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서른 살이 넘도록 연애 한번 못해본 순진무구(純眞無垢)한 총각과 남편과 애인을 살해하는 등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여인과의 달콤하지만 무시무시한 엽기적 로맨틱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은 로맨틱 영화의 정석을 보여주는 보편적 로맨틱 코믹영화이기는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남녀간의 사랑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자신의 갓난아이를 2명이나 살해하고 자신의 아파트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비정한 엄마에 대한 끔찍한 영아살인 뉴스를 접하기도 하였지만, 남편과 애인을 살해하고 자신의 김치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던 무시무시한 여인과 지식인이면서 순진하기 때문에 서른 살이 넘기까지 키스 한번 못해 본 대학 영문학 강사 숫총각과의 달콤하지만 살벌한 로맨틱영화이기 때문이다.
숫총각 황대우(박용우)는 요즘 여자들은 혈액형에 따른 남녀의 성격이라든지 별자리 운세 등 쓸데없는 이야기에만 관심을 갖는다며, 여자들만 보면 두드러기가 날 것처럼 과민반응을 보이며 별다른 이성적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체질적으로 여자와의 연애는 상상도 할 수 정도로 여성에 대해 비호감을 가지고 있는 남자였던 그가 어느날, 이탈리아 유학을 위해 미술공부를 한다면서 옆집으로 이사 온 우아하고 아름다운 이미나(최강희)에게 흠뻑 빠져들고 만 것이다.
황대우는 미나가 마음에 들지만 그것은 마음뿐이고 그녀에게 접근조차 못하고 안절부절 하기만 하자, 이를 보다 못한 친구 성식(조영규)이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떠다밀며 대신 소리쳐 줌으로서 그녀와의 첫 대면이 시작된다.
“내일 저랑 같이 영화 보러 안 갈래요?”
“예!!~~ 가요.”
황대우는 처음으로 해보는 사랑이라 말과 행동들이 어설프기만 하고, 이미나는 오히려 그의 그러한 순수함에 매력을 느끼게 되며, 황대우는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르고 시도 때도 없이 그녀가 보고 싶고 키스하고 싶어 한다. 한편으로 이를 시샘한 미나 친구 백장미(조은지)가 육탄공세로 황대우를 유혹해 보지만 끄덕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아하고 순진한 것으로만 알았던 그녀의 정체가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대우는 어쩔 수 없이 안타까운 이별을 하게 되지만 그녀를 미워할 수 없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것이 바로 콩깍지가 씌인 사랑의 힘인 것 같다.
거액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그 사실을 협박하는 애인마저 살해하고 외국으로 도피하려는 무뚝뚝하고 살벌한 그녀이지만 이쁘고 상냥한 얼굴로 다가설 때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까.
이 영화는 누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의 모든 것을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 한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이해와 배려의 마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사랑의 진면목을 낱낱이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살인과 거짓이 오가는 살벌한 상황 속에서도 이야기가 무겁거나 섬뜩하지 않고 달콤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흔치 않은 여자와 남자의 위험한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고 상큼하게 표현한 손재곤 감독의 연출이 또한 놀랍다.
이 영화의 빼 놓을 수 없는 묘미중 하나는 그들이 나누는 익살스러운 대사들이 아닐까 싶다. 시체를 산에 묻고 온몸이 흙투성이와 땀으로 범벅되어 돌아 왔을 때, 미나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대우와 나누는 베드신에서 웃음을 자아낸다.
“땀 때문에 씻어야 하는데.”
“괜찮아요. 저혈압이라서 짜게 먹어도 돼요”
또한 그들이 헤어진 몇 달 후 엔딩 장면에서 우연찮게 외국에서 극적으로 서로가 만났을 때 황대우의 마지막 대사는 이 영화의 압권이다
"그때 왜 나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경찰에 고발합니까?!"
사족(蛇足)
이 영화가 아무리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라 할지라도 고리대금업 노파는 해로운 벌레에 지나지 않고 살아 있어도 백해무익하다며 살인을 정당시 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을 인용하면서까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죄로 다스려야 할 살인을 너무 가볍게 접근한 것은 아무리 로맨틱 코믹영화라 할지라도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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