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데이지(Daisy)’는 수채화 같이 아름다운 한 여자를 사랑한 킬러와 형사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만남, 그리고 이들 세 남녀의 다가갈 수도 드러낼 수도 없는 사랑의 아픔을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다.
문득 이 영화를 보면서 김종국이 노래한 ‘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을 영화화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날 부르며 웃는 너
단 한 사람 너만 있어 주면 돼, 이 세상 무엇도 널 대신할 순 없어
baby don't you never cry
아름다워~ 네가 있는 이 세상, 사랑하기에 나는 행복하니깐.’
영화 ‘데이지’는 ‘이 세상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단 한 사람, 날 부르며 웃고 있는 너만 있어주면 행복하다’는 노래가사처럼, 슬프지만 애틋한 세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이며, 사랑하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기에 다가갈 순 없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할렘 중앙광장에서 주말마다 지나가는 손님들의 초상화를 그려주고 있는 거리의 화가 혜영(전지현)의 모습을 건너편 호텔에 숨어서 망원경으로 지켜보고 있는 킬러 박의(정우성)의 마음은 아프기만 하다.
박의는 킬러로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바로 다음날에 전시회를 위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에펜(Epen Limburg)에 온 혜영을 보게 되며, 눈부시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보고 있다가 그녀가 통나무 외다리에서 발을 헛디뎌 냇가에 빠지는 모습을 보고 황급히 달려간다.
그날 이후 박의는 통나무를 튼튼한 다리로 고치고, 매일 4시 15분이면 그녀의 골동품가게 앞에 데이지 화분을 배달하게 된다. 혜영은 자신에게 날마다 데이지 꽃을 보내주는 사람에 대해 호기심 가득한 설렘으로 궁금증을 더해 간다.
“누굴까? 매일 4시 15분이면 내게 꽃을 가져다주는 사람”
어느 날, 마약 범죄조직을 추적하던 국제경찰 정우(이성재)는 그들 아지트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 데이지 화분을 손에 들고 중앙광장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혜영에게 초상화를 그려 달라며 다가선다.
데이지 화분을 본 순간, 혜영은 정우가 자신이 기다리던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정우 역시 그녀의 화사한 미소를 본 순간 처음으로 느끼는 떨림과 사랑이 다가옴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하고 갈등하고 또 헤어지는, 사랑은 영화의 영원한 테마라 할 수 있다. 아니 우리 인간 역사의 시작과 끝이기도 하다. 그 사랑을 만나는 시작과 끝은 모든 사람에게 한결같지 않기에 사랑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수많은 사랑이야기 중에 영화 ‘데이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도 사랑한다고 말 할 수도 다가갈 수도 없어 숨어서 지켜보아야 하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을 받는 것은 지난밤의 촛불이지만, 사랑을 주는 것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이다‘ 라고 한 라이나 마리아 릴케(Rainer M. Rilke)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은 받는 사랑이 아니라 주는 사랑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사랑을 받는 것은 불태우는 것을 의미하며 사랑을 하는 것은 마르지 않는 기름으로 빛을 발하는 것이다.
영화 ‘데이지’는 영화 ‘무간도’로 격찬을 받은 홍콩의 유위강(劉偉強) 감독이 슬프고도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 영화는 가장 유럽적인 도시이며 도시의 어느 곳의 사진을 찍어도 그것이 곧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할렘 중앙광장(Grote Markt Haarlem)과 서정적 교외인 에펜(Epen Limburg)을 배경으로 수채화 같은 영상으로 더욱 더 영화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또한, 영화 ‘데이지’에서 특이한 것은 세 남녀 자신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내레이션 기법을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마치 자신의 친한 친구로부터 속마음을 듣는 것처럼 관객에게 영화에 몰입하게 하고, 영화 속에 더욱 더 바짝 다가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영화 속 주인공들이 한결 가깝게 느껴지도록 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영화 전반부에서는 ‘엽기적인 그녀’ 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보여주었던 전지현의 발랄한 모습에서처럼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를 극대화하고 누구라도 그녀를 보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도록 그녀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기법을 사용한 것은 성공하였다 할 수 있으나, 중반이후 목소리마저 잃어버린 그녀가 온몸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모습에서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사족(蛇足)
영화의 주인공을 굳이 죽일 필요가 있겠느냐 하겠지만, 영화의 전체 줄거리로 봐서는 박의가 죽었어야 함에도 오히려 유일하게 살아남은 자로 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살인 청부업자 조사장을 죽이기 의해 아지트에 갔을 때 이미 그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기에 죽일 수 있는 명분은 충분히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분명 죽었어야 할 그가 아지트에서 혼자 살아 나오게 한 것은 마무리를 너무 가볍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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