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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감성(感性)만을 자극하는 픽션 영화, 한반도

by kangdante 2023.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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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반도는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무조건적인 배타적 감정과 대통령을 통해 민족적 자존심을 호소하며 60~70년대식 애국심을 강조함으로써 현실(現實)보다는 이상(理想), 이성(理性)보다는 감성(感性)만을 자극하는 동화(童話)같은 비현실적 픽션 영화이다. 

영화 한반도는 남과 북이 통일을 약속하고 그 첫 상징으로 경의선 철도 개통식 날, 일본이 1907년에 체결한 대한제국과의 조약을 근거로 경의선 개통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하며 만약 일본의 허락 없이 개통한다면 한반도로 유입된 모든 기술과 자본을 철수하겠다는 협박을 한다. 

한편, 사학계의 이단아 취급을 받아 온 젊은 사학자 최민재(조재현) 박사는 고종이 1907년에 체결한 조약은 일제 침탈에 대비해 진짜 국새(國璽)를 숨겨 놓고 가짜 국새로 협정에 조인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진짜 국새를 찾는다면 일본과의 조약은 무효이고 일본의 억지 주장을 뒤엎을 수 있다며 대통령(안성기)에게 진짜 국새를 찾을 것을 호소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한반도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천만인 관객 시대를 연 실미도의 강우석 감독 작품이며, 영화 개봉 당시에도 논쟁이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되며 역설적으로 논쟁이 많았기에 흥행에도 성공할 수 있었던 영화이다. 

영화라는 속성만을 고려한다면 사실 논쟁거리가 될 수 없다고도 할 수 있으나, 영화 내용 하나 하나를 꼼꼼히 따져보면 정말 현실과는 너무도 괴리가 많은 동화(童話)같은 발상일 뿐 아니라 논리적 설명이 되지 않는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근간이 되고 있는 대한제국의 국새(國璽)가 가짜이기 때문에 일본과의 협약은 무효라는 논리가 우선 그렇다. 물론 이 영화에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국새의 의미가 협약이나 계약서에 찍는 단순한 도장이 아니라 일제침략에 의해 강탈되었던 우리 주권의 상징적 의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국새가 존재한다는 것이 증명되자 일본의 태도가 갑자기 저자세로 바뀌며 우리 국민에게 사죄하는 마무리를 보면 그것도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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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으로, 의식을 잃은 대통령이 조인식을 앞두고 기적같이 일어나는 상황이라든지, 국새가 진짜임이 판명나자 일본이 외상을 통해 곧바로 한국민에게 지난 일제시대의 과오를 사죄하는 장면 등은 실소(失笑)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어쩌면 이 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선과 악이 분명하게 그려진 그야말로 만화 같은 픽션 영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더욱 더 비현실적 설정은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캐릭터이다. 민족적 자존심만을 고집하는 대통령은 일국(一國)의 대통령이라기보다는 회사 사장수준도 될 수 없는 한 가정의 가장(家長) 수준의 저급한 정치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정치도 없고 외교도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일련의 정치적 사건들을 패러디한 것은 아니겠지만, 국가간 전쟁이 동네 싸움도 아닌데 대통령이 마치 골목대장들이 전쟁놀이라도 하듯 수틀리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오만, 그리고 일본 역시 아무런 외교적 채널도 없이 자위대 군함과 전투기를 동해로 출격시킨다든지 하는 장면 등은 외교 상식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또한, 고종 독살설에 대한 대한제국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억지로 꿰맞추려 하다 보니 현직 대통령에게 의식을 잃게 하는 약사발을 먹게 하여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등의 말도 안되는 억지 설정과 조인식 직전 기적같이 깨어난다는 것 등이 그 대표적 예라 할 수 있다. 

국무총리 캐릭터 역시 그렇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 체제상 대통령과 이념이 맞지 않는 국무총리를 기용한다는 자체가 무리한 설정이고, 또한 쓰러진 대통령을 대신하여 소위 권한대행의 위치에 있는 그가 행하는 정치력은 실로 대통령 그 이상의 통치력(統治力)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무총리는 통일보다는 국가의 안정과 원만한 대일관계를 중시하는 캐릭터이며, 그는 측근인 국정원 서기관 이상현에게 국새발굴을 방해할 것과 만약 국새를 찾는다면 그것을 없애 버리고 최악의 경우 최민재를 제거하라는 지시까지 내린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그렇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집어 치우고 어차피 영화란 다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면 일본에게 상처받고 응어리져 암울했던 지난 100년 전의 역사를 뒤집어 본다는 측면에서는 우리 국민에게 영화 한반도는 한국영화사상 가장 통쾌하고도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기는 하여 아마도 흥행에도 성공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영화의 볼거리라면 비록 실전은 없었지만 자위대 군함과 전투기를 동해로 출격시킨다든지, 발굴된 가짜 국새를 빼앗기 위해 벌이는 자동차 액션, 그리고 정부종합청사 폭발장면 등 영화의 재미적 요소도 두루 갖춘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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