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째 날 출발
교육훈련 국정과제의 성공적 수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무원 교육훈련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과 말레이시아의 교육기관을 다녀오는 8박9일간의 해외연수가 있었다.
새벽의 차가운 기운을 느끼면서 인천공항행 리무진 정거장인 월곡역을 향해 집을 나섰다. 정거장에는 이미 일행 중 한 사람인 이주사가 뜻밖에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세상은 확실히 좁구나.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대부분의 일행이 이미 도착해 있었다. 이리저리 인사를 나누고 출국수속을 준비하였다. 화물탁송 등 출국에 따른 조치를 모두 마치니 벌써 7시 30분이다.
옆에 있던 안사무관이 대한항공 SKYPASS 마일리지를 설명하면서 이번 여행정도라면 마일리지만으로도 제주도 여행은 거뜬하다기에 SKYPASS를 신청하고 화장실까지 다녀오다 보니 탑승 예정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야 했다.
탑승하는 16번 출구 게이트가 하필이면 맨 끝부분에 있어 출발부터 진땀이 난다. 서울발 마닐나행 KE621 비행기는 예정시간 8시 20분에 서서히 대한민국을 뒤로 이륙하기 시작하였다.
□ 마닐라 향발
비행기는 천천히 이륙하였다. 시속 100km.. 300km.. 그리고 900km 속도와 고도 100,000km를 유지하며 비행기는 마닐라로 향하였다.
서울서 마닐라까지 3시간 30여분이 소요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그리 먼 편이 아닌 듯 싶다. 현지시간이 1시간 늦는 관계로 시간은 1시간 벌었다. 평소에는 아침을 먹지 않지만 오늘은 유난히도 시장기가 돈다. 여행이라는 기분 탓일까.
이제 비행기는 구름위로 날고 있으며 비행기에서 제공되는 비프 스파게티 아침식사를 구름 위에서 하며 공중에서 바라보는 태평양 바다가 구름과 어울려 유난히 아름답다.
□ 마닐라 국제공항 도착
마닐라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필리핀 인사원 직원 3명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이 하였다. 무더운 날씨가 우리를 반길 것 같아 잔뜩이나 겁을 먹었는데 의외로 생각보다는 그리 덥지가 않아 다행이며 우리나라의 평상 여름날씨와 비슷하다.
VIP통관절차를 받으며 우리 일행은 무사히 필리핀 공항을 나와 인사원에서 준비한 버스 도착시간이 조금 지체되어 기다리고는 하였지만 버스에 올랐다. 교통난은 여기도 마찬가지여서 공항에서 시내까지 진입하는 도로사정이 별로 좋지가 않다.
필리핀에서만 볼 수 있는 도로 풍물중 하나인 '지푸니'라는 대중교통수단을 빼놓을 수 없다. 지푸니는 지프 자동차를 개조한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서울랜드에서나 볼수 있을 듯한 양철로 자동차 외양(外樣)을 만들어 온갖 모양들로 치장한 자동차이다. 유리창이 없는 관계로 이쁘게 치장한 차들은 멋있기도 하지만 또한 어찌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는 볼품없는 자동차이기도 하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는 지푸니와 버스 그리고 대부분 중고 자동차들로서 어지간히 매연을 뿜어내는 것이 아니다. 인도를 거니는 많은 사람들이 수건을 소지하고 입막음을 하는 이유가 바로 지독한 매연때문이라고 한다.
시내로 들어가는 공항주변 도로는 영락없는 우리나라 60년대의 모습 그 자체처럼 보이며, 한편으로는 우리나라 소도읍을 연상케 하는 초라한 풍경이다.
□ 대사관 주최 오찬
공항을 지나 상업중심지 도심으로 접어드니 이제야 제법 도시의 모습이 보인다. 곧장 필리핀 대사관 주최 오찬장소가 마련된 가야식당으로 향했다.
한국인을 주로 고객으로 하는 한국 음식점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체로 음식값이 비싸다. 순두부백반 한그릇에 240페소이다. 1페소가 22원인 점을 감안하면, 또한 이 곳 샐러리맨의 한달 봉급이 1,000페소도 채 안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 상상이 안가는 비싼 음식이다.
