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하고 답답한 범죄스릴러 영화, 추격자

 

요즘은 한국영화의 전성기라 할 만큼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과 함께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한때는 한국영화의 위기를 말하며 스크린 쿼터제까지도 있었던 때도 있었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은 저절로 찾아온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도 같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추격자’는 우리나라 범죄스릴러 영화의 진면목을 보여준 영화라 할 수 있으며 한국영화의 진가가 최근에 부상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저력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우리나라 범죄스릴러 영화 중에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ㆍ‘신세계’ 등 두 남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살인을 주제로 하는 어둡고 칙칙한 소위 브라더 캐미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영화 ‘추격자’ 또한 두 남자 주인공을 중심으로 사이코패스 살인자에 의한 무차별적인 연쇄살인을 소재로 하여 만든 어둡고 칙칙한 영화이지만, 살인을 주제로 한 기존의 일반 영화와는 접근방식이 조금 다른 새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미스터리 범죄스릴러가 아니라 범인의 정체와 끔찍한 살해 장면을 초반부터 관객에게 공개해 놓고, 또한 범인이 버젓이 자신이 죽였다고 하는데도 이에 무성의하게 대처하는 무능한 경찰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답답함을 유발하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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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안 팔았어요. 죽였어요… 근데 그 여잔 아직 살아있을걸요?”

이처럼 이 영화는 끔찍함과 답답함으로 인해 영화 내내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게 하고 화면으로부터 시선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범인을 밝히고 시작하고 또한 그 흔한 반전다운 반전도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긴장감도 없고 재미는 더 더욱 없을 것이라 생각하였다면 그건 오산이다. 

영화 '추격자'의 관전 포인트는 아마도 영화 내내 관객이 느끼는 답답함이 아닐까 한다. 끔찍한 살인자를 관객은 알고 있지만 쉽사리 단서를 잡지 못하는 한심한 경찰을 보면서, 아니 오히려 범인을 옹호하는 듯한 경찰 수사에서 관객들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답답함을 느끼게 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관객의 뒤통수를 치는 멋진 역발상(逆發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는 아무래도 비리를 저지르고 경찰에서 쫓겨난 후 출장 안마소를 운영하는 엄중호(김윤석)와 어수룩한 말투와 태도에서 도저히 연쇄 살인마라고 상상도 할 수 없을 듯한 사이코패스 지영민(하정우)의 캐릭터가 아닐까 한다. 

영화 ‘타짜’에서 ‘아귀’ 역할로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았던 김윤석과 사이코패스 캐릭터를 열연한 하정우는 이 영화의 캐릭터를 기대이상으로 연기함으로써 영화의 재미를 한 단계 높인 일등공신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영화 ‘추격자’의 아쉬운 점은 사건의 전개와는 관계없이 미진의 딸 은지(김유정)가 차에서 기다리다 엄마를 닮은 여자를 쫓아가다 길바닥에 쓰러져 죽어있는 모습이라든지, 여형사(박효주)로부터 미행당하던 지영민이 슈퍼에서 미진을 살해한 이후의 전개 등은 이야기 전개상 불필요한 내용이나 스토리의 절정을 놓친 사족(蛇足) 부문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감금당해 있던 집으로부터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김미진(서영희)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사건을 신고하기 위해 슈퍼가게로 들어갔지만, 때마침 경찰서에서 풀려나 집으로 가던 지영민이 담배사려고 들어간 슈퍼에서 또 다시 만나게 되고, 끝내 살해당하고 만다. 

영화는 여기서 끝나야 했다.

관객들은 두 번씩이나 죽음을 공포를 겪어야 하는 김미진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또한 이 영화 특유의 끔찍함과 답답함을 느끼면서 관객들은 이 영화에 대해 좀 더 깊은 여운이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지영민이 살해현장을 떠난 이후의 설정은 미행하던 여형사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못한 탓도 있겠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관객에게 의혹과 지루함만 더 느끼게 하는 사족(蛇足)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