지, 아웃포커싱 기법을 영화 내내 사용하여 관객입장에서는 편안히 관람하기엔 불편하기 그지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영화가 독립영화의 관점에서 새롭게 시도한 영화라고는 하나 상업영화에 길들여진 대부분의 관객들에게는 짧은 상영시간 89분도 길다고 느껴질 만큼 지루한 내용이라는 점이 아쉽다.
이 영화는 영화적 재미나 감동을 기대하며 보는 것보다는, 가슴시린 한편의 인간극장을 보는 마음으로 관람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synopsis>
어려서 엄마 손에 이끌려 장애인 복지시설에 맡겨진 수희(박지원)는 시설 내에서는 비교적 장애가 심하지 않은 편에 속하므로 복지시설의 허드렛일도 하고 다른 장애인들을 돌보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민수(이원섭)와 사랑을 나누게 되고 그녀는 민수의 아이를 임신하게 된다.
비장애인의 시선으로는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이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평범하지만 소박한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러나, 수희의 배가 점점 불러오고 그녀의 임신사실이 밝혀지자 복지시설 관계자들은 한바탕 소동을 치르게 된다.
거친 숨결, 흔들리는 눈빛, 찰나의 몸짓.
그래도 나는 사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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