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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사랑 영화, 청춘만화(靑春漫畵)

by kangdante 202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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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춘만화(靑春漫畵)’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13년간 이어온 순수하고 아기자기한 사랑이야기를 만화 같은 재미로 웃음을 안겨주지만, 예상치 못한 억지 반전(反轉)으로 인해 영화제목처럼 만화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영화이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이후 김하늘-권상우 커플이 다시 만난 청춘만화는 영화제목에서 보듯 젊은 세대들의 사랑과 우정, 익살과 웃음 그리고 풋풋함이 물씬 묻어나는 아름답고 지고지순(至高至純)한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전반부에서는 귀엽고 발랄함이 매력적인 배우지망생 진달래(김하늘)와 성룡 같은 액션배우를 꿈꾸고 있는 스턴트맨 지망생인 몸짱 이지환(권상우)을 통해 이성친구지만 오히려 동성친구 이상으로 친한 남녀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알 듯 모를 듯한 우정과 사랑, 그리고 우리가 항상 접하고 공감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연출함으로써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 있다. 

영화 중반에서는 지환의 학과 친구이자 태권도 선수권자인 영훈(이상우)과 달래와는 달리 개방적 성격이면서 팔등신 미녀인 지민(장미인애)을 각각의 새로운 애인으로 등장시키고, 이들을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느끼지 못했던 사랑과 질투의 묘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새로운 갈등 국면을 전개하면서 관객을 점점 더 흥미로움 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웃음과 재미는 영화의 후반부로 오면서 무참히 깨어지게 되며, 새로운 애인의 출현에 의해 가볍고 아기자기한 갈등을 흥미 있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던 관객에게 혼란스러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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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스턴트맨 촬영에 성공한 기쁨을 제일 먼저 달래에게 전하려고 전화하던 지환은 예상치 못했던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결국 지환은 다리 하나를 잃게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영화 속의 웃음과 유머는 자연히 사라지고 좌절과 방황으로 이야기가 급선회되면서 영화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영화 종반부에서는 결국 이러한 좌절과 방황의 결론을 진정한 사랑은 이런 것이다식의 지극히 교훈적이고 교과서적인 반전을 시도함으로써 영화를 너무 억지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몰고 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러한 이야기 전개는 한 영화에서 가벼운 사랑심각한 사랑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아 보려는 욕심에서 온 과욕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혹자는 새로운 애인의 출현에 의한 가볍고 아기자기한 갈등보다는 관객의 허를 찌르는 순애보(純愛譜) 사랑으로 반전을 시도함으로써 더욱 더 영화의 감동을 주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비현실적이고 작위적인 반전이어서는 감동을 줄 수 없으며 그것은 관객에 대한 모독이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전반적인 흐름은 영화제목에서 보듯 풋풋한 젊은이들의 알콩달콩한 가벼운 사랑이야기이지 순애보 사랑이 필요하다는 식의 심각한 사랑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영화가 사랑은 헌신이다라는 콘셉트로 오늘날 사랑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젊은 세대에 대한 완곡(婉曲)한 메시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감독의 의도가 설사 그렇다 할지라도 그러한 의도는 낱낱이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은근함 속에 진득함을 숨겨 놓는 것이 더욱 더 감동적이지 않을까 싶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눈병이 났다며 가까이 오지 말라 하자 눈을 비비고 있던 달래 손을 자신의 눈에 거침없이 비빈다든지, 평소엔 잘 하면서도 대중 앞에서는 주눅이 드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버스 안에서 어렵게 연기연습을 할 때 지환 옆좌석에서 그녀를 해코지 하려는 자를 몰래 막아 주는 장면이라든지, 아버지와 단둘이서 살고 있는 지환의 양말빨래를 해 주는 것처럼 얼마든지 잔잔함 속에서도 사랑의 감동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순애보 사랑은 뇌졸중으로 인해 식물인간이 된 달래 아빠(최종률)에 대한 엄마(이경진)의 헌신적 사랑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수 있었으며, 또한 달래가 아빠의 손을 잡고 아빠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되었기에 달래에게 까지 헌신적 사랑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영화의 본질을 훼손시키며 작위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헌신적 사랑이 반드시 신체적 결함이 있는 장애자에 대한 배려만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각도에서 접근했다면 보다 현실적이고 감동적인 사랑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또한, 한 동네에서 13년간 친구로 지속되어 왔다는 두 사람의 관계가 너무 단절된 듯한 느낌이다. 마치 13년 전 어린 시절에 좋아했던 두 아이가 13년 만에 대학생이 되어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그들의 기억을 오직 13년 전에만 가두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아버지가 대신해 준 낙서와 뒷동산 비밀아지트, 그리고 아이스케이크 추억 등을 비롯한 어린 시절의 기억들은 모두 13년 전 초등학교 시절뿐이다. 

특히 영화의 엔딩장면이면서 스토리 전개상 그들만의 중요한 장소인 비밀아지트 뒷동산은 지환의 보물창고인 동시에 그들이 처음으로 서로의 우정을 확인한 장소임에도 대학생이 된 지금에서는 그곳을 찾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것이 또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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