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Mr. 로빈 꼬시기’는 외모도 받쳐주고 일에도 적극적이지만 연애에서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남친에게 매번 채이기만 하는 연애 숙맥인 커리어 우먼과 모든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의 준수한 외모와 카리스마까지 갖춘 완벽한 매력남 CEO가 벌이는 좌충우돌 사랑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외국계 M&A 회사에 근무하는 아름다운 매력녀 민준(엄정화)은 아침 출근길에 교통사고를 내고 도망가듯 피했지만 그 피해자가 그녀 회사에 새로 부임한 CEO 매력남 로빈 헤이든(다니엘 헤니)임을 알고 당황스러워 한다.
영화 ‘Mr. 로빈 꼬시기’는 보노라면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였던 영화 ‘작업의 정석’과 여러모로 닮은 듯한 내용인 것을 알 수 있다.
두 영화가 다른 점이 있다면, ‘작업의 정석’이 연애 선수들 간의 묘한 줄다리기 게임이었다면, ‘Mr. 로빈 꼬시기’는 선수와 아마추어간의 어설픈 연애게임이라는 점이 다르다 할 수 있고, 또한 ‘작업의 정석’이 귀엽고 앙증맞은 여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워 남성 관객들로부터 귀여움을 독차지 했다면, ‘Mr. 로빈 꼬시기’는 모델출신의 멋지고 이국적인 매력남을 내세워 여성관객을 유혹한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르다 할 수 있다.
하나를 굳이 더 말한다면, ‘작업의 정석’에는 새로운 만화적 재미가 있었지만, ‘Mr. 로빈 꼬시기’는 여성관객만을 의식한 매력남 만을 부각시킨 듯한 느낌이다.
사랑에는 숙맥인 귀여운 여인과 돈 많고 매력적인 남자가 좌충우돌하며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TV드라마 ‘파리의 연인’이나 영화 ‘귀여운 여인’ 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동안 동서고금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보아왔던 로맨틱 코미디의 가장 고전적인 정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대부분은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먼 황당한 스토리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히 영화의 흐름이 간혹 비현실적인 상황으로 빠져 들 수밖에 없으며, 영화 ‘Mr. 로빈 꼬시기’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 전개상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CEO라는 사람이 처음 만난 여직원에게 그녀의 빗나기기만 하는 연애방식을 비꼬듯 설교하며 “사랑은 이겨야 하는 게임” 임을 강조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런 CEO에게 “사랑을 얻는 게임의 법칙을 알려 달라” 며 부탁하는 여직원 역시 현실감이 떨어지는 대목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더욱 더 난센스적인 것은, 사랑을 믿지 않는다는 그가 엉뚱하게 여직원에게 사랑을 느낀 것이 “처음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부터” 라고 고백하는 것도 아무리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지만 눈에 거스를 정도로 부자연스럽다.
이 영화가 결정적으로 우리네 정서에 맞지 않아 부담이 가는 부분은 단연 마지막 장면이 아닐까 싶다. 로빈(다니엘 헤니)이 민준(엄정화)의 부모와 상견례 하는 자리에서 “사랑은 하지만 결혼은 하지 않겠다” 는 말에 그녀의 부모가 혼비백산 놀라듯, 이 영화는 그래서 그냥 웃으며 볼 수밖에 없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더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은 다니엘의 대사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콘셉트가 이국적이고 도시적인 로맨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의도적 설정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것은 다니엘 자체가 한국어에 서툰 탓이기도 하고 또 그의 외모에만 너무 집착한 탓이 아닐까 싶다.
물론, “한국말이 서툴러 한국말을 할 수는 없지만 한국말을 다 알아 들으니 그냥 한국말로 하고 자신은 영어로 대화 하겠다” 는 등 ‘Mr. 로빈 꼬시기’ 특유의 친절한 설명으로 무마하고 있지만 시종일관 자막처리로 이어지는 대사가 거북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모델출신의 매력적인 남자 다니엘은 이국적 마스크로 분명 뭇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을 만큼 멋진 외모이기는 하지만, 2% 부족하다는 것을 감출 수 없는 다니엘의 연기력은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간혹 부드러운 미소로 여성 팬을 유혹하기는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경직되고 무표정한 얼굴에서 그는 역시 모델이지 배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에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엄정화는 가수라기보다는 이제는 명실상부 물오른 영화배우임을 이 영화에서 다시 한번 입증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다니엘의 환심을 사기위해 벌이는 해프닝과 섹시 춤에 이르기 까지 천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애교스런 그녀의 연기에서 ‘작업의 정석’의 손예진 이상의 앙증맞고 귀여운 연기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볼거리 중에 하나는 단연 아름다운 영화 속 배경이 아닐까 한다. 영화의 콘셉트가 감각적이고 멋진 CEO와 도시의 커리어 우먼을 상대로 하는 연애 이야기이기에 당연히 우중충한 분위기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우아하고 고급스러워야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울의 화려하고 멋진 야경을 타이틀 화면으로 소개하였던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에서 서울의 야경 중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을 소개하지 않아서 못내 아쉬웠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강 유람선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한강의 야경이라든지, 화려한 서울의 밤은 영화 속 달콤한 사랑만큼이나 아름답고 화려하게 담아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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