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은밀한 유혹’은 수천억 원대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는 마카오의 카지노그룹 회장과 결혼하여 신데렐라를 꿈꾸는 간병인 여인의 사랑과 유산상속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살인에 대한 범죄 영화라 할 수 있다.
일반 서민적 여인이 재벌 회장과 결혼하여 부인이 되고 그 후 가족 간의 재산상속을 둘러싼 갈등과 음모, 그리고 살인으로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는 영화나 드라마의 단골 소재라 할 만큼 많다. 고아원 출신 간병인 여인이 나이 많은 재벌회장을 유혹하여 결혼하면서 신데렐라를 꿈꾸었으나 가족 간의 갈등으로 암투를 벌이는 드라마에는 김희선과 김선아 주연의 ‘품위있는 그녀’가 제일 먼저 생각나기도 한다.
요즘에는 오래전에 부인과 사별하고 수시로 봉안당으로 부인을 찾아가는 재벌 회장과 결혼 한지 열흘 만에 과부가 된 여인과의 사랑이야기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를 들 수 있지만, 처음부터 재벌 회장의 상속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이 영화와는 달리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고 사랑에는 진심이라는 점이 이 영화와는 결이 다른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 드라마와 이 영화가 비슷한 점은 재벌 회장이 처음에는 여성에 대해 일도 관심이 없었으나, 전부인의 인성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사랑하게 된다는 점에서는 비슷한 설정이기도 하다.
믿었던 친구에게 사기를 당하고 고스란히 빚을 떠안게 되어 중국 사채업자들에게 쫓기며 협박받던 지연(임수정)은 카카오의 어느 술집에서 재산가 재벌 노인이 한국인 간병인 여자를 구한다는 정보를 알게 되고, 그녀 앞에 나타난 성열(유연석)은 지연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은밀한 제안을 하게 된다.
간병인을 구하는 카지노그룹 회장(이경영)의 아들이기도 한 성열의 제안은 회장이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는 유언장을 남겼기 때문에 회장을 유혹하여 결혼하여 유언장을 수정하고, 유산을 상속받으면 자신과 절반씩 나눠 갖자는 제안이었다.
성열의 제안을 받은 지연은 처음에는 그녀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어렵고 위험한 제안이었기 때문에 난색을 표하며 거절하였지만, 집으로 돌아왔을 때 또 다시 빚 독촉을 당하게 되자 위험한 제안인줄 알면서도 한편으로는 성열에게서 묘한 감정을 느끼며 승낙한다.
지연은 성열에게서 회장은 성질이 괴팍하고 심술궂을 뿐만 아니라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인물이라는 정보를 사전에 공유하고, 지연은 성열과 함께 회장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의상 등으로 모습을 변신하고 회장이 기거하고 있는 라이징선 호화 요트에 오르고, 그녀는 마침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난 회장을 만나게 된다.
만나는 초면부터 회장은 면전에서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자신을 돌보는 것이 이익이라고 하자, 지연은 예의를 갖춰주시라고 회장에게 사전 각본대로 면박을 주기도 한다.
한편, 요트 선상 수영장에서 수영을 즐기다 수영장 바깥으로 나오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던 회장은 지연에게 100달러를 주겠으니 담배상자 열쇠를 달라고 한다. 지연은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고 거절하자 이번에는 자동차 한 대 값의 보석을 보여주며 열쇠를 달라하자 이 또한 거절하고 만다.
회장은 불같이 화를 내며 담배를 가져오라 명령하자 지연은 회장 곁을 떠나 버리고, 성열을 만나 아무래도 쫓겨날 것 같다고 하자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한다.
어느 날, 요트 선상에서 파티가 열리자 회장이 보는 앞에서 성열과 함께 춤을 추기도 하고, 의도적인 것인지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지연이 쓰고 있던 모자가 바다에 떨어지게 되자 성열이 바다에 뛰어내려 건져온다.
요트 선장과 함께 장기를 두고 있던 회장은 지연의 훈수 덕분에 이기게 되자, 회장은 지연에게 장기 한판 두자고 제안하면서 게임에 이기는 사람의 소원을 들어주자고 한다. 장기에서 이긴 지연은 회장에게 피아노를 연주해 달라고 요구하지만 회장이 돈지갑을 던져 주자 지연은 이를 거절한다.
회장은 피아노에 대한 아픈 사연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며 피아노 연주를 거절한 사연을 이야기 하자, 지연 또한 자신의 옷을 사 오다 교통사고를 당한 어머니의 대한 아픈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그 후로는 옷가게 근처에도 안간다며 회장에게 사과하고 돌아서자, 뒤에서 회장의 피아노 연주소리가 들린다.
어느 날, 요트 선상 낚시를 즐기고 있던 회장이 엄청난 물고기를 낚시에 걸려 온몸으로 낚시대를 올려 보지만 힘이 부치는 듯 보여 옆에 있던 칸(마붑 알엄)이 낚시줄을 끊어버리자 회장이 노발대발한다.
회장은 먹든 음식을 바닥에 던져 버리면서 바다에 뛰어 들어 고기를 잡아오던지 바닥의 음식을 먹던지 하라고 강요하자 칸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 관계로 바닥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보다 못한 지연은 이를 제지하고 회장은 지연에게 내말 듣지 않으려면 조용히 꺼지라고 하자 지연은 회장 곁을 떠나고 만다.
한편, 회장은 부인과의 지난 시절의 사진 앨범을 보며 추억을 더듬고 있을 때 선장(박철민)이 지연은 사모님과 비슷한 면이 있다고 하자, 회장은 지연이 사는 곳으로 다시 찾아와 돈을 주겠으니 같이 가자고 한다. 회장이 처음 피에로가 되어 호루라기에 맞춰 움직였고 돈에 맞춰 움직였다는 과거 사연을 이야기 하며, 이런 것들이 지연 때문에 조금씩 변하고 있다고 말하며 지연에게 청혼을 하게 된다.
결혼식 다음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지연은 회장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제 영화는 새로운 반전과 음모가 시작된다.
이 영화는 거동이 불편하여 휠체어에 의존하며 간병인을 필요로 하는 수천억 원대 재산가에게 그를 간병하기 위해 고용된 단순한 고용관계임에도 회장을 유혹하여 결혼을 이루려고 한다는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여자에게는 일도 관심이 없고 오직 모든 일을 돈과 연결시키는 괴팍하고 심술궂은 성격의 소유자임에도, 단지 옛 부인의 성품과 조금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청혼을 한다는 자체가 과도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드라마의 긴 호흡과는 달리 영화는 짧은 전개 속에서 사람의 감정에 대한 변화를 꼼꼼히 표현하기는 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한두 가지의 행동만으로 누구의 품성을 닮았다거나 여자에게 일도 관심이 없던 남자가 느닷없이 마음을 열고 청혼한다는 등의 설정이 웬지 현실적으로 와 닿지가 않는 부분도 이 영화의 아쉬움이라 할 수 있다.
사족(蛇足)
이 영화의 마지막에 회장의 죽음과 성열의 배신이 영화의 반전(反轉)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영화의 반전이란 알 듯 모를 듯한 암시만을 주다 결정적 순간에 전세를 역전시키는 묘미가 있어야 반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서처럼 친구에게 사기 당하고 채무자로부터 쫓기는 여자를 음모의 대상으로 했다는 사실에서 관객은 이미 성열이 접근할 때 저 여자 또 배신당하겠구나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것을 반전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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