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율곡로에 자리한 서울공예박물관은 전통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2만여 점의 공예품과 공예자료를 수집ㆍ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라고 한다.
서울공예박물관 상설전시관에는 ‘장인, 세상을 이롭게 하다’를 비롯하여
‘자수, 꽃이 피다’와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등의 주제로 공예ㆍ자수ㆍ보자기 등 다양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자수, 꽃이 피다’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 허동화ㆍ박영숙 컬렉션에서 선정한 자수 병풍을 회화적 관점으로 재조명하고,
일상생활 구석구석을 수놓은 여인들의 마음을 담은 문양의 의미와 자수기법을 소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 자수는 삼국시대에 이르러 크게 발전하였으며,
삼국사기(三國史記)에 의하면 귀족 외에는 자주 장식 의복을 착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자수 병풍은 자수를 놓아 만든 대표적 작품이며,
갈대나 기러기 무리를 표현한 노안도(蘆雁圖)처럼
회화에서 자주 다루는 주제나 이미 그려진 그림을 그대로 수를 제작한 것이 대부분이라 한다.
자수 병풍은 그림 병풍보다 제작에 품이 많이 들지만 입체적이고 화려하여,
통일신라시대 이래 귀족과 부유층만이 누릴 수 있었던 호사품이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실을 만들고 옷감을 짰으나,
5가지 이상의 색실을 사용하여 복잡한 무늬를 넣는 것은 7세기경에야 가능해졌다고 한다.
자수는 반면 그보다 훨씬 앞서 1세기부터 자유롭게 무늬를 만들고 크기와 표현방식에 한계가 없었으며,
직조보다는 자수가 무늬를 자유롭고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더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한반도에 남아있는 오래된 자수 유물은 사슬이 연결된 모양의 수가 놓여있는 조각천이 대부분이며,
고려시대 유물로는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에서 발견된 향낭과 안동 태사묘에 소장된 자수 직물 등이 현재 남아 있다.
조선 후기와 근대 자수 유물은 세월이 많이 흐르지 않아 보존이 잘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많으며,
이는 바느질과 자수를 여성들의 기본 규범으로 강조하였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건에 소망이나 염원을 담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자수가 있으며,
병풍처럼 크고 화려한 물건을 비롯하여 늘 몸에 지니고 활용하는 주머니ㆍ보자기ㆍ안경집ㆍ쓰개ㆍ신발 등에도
원하는 문양과 글자를 수놓았다.
조선 후기에는 장수와 복을 함께 의미하는 수복(壽福)이라는 글자를 즐겨 수놓았다고 하며,
침실에서 사용한 향주머니에도 복을 상징하는 박쥐를 수놓아 소망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였다.
자수의 역사는 길지만 제작자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으며,
조선시대 궁에서 필요한 자수품을 제작한 수방(繡房) 나인들의 이름이나 솜씨가 뛰어 난 인물에 관련된 일화가 더러 남아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근대에 들어 자수가 예술적 가치를 확보하였을 뿐만 아니라 장식 미술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제작자의 이름이 작가이름으로 비로서 기록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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