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스맨 : 최후의 전쟁(The Last Stand)’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대우를 받는다는 미국식 문화와는 걸맞지 않게 평범한 사람보다 초능력을 타고 난 사람들을 돌연변이라며 적으로 배척하고,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그들은 생존을 위해 인간과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SF영화이다.
영화 ‘X-men 시리즈’의 특징이라면, 인간과는 다르게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하나 뿐인 슈퍼맨ㆍ배트맨ㆍ스파이더맨 등과는 달리 초능력을 지닌 주인공을 하나가 아닌 무더기로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또한 전자가 인류를 구원하는 초인간적인 영웅이거나 권선징악의 수호자였다면, X맨들은 인간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에서 소외된 아웃사이더(outsider)이면서 잠재적인 사회 위협세력으로 인식되어 제거되어야 할 대상들인 것이 다르다.
전편의 ‘X-men 1, 2’가 인간과 돌연변이들과의 갈등이었다면 이번 3편에서는 인간이 돌연변이들의 능력을 제거할 수 있는 백신 '큐어'를 개발하고, 이로 인해 인간과 X맨의 피할 수 없는 한판 대결을 그린 완결편이라 할 수 있지만 마지막 엔딩 뉘앙스에서는 완결판이 아닌 또 다른 불씨를 제공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영화 속의 백신 ‘큐어’는 과연 인간이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들을 치료해 주기 위한 치료제일까? 아니면 자신보다 뛰어난 돌연변이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인간들의 욕심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그래서 모든 현상은 느껴지는 사람의 관점에서 다를 수밖에 없으며 서로간의 불신과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는 것이기도 하다.
영화 ‘X맨, 최후의 전쟁’은 백신 ‘큐어’의 출현으로 인간과 공존하기를 원하는 사비에 교수측(X-men)과 인간들과의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자신을 지키겠다는 강경파 매그니토측(brotherhood)간의 돌연변이 집단간 내분, 그리고 온건파 사비에 교수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죽게 되자 강경파와 인간과의 한판승부가 영화의 주축을 이루며 전개된다.
영화에 의미를 부여하기 좋아하는 평론가들은 엑스맨 영화에 대해 돌연변이 집단인 X-men을 유색인종 등 힘없는 사회적 소수자로 보거나, 미국중심 세계에 저항하는 약소국가들을 상징한다는 등의 거창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영화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다.
또 한편으로는, 미국이 어차피 다양한 가치관과 문화 그리고 이질적 민족으로 형성된 국가인 만큼 자신과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할리우드식 전형적인 SF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특히 만화를 영화화한 소재에서 만화 그 이상의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은 오히려 지나침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의 결말만 보더라도 끝내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결국 기존의 사회를 유지하며 공존하자는 온건파 X-men측의 승리로 끝나는 것으로만 보아도 평론가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메시지 운운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사실, 영화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분석해 볼 때, 돌연변이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대로라면 이미 이 세계는 그들의 의해 지배당하고도 남을 능력들을 그들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런 능력을 지닌 당사자들이 정작 평범한 사람들이 지닌 것 이상의 능력을 지녔다 하여 인간 사회에서 경계와 멸시를 받고 소외당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는 설정은 영화 자체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영화에서 주는 메시지 운운보다는 차라리 영화를 보는 100여분동안 초능력자들이 보여주는 묘기들을 보고 즐기며 한바탕 통쾌함을 느끼면서 영화의 재미를 즐기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X-men들의 능력을 살펴보면 가히 하나하나가 슈퍼맨급이라 할 수 있다.
X맨의 대표적 온건파인 울버린(휴 잭맨)은 고도로 발달된 동물적인 후각ㆍ시각ㆍ청각을 지녔으며 다쳐도 상처가 순식간에 치유되는 비상한 회복력을 지녔으며, X맨의 대표적 강경파인 매그니토(이안 맥켈런)는 자기장을 조절하는 능력이 있어 금속으로 된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으며 세계최대의 철제 다리도 마음대로 움직여 이동한다.
또한, 사비에 교수(패트릭 스튜어트)는 미지의 텔레파시 능력을 보유하여 감각을 초월하는 인식과 다른 사람의 조정할 수 있으며 육체를 떠나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나타날 수도 있고, 미스틱(레베카 로미즌)은 다른 사람의 외모는 물론 지문ㆍ목소리ㆍ망막까지 복사할 수 있는 변신술의 천재이다.
스톰(할리 베리)은 기상 에너지를 감지하고 변화시킬 수 있어 허리케인이나 눈보라 등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몸에서 강한 전압번개를 발생시키고 바람을 일으킬 수 있고, 아이스맨(숀 애쉬모어)은 체내외의 온도를 떨어뜨려 무엇이든 원하는 크기와 모양으로 얼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진 그레이(팜케 얀센)는 마음으로 물건을 움직이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고 염력으로 사물을 움직이게도 하는 등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리치(카메론 브라이트)는 아무리 강력한 돌연변이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그의 앞에선 그 능력이 상실되고 만다.
사족(蛇足)
아쉬운 점이 있다면, 1억6천여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를 들였음에도 너무 많은 돌연변이들의 잔재주를 100분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모두 소화하려 하니 소탐대실(小貪大失)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그들의 초능력에 대한 진면목(眞面目)을 제대로 보여주기 보다는 이것 저것 잔재주만 나열하는 식으로 영화가 전개되다 보니 영화 전편을 통해 긴장감도 없이 느슨한 흐름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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