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뒤돌아보면, 공부만 열심히 하는 전교생이 인정하는 우둥생이라든지, 재주나 끼가 넘쳐나 급우들을 항상 웃겨주던 친구, 아니면 공부는 지지리도 못하면서 사사건건 사고만 치는 악동(惡童)들은 졸업 후에도 기억에 오래 남지만, 성적이 아주 우수한 편도 아니면서 묵묵히 혼자 열심히 공부만 하는 얌전한 학생은 그 존재조차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화이야기 리뷰를 쓰다보면 액션과 스릴이 넘쳐 스트레스가 확 날아갈 정도로 화끈한 영화이든지, 정말로 감동적이거나 웃겨서 눈물이 날 정도라든지, 또는 멋진 비주얼로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들은 기억에 오래 남기 마련이다.
그도 저도 아니면, 영화가 너무 식상하거나 허접하여 본전 생각이 날 정도였다거나, 아니면 이런 영화를 만든 감독의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는 등의 악평을 쓸 수 있는 영화도 기억에 오래 남게 된다.
영화 ‘식객 : 김치전쟁’은 재미나 웃음 그리고 볼거리나 감동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 멋과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으며 또한 만화 ‘식객’ 특유의 아기자기함도 묻어있지 않은 그래서 평범하고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만화 ‘식객’은 총 25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100만부 이상이 판매되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허영만의 대표적 만화로, 2007년에 영화 ’식객‘ 1편을 선보였으며 TV 드라마로도 방영되기도 하였다.
이번엔 선보인 시즌2 영화 ‘식객 : 김치전쟁’은 원작에는 없는 에피소드를 새롭게 쓴 만화를 영화화한 것이라고 한다.
전편에는 다양한 요리들을 선보이며 입맛을 돋우게 하는 비주얼이 있었지만, 이번 ‘김치전쟁’은 요리의 소재가 김치에 한정되어 그런지는 몰라도 전편에서 선보였던 화려한 요리들의 볼거리도 기대할 수 없었다.
또한, 최고의 음식은 최고의 재료에서 나온다는 기치아래 최고의 소금인 자염(煮鹽)을 얻기 위해 장은(김정은)은 갯벌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힘겹게 손수 만들어 보지만, 자염을 만드는 것이 왜 힘들며 또 왜 만들기를 꺼려하여 없어져 가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어 감동이 별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이 영화의 아쉬움은 감독은 무언가를 관객에게 전달하려고나 하나, 그 의미가 가슴으로 전달되지 않는 안타까움이라 할 수 있다.
한일 정상회담 만찬에서 우리의 대표음식 김치를 일본의 대표음식 기무치로 소개하는 것에 대한 보이지 않는 분노라든지, 음식에 대한 최고의 맛은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담긴 어머니의 손맛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엄마의 손맛을 표현하기 위해 영화의 흐름과는 조금 다르게 엄마가 차려준 밥을 한번만이라도 먹고 싶어 하는 도망자의 이야기를 에피소드로 삽입해 보았지만, 영화의 주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일 뿐 별로 감동적이지를 못하다.
또한, 춘양각을 없애기 위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 온 정은의 캐릭터 역시 도무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이 영화의 부제가 ‘김치전쟁’임에도 김치에 대한 우리민족의 애환이나 애피소드가 없는 그저 평범한 김치요리에 대한 경연장이라고 밖에는 볼 것이 없다.
특히, 김치전쟁의 마지막 결승전의 평가자 선정에서는 영화의 소소한 부분들을 너무 안이하게 대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1차 경연대회 주제 ‘합과 백의민족(合과 白衣民族)’ 이나, 2차 주제 ‘아침의 나라’ 까지는 평가자가 한국인일 수도 있겠지만, 3차 경연대회 주제는 세계인의 입맛에 통(通)하게 하라는 ‘통(通)’이라는 주제임에도 평가자는 여전히 예선과 준결승의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세계의 입맛에 맞는 요리를 평가하려면 당연히 동ㆍ서양의 평가자로 선정하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족(蛇足)
“우리는 모두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을 최초의 맛으로 기억합니다. 맛은 추억입니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입니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합니다.” 정말 가슴에 와 닿는 허영만의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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