필리핀에서 우리들의 통역을 위해 대사관에서 추천한 통역인 김희영씨에 의하면 이곳 국민들은 상위계층으로의 신분상승을 꿈꾸기 보다는 체념을 한다고 한다. 조선시대 천민이 양반계층을 넘보지 않고 자신의 신분을 체념하듯이. 21세기에도 이런 생각을 하다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Hotel 체그인
우리 일행은 마닐라 중심가에 자리한 EDSA Singri-Ra Hotel로 향했다. 시내 상업중심가 분위기는 공항주변 분위기는 사못 다르고 차종도 제법 고급차가 많고 도로는 그야말로 주차장을 연상케 하는 교통체증이다.
이곳 필리핀은 10%의 상위계층이 모든 필리핀의 경제를 주도한다고 한다. 또한, 시내 중심가에 자리한 mega mall은 아시아 최대의 쇼핑센타라고 하며 관광일정에 있다하니 그때 보자.
호텔에 도착하였으나 입구에서 우리 일행을 대기시켰다. 맹견까지 동원하여 우리들의 짐을 체크하였다. 한국인들이 마약 등을 소지하는 사례가 많아 그렇다고 하는데 기분은 별로 좋지 않다.
나의 룸메이트는 감사원 김과장으로 나보다 2살 연배이시다. 초면이라 조금은 서먹했지만 앞으로 10여일은 같이 숙식을 할 사람이라 그런지 유난히 가깝게 느껴진다.
□ 노동부 브리핑 불발
여장을 풀고 노동부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호텔을 출발하였으나 도로로서의 기능을 완전 상실한 듯한 교통체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가져왔다.
아무리 교통체증이 심하다고 하지만 10~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를 이토록 2시간여가 소요될 수 있을까 싶다. 천신만고 끝에 노동부 근처에 도착할 무렵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사태가 또 한번 벌어졌다. 직원들이 퇴근을 해서 브리핑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런 사태를 보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교통체증을 염두에 두고 출발 못한 우리의 잘못인지 아니면 아무리 늦었기로 공식 행사를 자기네 마음대로 취소하고 퇴근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지 첫번째 일정부터 어긋나는 것이 왠지 기분이 안 좋다.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우리와 동행한 인사원 직원은 이 사태에 대한 한마디 해명이나 사과의 말도 없다. 노동부차관 접견이 예정되었던 일정인데.
□ Rizal 공원 관광
어쩔 수 없이 노동부 브리핑은 취소하고 저녁만찬까지 시간이 있어 관광을 먼저 하기로 하였다.
Rizal Shrine(리잘 聖地) 옆에 위치한 Santiago 요새는 수세기에 걸쳐 필리핀인의 용맹과 영웅적 행위를 증언하기 위해 건축된 것으로 영화에서 본 것처럼 해상 위에 지어진 감옥이다. 땅굴을 파서 빛도 주지 않고 음식도 주지 않은 채 죽였다는 사실에 감옥구조가 사못 무섭다.
□ 마닐라만 해상식당 만찬
Rizal공원 관광 후 노동부에서 마련한 만찬장인 해상식당으로 향했다. 해상식당이어서 그런지 모든 메뉴가 새우찜ㆍ생선찜 등 해물이다.
노동부 Risa국장(젊은 여성인데 아마도 직위분류제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의 주재로 간단한 인사로 상견례를 하였다.
식당 밴드(?)가 우리 식탁주위에 몰려들어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준다. 그리고 우리가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는 것을 알고는 한국가요도 친절히 불러준다. 아리랑ㆍ사랑해 등.. 특히 '사랑해'는 이곳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노래인 듯 이후에도 자주 듣게 되는 노래였다.
식사를 마치고 Hotel로 돌아가는 마닐라만의 야경은 휘황찬란하도록 아름답다. 도로주변을 휘황찬란하게 하는 온갖 네온사인이 그렇고 아름답게 꾸며놓은 가로등이 또한 그렇다.
도로교통 사정만 좋다면 버스에서 내려 마닐라만의 야경을 마음껏 즐기고 싶지만 그럴 수만도 없는 것 같다.
□ 노천 카페에서 와인 한잔
막상 호텔에 되돌아 왔으나 이국에서의 첫날밤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기에 이번 우리 해외연수의 단장이신 한부장님과 황사무관, 남사무관, 그리고 김과장과 나는 호텔을 나섰다.
호텔주변 plaza의 도로를 통제하고 노상 무대를 만든 노천 카페로 갔다. 기온이 더운 관계로 이곳은 이런 류의 카페가 많은 듯하다. 무대에서 들려오는 흥겨운 노래소리를 안주삼아 와인 한잔으로 낯선 이국땅 필리핀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서울에 전화를 하려 하였으나 하는 방법도 모르고 시간도 너무 늦은 것 같아 포기하고 말았다. 조금은 미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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