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조폭이나 깡패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대부분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흥행에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조폭 영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친구’를 비롯하여 범죄와의 전쟁ㆍ비열한 거리ㆍ우아한 세계ㆍ투사부일체ㆍ신세계 등 생각나는 영화들만 나열해 보아도 이들 영화들은 흥행에 성공을 거두며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영화들로 기억되고 있다.
깡패라는 캐릭터가 멋져 보여 그런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들과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계에 대한 관음증(觀淫症) 내지는 궁금증 때문일까, 이도 저도 아니면 사회로부터 소외된 그들에 대한 일종의 애증(愛憎)이 교차하기 때문일까?
영화 ‘영화는 영화다’ 역시 깡패를 소재로 한 영화이다. 깡패에 관한 영화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배우가 되고 싶어 했으나 깡패라는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남자와 자신과는 또 다른 삶이라 할 수 있는 남의 인생을 살아가는 한 배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만 하더라도 영화의 내용들을 속속들이 이미 다 알아버린 것 같고, 깡패와 배우 간의 밀고 당기는 별 볼 일없는 그저 그런 영화로 치부하며 별로 관심에도 없었고 기대하지도 않았던 영화이기도 하였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회의(懷疑)를 가져보기도 하고, 또한 남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하며 너무도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배우를 꿈꿨지만 깡패가 되고 만 이강패(소지섭)에게 내뱉는 장수타(강지환)의 대사가 그렇다. “왜 그러고 살아요? 나중에 자식들한테 창피하지 않겠어요?
또한, 연기는 마음대로 안 되고 상대 배역에 대해 사고만 터뜨리는 수타에게 “폼은 카메라 앞에서나 잡아야지! 어차피 연기는 다 가짜 아냐? ” 하며 빈정거리는 강패의 대사가 또한 그렇다.
이 영화는 ‘영화는 영화다’라는 특이한 제목에서 보듯 영화 속에 또 하나의 영화를 본다는 점에서 처음 생각했던 것 이상의 재미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재미는 영화 속 픽션과 실제의 현실이 맞물리면서 벌어지는 고뇌와 갈등, 그리고 현실과 영화의 결말이면서 이 영화의 백미(白眉)이면서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진흙 뻘에서의 촬영을 통해, 적대적 감정으로 시작한 두 사람의 감정이 서서히 녹아가며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심리적 접근이 볼만하다 하겠다.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영화로 돌아온 소지섭의 우수에 젖은 캐릭터가 영화에 활력을 더해 주며 영화를 더욱 살아있게 만든 것 같다.
또 하나 흥미로운 것은 영화가 시종일관 소지섭과 강지환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이루어지고 있어 자칫 단조로울 수 있는 영화 내용에, 양념적 역할을 하며 제대로 된 진짜 액션영화를 찍고 싶어 하는 봉 감독(고창석)의 능청스러운 연기도 이 영화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아쉬움이라면, 깡패가 깡패답지 않은 설정과 배우가 배우답지 않은 설정으로 인해 영화가 영화 이상의 공감대를 같이하지 못하고 그냥 영화 속 영화로 끝나버린 느낌이다.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식을 거래로 한 잔인한 범죄스릴러 영화, 용서는 없다 (62) | 2023.01.28 |
---|---|
잔잔한 감동이 있는 음악영화, 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 (55) | 2023.01.21 |
코믹하면서 의미 있는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Once Upon A Time) (59) | 2023.01.07 |
끔찍하고 답답한 범죄스릴러 영화, 추격자 (53) | 2022.12.31 |
크리스마스에 보기 좋은 달달한 영화, 사랑의 레시피(No Reservations) (50) | 2022.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