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브레이브 원(The Brave one)’은 이유 없는 폭력에 의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우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폭력에 대한 응징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를 관객에게 묻기도 한다.
“정당한 살인이란 없습니다. 법만이 죄를 심판할 수 있소.“
뉴욕을 사랑하는 라디오 쇼 진행자인 에리카 베인(조디 포스터)은 어느 날 약혼자 데이빗 키르마니(나빈 앤드류스)와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불량배들로부터 이유 없는 린치를 당한 후 그로인해 약혼자는 사망하고 그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그날 이후, 그녀는 깊은 마음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며, 설상가상으로 경찰의 미지근한 수사에 분통을 터트린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단 한 순간의 폭력에 의해 그녀의 행복한 삶이 모조리 사라졌기에 이제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하나, 스스로 범인을 찾아 나서는 길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뒷거래를 통해 권총을 구입한 에리카는 어느 날 우연찮게 슈퍼마켓에서 여성을 학대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그날 이후, 그녀는 자신의 복수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라는 그녀의 독백처럼 이제 행복한 삶을 꿈꾸는 뉴욕의 평범한 여인이 아니라 살인도 무서워하지 않는 뉴욕의 성범죄자 해결사로서 폭력적인 모습으로 변해간다.
“어쩌면 그렇게 달라질 수 있소?”
“변해야 사니깐.”
사건을 맡은 머서(테렌스 하워드) 형사는 점차 심적 안정을 찾아가는 에리카에게 연민을 느끼며 위로해 주지만, 한편으론 성 범죄자를 살해하는 살인사건이 연일 계속되자 에리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영화 ‘브레이브 원’을 보노라면 여러 영화를 한꺼번에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여자가 한(恨)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며 여자의 무서운 복수를 보여준 영화 ‘친절한 금자씨’라든지, 절망과 분노가 뼈 속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을 때 이성과 감성 모두를 잃어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밀양’, 그리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법원권근(法猿近權)으로 통쾌함을 선사한 영화 ‘다블 타켓’ 등이 그렇다.
한편으로 영화 ‘브레이브 원’은 인간에게 잠재된 폭력성에 대한 경고라든지, 법이란 무엇이며 정의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범죄로부터 선량한 시민이 보호받지 못하고 또 법집행이 늑장을 부리며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할 때, 과연 정의라는 이름으로 개인이 범죄에 대한 개별적 응징을 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힘(총ㆍ돈ㆍ권력 등)이 있으면 지니고 있는 잠재된 폭력성을 표출하려고 하는 이중적인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아쉬움이라면,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다. 어차피 이 영화의 전반적 흐름이 느와르 영화일 수밖에 없었다면 콘셉트에 맞도록 에리카에게 비참한 결말이었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그럼에도 “합법적인 걸로 쏴요!!” 하며 머서 형사는 자신에게 총상을 입혀 사건을 은폐ㆍ위장함으로서 그간의 그녀의 살인을 합법화 시키며 또 다른 로맨스를 연상토록 하는 것은 원래 의도한 주제에서 벗어난 사족(蛇足)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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