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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현실적 공감이 아쉬웠던 영화, 만남의 광장

by kangdante 2023.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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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만남의 광장은 강원도 어느 휴전선 접경마을에 미군과 소련군에 의해 느닷없이 남과 북을 가로막는 철조망이 세워지면서 가족 간에 어처구니없는 생이별을 겪게 되자, 남과 북을 잇는 땅굴을 만들어 소위 만남의 광장에서 가족들과 비밀리에 만나야하는 아픔을 코믹한 해프닝을 통해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영화가 아무리 픽션이거나 웃음을 주기 위한 코믹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있을 법한이라는 공감대가 있어야 관객이 공감과 함께 재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전혀 무시한 채 오직 억지상황 설정만으로 억지웃음만을 유발하는 영화라면, 역사왜곡일 뿐만 아니라 만화만도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엄연한 역사적 현실적 상황을 넘어 억지 상황 설정만으로는 이미 영화로서의 신뢰를 상실할 뿐만 아니라 재미 역시 반감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있을 법한이라는 공감대는 무시한 채 말도 안 되는 억지상황의 연속으로 일관하는 것 같다. 

남과 북을 가로막는 휴전선 철조망 설치작업을 도와주다 가족들과 어처구니없는 생이별을 겪게 된다는 설정이라든지, 또는 아무리 고지식한 성품의 시골총각 공영탄(임창정)이라 해도 소위 교사가 되겠다는 사람이 소매치기 당한 사실을 신고하러 경찰서에 갔다가 경찰서에 잡혀온 깡패들이 삼청교육대로 가게 될 것이라는 말에 솔깃하여 그 곳을 교육대로 착각하여 그 무리에 몰래 합류하는 과정 등이 그렇다. 또한, 청솔리 마을에 부임하는 진짜 교사 장근(류승범)이 지뢰를 잘못 밟아 몇날 며칠을 고생한다는 설정은 그 자체가 류승범 특유의 코믹스러움으로 관객에게 웃음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하루도 아니고 몇날 며칠을 과연 그 자리에 서서 그대로 지킬 수 있는 상황인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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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특히, 이 영화의 근간이 되고 있는 지하땅굴 만남의 광장에서의 가족상봉이라는 콘셉트는 현실과는 너무 괴리된 설정이기에 관객에게 전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어처구니없는 휴전선 철조망으로 인해 가족 간에 생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아픔은 이해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의 내용은 오래전에 지하땅굴을 판 후 만남의 광장을 만들어 놓았으며 그 곳에서 남과 북이 몰래 서로 만나고 있다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 벌어지는 코믹 해프닝이기 때문이다 

땅굴을 파서라도 가족을 만나고 싶은 심정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겠지만, 땅굴을 파서 서로가 남북을 오갈 수 있게 되었다면 굳이 현재의 위치를 고수하며 남과 북이 헤어져 살며 만남의 광장에서 비밀리에 만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남과 북을 각각 속이며 만남의 광장에서 가슴조이며 비밀리에 만날 것이 아니라, 남이 되었던 북이 되었던 한쪽으로 건너가고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처럼 땅굴을 폭파해 출구를 막아 버린다면 문제는 간단한 것이다. 

또한,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의 문제도 땅굴이 완성되기 전까지 남과 북에서 각각 살아 보았기 때문에 선택의 문제는 쉽게 내려질 수 있었을 것이다. 

오히려, 이 영화의 내용을 남과 북으로 갈라진 가족들을 서로 만나기 위해 겪게 되는 지하땅굴 굴착작업에 대한 해프닝이나 고난(苦難)이라든가, 또는 땅굴작업을 진행 중에 비밀을 지키기 위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코믹상황이라면 더욱 더 재미와 긴박감 그리고 현실성을 엿볼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물론, 영화이기에 그냥 영화로 봐 주면 되지 않느냐는 항변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의 전개가 이야기를 꿔 맞추기 위해 스스로 자기 함정에 빠져드는 누()를 지적하고 싶다는 의미이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강이나 철조망을 뚫고 탈출한 탈북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난 후의 반응이 어떠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으로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도 언급하였지만 영화가 아무리 픽션의 영역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지금 처해있는 남북관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풍자나 비판은 있을 수 있어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영화는 남북관계를 소재로 하여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는 쉬리를 시작으로 공동경비구역 JSA’웰컴투 동막골등이 있었고 최근에는 공조모가디슈육사오 등도 흥행에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 영화에서 남북문제는 그만큼 영화적 소재로써 많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소재가 된다고 해서 남북관계의 민감한 부분까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남북분단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만남의 광장땅굴을 견학시키는 한국 군인이 견학 온 학생들에게 “이 땅굴은 북한이 남침하기 위해 판 땅굴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역사를 왜곡하는 사족(蛇足)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이 영화에서의 만남의 광장땅굴은 말 그대로 가족임에도 어처구니없이 헤어진 이 곳 주민들이 만나기 위해 판 가상의 땅굴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가상의 땅굴을 가상의 땅굴로 끝내지 않고 이를 북한이 남침하기 위해 판 땅굴이라고 설명함으로써 실제로 북한이 우리나라를 침입하기 위해 판 땅굴마저 행여 이렇듯 남과 북의 주민들이 만나기 위해 판 것이 아닐까 하며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진실을 왜곡할 우려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인데 너무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도 있겠지만,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의외로 많다는 것이 또한 오늘날 우리가 처한 현실이기도 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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