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선택함에 있어서 어떤 장르의 영화를 좋아하는가는 사람마다 취향에 따라 다르다. 장대한 스케일의 SF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미스터리한 범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그리고 유쾌한 웃음과 사랑이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 등 사람마다 취향이 다양하다 하겠다.
필자(筆者)처럼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영화를 보는 시간만큼은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선남선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통해 재미와 웃음을 선사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그동안 우리 영화나 허리우드에서 수도 없이 많이 제작된 장르라 할 수 있으며, 흥행 면에서도 폭발적인 대성공을 거두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대체로 관객들의 좋은 호응과 함께 중간 이상의 흥행성적을 거두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이처럼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끊임없이 개봉되어도 관객의 사랑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가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것이고, 영화 속 주인공들의 로맨틱한 사랑을 통해 관객들은 대리만족을 느낄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동안 부담 없이 웃고 즐길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로맨틱 코미디가 영화의 단골소재로 더할 나위 없이 즐겨 사용할 수 있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들 영화의 대부분이 처음에 우연히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갈등이라는 클라이맥스를 거쳐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뻔한 스토리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관객들이 식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는 남녀가 사랑할 때 느끼는 오묘한 연애심리를 여러 명의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관객에게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로맨틱 영화가 여자들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거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을 이루어 가는 과정을 주 내용으로 하지만, 이 영화는 영화 제목에서 보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남자들 때문에 속 태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이 차별화라면 차별화된 소재라 할 수 있다.
영화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의 주요 캐릭터만 살펴보아도 남자의 속내를 알 수 없어 속 태우는 여자들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소개팅으로 만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애프터 전화가 없다며 안타까워하는 지지(지니퍼 굿윈)라든지, 사랑한다면서 결혼은 하지 않은 채 7년 동안 동거만 하려는 남자가 야속한 베스(제니퍼 애니스톤), 정작 자신의 남편은 바람을 피우고 있음에도 친구들의 연애상담 조언자로 나서고 있는 재니(제니퍼 코넬리), 그리고 슈퍼에서 우연히 만난 그 남자가 유부남이기는 하였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줄만 알았는데 정작 부인 앞에서는 그녀를 옷장에 숨기자 울분을 터트리는 안나(스칼렛 요한슨) 등이다.
이처럼 이들 여자 주인공들은 상대방이 나를 사랑하는 줄 알았는데 정작 그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하고, 자신은 그를 사랑하는데 상대방은 나를 사랑하지 않아 실망하기도 한다.
또한, 정작 사랑이 가까이 다가왔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주저하는 이유들에 대해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를 통해 설명하며, 사랑이 뒤틀어진 이유가 바로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라고 단순한 대답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복잡하고 오묘하기 이를 데 없는 남녀 간의 연애심리를 그렇게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기도 하다. 또한, 마지막에 반전이라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카드를 시도함으로써 기존의 로맨틱 영화의 패턴을 결국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 영화의 아쉬움이라면 영화는 TV드라마와는 다르게 접근하여야 한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TV드라마는 방영시간이 길기 때문에 오히려 내용을 에피소드 식으로 전개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으나, 영화는 2시간여의 짧은 시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이야기를 마무리하여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따라서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남녀 간의 연애심리를 다양하게 조명해 보겠다는 의도는 좋았지만 선택과 집중이 부족하다보니 영화가 전반적으로 늘어지며 지루하다는 느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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