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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허술한 스토리지만 섬뜩한 영화, 검은 집

by kangdante 2023. 2.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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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공포영화하면 한() 맺힌 처녀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오거나, 억울하게 죽은 원혼(寃魂)이 차례차례 복수하는 영화를 생각하겠지만 의외로 공포영화에는 장르가 많다.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나 사건을 추리해 가는 미스터리 호러(mystery horror), 토막살인 등 잔인하고 징그러운 하드고어 호러(hard gore horror), 그리고 혐오스러운 연쇄살인이 계속되는 슬래서 호러(slasher horror) 등 그 종류는 다양하다. 

영화 검은 집은 자신의 자식이나 남편을 살해해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조금도 마음의 동요를 일으키지 않는 사이코패스(Psychopath)라는 특이한 정신적 장애자와 보험회사 직원 간에 벌어지는 끔찍하고도 충격적인 하드고어 호러 영화로, 관객에게 섬뜩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가 토막살인을 다룬 일본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사실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에서 인간을 마치 통나무 다루듯이 생체 실험을 저지른 마루타가 생각나 조금은 마음이 씁쓰름하지만 모처럼 전율을 느끼기에 충분한 공포영화를 만난 것 같다. 

요즘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두뇌공조드라마에서는 주인공 뇌신경과학자가 사이코페스이기는 하지만 사이코패스라 할지라도 자신이 뇌를 통제할 수 있으면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없다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이코패스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 같다. 

범죄 심리학자에 의하면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기 때문에 웃는 모습과 우는 모습을 구분할 수 없으며, 자신은 고통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희생자에 대한 죄책감이나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스스로를 자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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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검은 집은 소심하고 우유부단한 보험회사 직원 전준오(황정민)“자살해도 보험금이 나오나요?”라는 의문의 전화를 받은 후, 고객인 박충배(강신일)의 요구에 의해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 그의 아들이 목매 자살한 광경을 처음 목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아들이 자살했음에도 슬퍼하기는커녕 너무도 태연한 박충배의 행동에 의심을 품게 된 전준오는 아들이 자살이 아닌 타살임을 직감하고 보험금 지급을 유보시킨다. 

한편, 박충배의 아내 신이화(유선)에게도 3억원의 생명보험이 가입된 사실을 알게 된 전준오는 또 다른 살인을 직감하고, 아들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며 그녀의 살해 위험을 경고하지만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냉정하기만 한다.

“그럼 남편을 죽여주세요!!”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는 영화 전반에 걸쳐 관객에게 전율과 공포를 안겨주지만, 논리적으로 볼 때에는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점과 필요이상의 사족(蛇足)이 많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 영화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무슨 상을 수상하였다며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스토리 구성의 엉성함이 곳곳에서 엿보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개인정보와 과학수사가 이름만으로도 그 사람의 모든 정보가 낱낱이 공개되고 머리카락 한 가닥으로도 신원을 밝혀낼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2명의 전남편으로부터 사망보험금을 탄 전력이 있는 신이화이기에 전력조회를 한번만 확인해 보면 너무나 쉽게 드러나는 사실이건만 아들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고 주장하는 보험사 직원 전준오에게 경찰은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안주려고 별짓을 다한다.” 며 빈정거릴 뿐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경찰의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검은 집 지하실이 불타고 그 속에서 발견된 시체를 그냥 신이화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내리는 것도 그렇다. 

아무리 불에 탄 시신이라 할지라도 신원을 확인하여야 하는 것은 경찰수사의 기본일 것이고 더더구나 지하실에 널 부러진 시체들은 여자가 아니고 모두 전남편들이었음에도 이를 간과한 것이다. 

또한, 전준오가 어린 시절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동생에 대한 아픈 기억과 소심하고 동정심이 많은 탓이라고는 하지만, 마지막까지 자신을 죽이려 했던 신이화를 불타는 집에서 구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장면에서는 공포영화라기 보다는 멜로영화를 보는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저 안에 사람이 있어요." 

 

사진출처 : Daum영화

 

더욱 실소(失笑)를 머금게 하는 장면들이라면, 검은 집 지하실 격투장면에서 아무리 신이화가 칼을 들었다 해도 건장한 남자인 전준오가 다리를 절뚝거리는 여자와의 대결에서 쩔쩔매며 당하기만 하는 장면이라든지, 입원해 있던 전준오의 애인 장미나(김서형)마저 처참한 모습으로 지하실에 끌려가 있는 장면 등에서는 절름발이 가련한 그녀가 마치 괴력을 지닌 마녀로 느껴질 만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보면 한편으로 어차피 공포영화란 반드시 논리적일 수만은 없을 것이므로 사이코패스라는 특이한 캐릭터에서부터 주조연들의 열연까지 감안하여 쇼킹하고 흥미로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나약하고 순진한 캐릭터에 맞추기 위해 엄청난 체중감량까지 하며 또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 황정민를 비롯하여 남자들의 보호본능을 일으킬 정도로 가련하면서도 얼음처럼 차가운 사이코패스로 열연한 유선, 그리고 언제나 이웃집 아저씨처럼 편안한 얼굴에서 표정 없는 음산한 연기가 어울렸던 강신일 등 이들의 열연(熱演)은 관객들을 공포 속으로 몰아가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의 반전(反轉)이 영화 중반부터 시작되어 반전의 시기가 너무 빠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영화 검은 집의 묘미는 역시 반전이 아니었을까 한다. 

영화의 스토리가 단순하다보니 러닝타임이 짧을 수밖에 없고 결정적 반전 역시 영화 중반에 시도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할지라도, 불에 타 죽은 신이화를 다시 살리는 재반전을 시도한 것은 오히려 쓸데없는 사족(蛇足)의 결과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그 결과 관객의 집중도를 흐트러뜨리고 영화의 완성도마저 떨어뜨리는 누()를 범하고 만 것이다. 물론, 러닝타임 104분이 말하듯 그렇지 않았다면 영화의 스토리 전개상 1시간짜리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신이화와 박충배을 보면서 무섭다’, ‘섬뜩하다라는 느낌과 함께 애처롭다는 생각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냥.. 사람이었어요.” 라고 말한 전준오의 느낌과 같았기 때문일까? 

 

사진출처 : Daum영화

 

사족(蛇足) 

이 영화에는 의문점이 정말 많다. 검은 집 지하실에서 2명의 전남편에 대한 살인이 있었음에도 죽은 자에 대한 경찰수사는 왜 없었을까?, 지하실의 전남편 시체들로 인해 시체 썩는 악취가 심하였을 텐데 전준오가 검은 집에 처음 방문했을 때 그걸 왜 느끼지 못했을까? 

박충배와 신이화가 모두 사이코패스라면 사람의 감정이 없다는 이들에게 과연 사랑의 감정이 있어서 결혼한 것일까?, 사이코패스는 감정이 없는 사람이라 했는데 신이화가 죽은 사실을 알고 박충배가 안타까워하는 표정은 무엇이었을까? 

전준오가 안타까워하는 마음처럼 사이코패스는 아니지만 박충배 역시 신이화가 너무 애처로워 결혼한 맹목적 사랑일까?, 남편 살해 후 받은 거액의 보험금들을 그녀는 과연 어디에 사용하였을까? 등등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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