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은 SF감독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이 1억3천만 불의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의 원작 소설을 스필버그 감독다운 특수효과로 지구를 침공하여 마음껏 유린하는 영화이다.
영화 내레이션에 따르면, 까마득한 우주공간 너머에 있는 거대하고 잔인한 지적(知的) 존재는 오만한 인류의 일상을 현미경으로 바라보듯 지켜보다가 인간파괴의 무서운 음모를 서서히 실행하기 위해 이미 수 만 년 전부터 지구 땅속에 숨겨 놓았던 긴 세발 괴물을 어느 날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그들을 땅밖으로 끄집어내어 지구를 공격하기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메리 앤 페리어(미란다 오토)는 이혼한 남편 항만 근로자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에게 아들 로비(저스틴 채트윈)와 딸 레이첼(다코타 패닝)을 맡기면서 만나자 마자 티격태격 하던 중 하늘에서 강력한 번개가 치면서 주위의 모든 동력은 사라지고 전기ㆍ자동차는 물론이고 심지어 시계까지 멈추고 만다.
레이 페리어는 집근처 도로에 나타난 엄청난 괴력의 세발 달린 괴물 출현에 혼비백산하여 집으로 되돌아가 아들과 딸을 데리고 자동차를 타고 무작정 피난을 시작한다.
레이 페리어는 딸과 함께 피난하다 우여곡절 끝에 배에 승선하였지만 바다 역시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괴물들에 의해 배는 뒤집히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이제 지구는 괴물들이 인간의 피를 빨아들여 허공에 뿌린 피로 온통 붉게 물들여진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SF영화라는 자체가 비현실적인 상상력에 의한 것이라고 보면 영화내용의 완성도를 운운하며 형편없다고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으며, 게임 즐기듯 마음껏 상영시간 2시간을 손에 땀을 지게 하는 스릴의 세계에 빠져 들기만 하면 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에서 외계 침략자의 패망이 지구의 거센 저항 때문이 아니라 아이러니 하게도 지구 바이러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멸한다는 것으로 한 것은 허탈감에 앞서 웃어야 할지 배신감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지구는 자생력에 의해 외부로부터 침략을 막을 수 있으니 지구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할리우드 영화 특유의 애국심과 가족애를 이 영화에서도 빼 놓지 않았다. 어쩌면 무모하다고 할 만큼 아들 로비의 애국적인 고집이 그랬고, 딸 레이첼을 지키기 위한 레이 페리에의 처절한 몸부림이 또한 조금은 과장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 ‘우주전쟁’의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의 끝이 너무 허탈감을 안겨준다는 점이다. 아무리 100여 년 전 1898년의 원작소설을 충실히 따랐다고는 하지만 침략자에 대한 지구의 대항이 고작 탱크와 박격포(50년대 6.25전쟁 수준) 뿐이며 포탄으로부터 보호받던 괴물의 막강한 보호막이 어느 순간 없어지면서 스스로 자멸하게 된다는 점은 지구의 바이러스 미생물 때문이라는 친절한 내레이션의 해설이 있었지만 실망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한편, 10살 딸 레이첼에게는 차마 보이고 싶지 않아 너무 과장된 행동이라 생각할 만큼 지나치도록 보호하면서, 이미 컴퓨터 게임으로 이 정도 파괴에는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12세 관람가 등급으로는 너무 잔인한 장면들이 넘쳐흐른다.
또 하나, 딸이 괴물에게 붙잡혀 가니 괴물 안에 수류탄 한발 던지는 것 빼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변변히 대항한번 못하고 피난만 가면서 오직 부성애(父性愛)만 과시하는 레이 페리어(톰 크루즈)을 보노라면, 차라리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Sigourney Weaver)나 터미네이터2의 린다 헤밀턴(Linda Hamilton)의 모성애(母性愛)가 더 현실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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