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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잔잔한 미소와 여유로움이 있는 영화, 어느 멋진 순간(A Good Year)

by kangdante 2024.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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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멋진 순간(A Good Year)’은 돈 버는 것이 삶의 전부라 생각하는 뉴욕 증권가의 최고 펀드 매니저이며 능력도 있고 돈도 많은 바람둥이 영국남자가 어느 날 예기치 않은 상속문제로 가게 된 프랑스의 시골 포도원에서, 어린 시절을 뒤돌아보며 진정한 사랑과 인생의 참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최근 우리나라 영화 중에는 인기 있는 웹툰이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제작되고 있으며, 또한 호평 받은 원작처럼 대부분 흥행에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영화 어느 멋진 순간역시 소설을 영화화 한 작품으로, 이와 같은 추세는 영화 소재의 고갈까지는 아니겠지만 소설이나 웹툰을 통해 작품으로서의 공감대가 이미 독자들에게 검증된 탓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 출처 : Daum

 

뉴욕 증권가에서 채권선물거래를 전문으로 펀드 매니저 맥스 스키너(러셀 크로우)는 돈과 여자가 인생에 있어서 최고라 떠들며 주위사람들로부터의 나쁜 평판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욕먹는 것을 즐겨하는 바람둥이 기질도 다분히 있는 건방지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 여자, 이거면 인생 최고 아냐?”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거대한 유산을 남기고 삼촌 헨리 스키너(알버트 피니)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고, 지난번의 불공정 채권선물거래 비리에 연루되면서 회사로부터 휴직 징계를 당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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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Daum

 

삼촌의 유산을 비싼 가격에 팔기로 결심하고 그의 친구이자 부동산업자인 찰리 윌리스(톰 홀랜더)에게 고가로 팔아 달라고 부탁하고 직접 프랑스의 프로방스 포도원으로 간다. 포도원으로 가는 비포장도로에서 맥스는 한눈팔고 운전하다 섹시하고 아름다운 프랑스 여인 페니 샤넬(마리옹 꼬띠아르)이 타고 가는 자전거를 보지 못하고 사고가 나며 자전거가 언덕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도 모른 채 삼촌의 집에 도착한다. 

며칠 후, 맥스는 머리를 식히기 위해 동네 카페를 찾았는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페니 샤넬을 만나게 되며, 그녀는 느닷없이 치마를 치켜들며 당신 때문에 난 사고라며 그에게 멍든 엉덩이를 보여준다.

 

사진 출처 : Daum

 

영화가 관객으로부터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우선 관객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무리 심오한 내용이 담긴 영화라 할지라도 관객이 그 내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감독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그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영화는 특히 소설과 달라서 영화 흐름에 의문이 있거나 지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 부분이 있을 때 이를 되돌려 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영화 속성상 2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 보았던 영화 프레스티지는 크리스토퍼 놀란(Christopher Nolan) 감독에 휴 잭맨(Hugh Jackman)과 크리스찬 베일(Christian Bale)이 열연한 영화로, 최고를 향한 마술사들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사랑과 배신이라는 훌륭한 영화적 소재를 지녔음에도 흥행에 실패한 것이 기억난다. 

영화 프레스티지는 내용 자체가 어둡기도 하지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을 복잡하게 함으로써 내용을 이해하는데 다소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사진 출처 : Daum

 

보통의 영화 관람자가 무슨 내용인지 통 이해 할 수가 없네라고 한다면, 영화 속에 그 어떤 심오한 메시지가 있을지라도 영화가 설혹 작품성이 인정된다고 할지라도 흥행에는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 어느 멋진 순간은 상투적이고 뻔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소재임에도 잔잔한 미소와 여유로움, 그리고 인간적 따스함과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한편,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카리스마 넘치는 글래디에이터에서 변신한 러셀 크로우(Russell Crowe)가 아닐까 한다. 

남성미 넘치는 글래디에이터와는 전혀 다른 장르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기에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캐릭터지만, 이 영화에서 그는 밉지 않은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매력을 보임으로써 역시 명배우에게는 정해진 캐릭터가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사진 출처 : Daum

 

사실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그러하듯, 이 영화 역시 자칫 진부하다는 평을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영화 어느 멋진 순간에서 무언가 드라마틱한 내용이나 또 그 이상의 무엇을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일 것이다. 

오히려, 이 영화에서 즐길 수 있는 재미는 낯익은 팝에서 샹송에 이르기까지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은은하면서도 정겨운 OST 음악이라든지, 아름답게 펼쳐지는 프로방스 포도원과 한가로운 시골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여유로움, 그리고 누구나 고향을 떠났을 때 떠오르는 고향집 구석구석 하나하나의 추억 등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바로 그런 것들이 이 영화의 볼거리가 아닐까 한다. 

영화 어느 멋진 순간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분명한 것 같다. 불공정 채권거래로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는 주변사람과 그의 부하 직원에게 승리가 전부는 아니다! 승리는 유일한 선택이다!” 를 외친다던지, “중요한 건 타이밍이야.” 라며 오직 돈 버는 데에만 정신을 집중해야 하는 숨 막히는 도시에서의 물질적 성공보다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골 포도원에서 아름다운 여인과의 생활을 대비시키면서 당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또, 어떤 삶을 원하는지 비교해 보라는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사진 출처 : Daum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후 마음 한 구석에는 그가 복잡하고 찌든 도시의 삶에서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라 프로방스 포도원에서 여유롭고 편안한 긴 휴식을 즐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지금은 그 생활이 좋겠지만 몇 달 있으면 심심하고 무료할 것"이라는 친구 말에, 아름다운 페니 샤넬에게 키스하며 그녀와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고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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