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는 새로운 영웅을 잘도 만들어 내는 것 같으며,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만큼 미국은 지금 새로운 슈퍼 히어로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반증(反證)이기도 하다.
영화 ‘핸콕(Hancock)’은 그동안 할리우드에 의해 탄생되었던 슈퍼 히어로 슈퍼맨에서부터 아이언맨까지 할리우드의 기존의 ‘~맨’ 시리즈와는 다르게 차별화 하여 핸콕(Hancock)이라는 새로운 거칠고 까칠한 꼴통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슈퍼 히어로에 걸맞지 않게 LA시민이 그에게 붙여준 ‘꼴통’이라는 이름이 그러하듯, 핸콕는 예전의 슈퍼히어로들과는 캐릭터가 사뭇 다르다.
위험에 처한 시민에게 나타나 항상 도와주는 설정은 예전의 캐릭터와 다를 바 없지만, 핸콕은 술주정뱅이일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주저 없이 행하는 얼간이 기질도 있으며, 또한 하는 일마다 너무 과격하고 까칠한 관계로 그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LA시민에게는 핸콕이 필요악(必要惡)이라고도 할 수 있으며, 말 그대로 영웅이라기보다는 꼴통일 수밖에 없다.
꽉 막힌 도로 때문에 기찻길 건널목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서있는 레이 엠브리(제이슨 베이트먼)의 자동차를 안전한 곳으로 사뿐히 옮겨주면 될 것을 한 손으로 자동차를 번쩍 들고 달리는 기차를 아무 생각 없이 어깨로 막아 버림으로써 또 다른 사고를 유발한다든지, 하늘을 나르며 사고지점으로 신속하게 이동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착지가 불안하여 멀쩡한 도로를 온통 망가뜨려 놓는다든지, 또한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하늘을 날다 도로 표지판을 박살낸다든지 등등 그가 하는 일마다 시민들에게는 오히려 민폐만 끼치게 된다.
그러나 관객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장면들 모두가 새로운 볼거리라 할 수 있으며, 짧다고 할 수 있는 92분의 상영시간이 오히려 더 짧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 준다든지 또는 악당만 처치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그에 따라 파생되는 도로나 건물의 파괴라든지,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 등은 안중에도 없는 그야말로 생각이 짧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얼간이 꼴통 그 자체이다.
이처럼 독특한 성격을 지닌 핸콕의 캐릭터가 더욱 더 돋보이고 실감나게 느껴지는 것은 밉지만 미워 보이지 않는 윌 스미스(Will Smith)의 연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편, 핸콕과 슬프고도 아픈 사랑의 기억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 바로 레이 엠브리의 아내 메리 엠브리(샤를리즈 테론)이고, 이들의 사랑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핸콕의 초능력이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이 영화의 반전(反轉)이 흥미롭기는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사는 게 쉽지 않아요. 난 남들과 다르니까요.” 하는 핸콕의 독백처럼 기존의 ‘~맨’시리즈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웅은 사랑만은 할 수 없는 외롭고 슬픈 존재라는 식상한 반전은 옥이 티라 할 수 있다.
사족(蛇足)
이 영화의 속편이 십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 없지만 아마도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 영화의 매력은 기존의 영웅답지 않게 거칠고 까칠한 그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한데, 이제 그는 사랑은 잃었지만 기존의 슈퍼 영웅들과 마찬가지로 착한(?) 인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시작처럼 다시 기억상실로 만들어 새로운 꼴통으로 재탄생한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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