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 in Corea)’은 신라 천년역사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석굴암 본존불상의 3,0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 미간백호상(眉間白毫相) ‘동방의 빛’을 쟁취하기 위해 일본군과 독립투사, 그리고 도둑들이 벌이는 웃기면서도 스릴 넘치는 액션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45년 8월 12일이라는 자막에서 시작되는 것에서 보듯, 머지않아 이 영화의 마무리는 어두웠던 일제 터널로부터 벗어나 해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코믹한 내용을 떠나서도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한편, 이 영화의 전반적 흐름이 수 백 년 된 신라의 다이아몬드 보석을 탈취하기 위해 벌이는 뺏고 빼앗기는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는 액션 어드벤처 영화이기는 하지만, 영화 ‘미이라’나 ‘인디아나 존스’와 같이 태고(太古)의 신비로운 장면을 통한 스릴 넘치는 모험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코믹 오락영화에 가깝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는 독립투사들의 독립운동도 코믹하게 다루고 있으며, 흔히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독립투사들처럼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목숨 바치는 등 진지하거나 심각한 인물 캐릭터도 아니기에 진한 감동 같은 것은 없다 할 수 하겠다.
다만, ‘동방의 빛’ 탈취범을 유인하여 다이아몬드를 찾아내기 위해 야마다 중위(김수현)가 무작위로 조선인 100명을 잡아들여 학살하려는 장면이라든지, “대한독립만세, 기여 아니여?.. 기여!!..." 하며 마지막 일본 군부의 최고 권력자인 총감 암살 작전에서 보인 경성 재즈클럽 미네르 빠(Bar)의 사장(성동일)과 요리사(조희봉)의 비장함에서는 역사의 아픔에 대한 또 다른 감회를 갖게 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재미는 아무래도 고고학자ㆍ사업가ㆍ사기꾼 등으로 시시때때로 변신하다 마지막 반전으로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는 봉구(박용우)의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때로는 능청스럽고 능글맞은 사기꾼이지만 조금도 미워 보이지 않는 그를 통해, 자칫 이 영화가 값싼 코믹영화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매력과 버팀목 역할을 해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미네르 빠의 사장과 요리사 두 사람의 주연 같은 조연 연기가 영화의 재미를 한층 더해 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할 수 있다.
코믹연기는 관객이 부담스러워하지 않을 만큼 가벼운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 좋다. 그런 측면에서 미네르 빠에서 야마다 중위와 봉구가 벌이는 결투 도중에 벽에 걸린 일장기 뒤에 숨겨져 있던 태극기가 애꿎게 드러나자 이를 황급히 걷어내었으나 이번에는 ‘대한독립만세’, ‘김구 사진’들이 연달아 나오는 장면에서는 웃음과 함께 감동도 느끼게 한다.
한편으로 ‘동방의 빛’을 싣고 가는 열차를 폭파하기 위해 박격포를 준비하였으나 포신규격이 맞지 않아 우왕좌왕하는 그들의 모습들에서 꾸미지 않은 웃음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또한 일제에게 강점당한 지 36여 년이 지난 그 시절, 조선의 독립이라는 정치적 이유보다는 오직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본인 행사를 해야만 했던 많은 조선인들의 가슴 아픈 역사의 한 면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무거워짐이 느껴지기도 한다.
야마다 중위처럼 조선인의 신분을 떠나 어떻게 하면 철저한 일본인이 될 수 있을까 에만 고심한다든지, 또한 철저하게 일본인으로 위장한 신분에서 어느 순간 조선인이라는 신분이 드러나는 순간 그동안의 모든 공든 탑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조선인이지만 살기 위해 일본인 행세를 해야만 했던 처절한 그들에게 마냥 조국을 배신한 매국노라며 손가락질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는 것도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초반 경성 최고의 가수이면서 ‘해당화’라는 이름으로 의적(義賊) 행세를 하며 “러시아로 가서 멋진 재즈 바를 차리겠다.” 는 춘자(이보영)의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그녀를 통해 뭔가 마지막 반전의 카드가 활용할 줄 알았는데 의적은 고사하고 보석만을 탐내는 한 낫 좀도둑으로 흐지부지 끝내버리는 마무리가 너무 아쉽다.
또한, TV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이보영의 연기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그녀의 말투가 영화 내내 마음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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