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로맨틱 코믹영화의 스토리 구성에는 언제나 뻔한 정석(定石)이 있다.
영화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어떤 계기로 인해 두 청춘남녀가 만나게 되고 그 다음은 티격태격 싸우다가 정들게 된다. 그리고는 사사건건 부딪히다 결정적인 오해로 인해 갈등을 하지만 끝내는 반전을 통해 다시 오해가 풀리고 오히려 그 갈등이 더욱 더 큰 사랑으로 확인됨으로써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영화 ‘째째한 로맨스’는 로맨틱 코믹영화의 정석을 그대로 적용한 영화이면서, 한편으로 로맨틱 코미디에 한술 더 떠서 섹시 로맨틱 코믹영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19금(禁)의 섹시 로맨틱영화라고는 하나, 한편으로는 이야기의 흐름이 성인만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보니 달콤한 연애이야기보다는 섹스에 대한 대사가 많다는 것일 뿐, 야한 장면이 많다거나 내용이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장면들 또한 별로 없어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으며 오히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영화 속 간간히 등장하는 성적(性的) 대사에 대해서도 부담스럽다고 하기 보다는 웃긴다는 생각이 먼저 앞선다. 그래서 아마 영화제목도 ‘째째한 로맨스’인가 보다.
영화 ‘째째한 로맨스’는 만화그림은 잘 그리지만 지루한 내용으로 일관하여 별로 인기를 얻지 못하고 항상 출판사로부터 퇴짜만 받는 성인만화가 정배(이선균)가 1억3천만원이 걸린 성인만화 공모에 응모하기 위하여 스토리작가를 찾게 된다.
또한, 유명잡지의 내용을 베끼는 수준이지만 그럴듯한 섹스 경험담을 쓰는 섹스 칼럼니스트 다림(최강희)을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되면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의 만남은 영화의 광고카피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뒤끝작렬’ 성인 만화가와 ‘허세작렬’ 섹스 칼럼니스트의 운명적 만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인정받지 못하는 만화가와 무명의 스토리 작가가 만나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내용만 보면, 한물간 왕년의 팝스타에게 구세주처럼 등장한 수다쟁이 여자가 자신의 재기를 도와줄 주옥같은 노랫말을 작사해줌으로써 재기하게 된다는 미국의 로맨틱 코믹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이 생각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실제로 주인공들이 연출하는 것보다 만화로 상상하는 장면들이 더 재미적 요소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만화로 삽입한 장면들이 자주 나오게 되는데, 이는 예전의 '음란서생'이나 최근의 '히트맨' 등의 영화에서도 많이 보았던 기법이라 낯설지는 않다.
영화 ‘째째한 로맨스’의 재미중 하나는, 19금(禁)의 섹시 로맨틱 코믹영화라고는 하나 노골적인 섹스 장면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만화로 보여주는 몇몇 장면과 대화 속 섹스를 어필하는 아래와 같은 대사 등에서 거부감보다는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전에서 중요한 건 물건의 크기, 지속 시간 그리고 테크닉 이죠.”
섹스에 관한 노골적인 대사가 기억에 남는 영화라면, 중년여인들의 수다와 사랑 그리고 섹스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가 한수 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족(蛇足)
대부분의 영화가 TV드라마와는 달리 풀샷(full shot)이나 니샷(knee shot) 기법을 많이 사용하지만, 깜찍하고 엉뚱한 매력을 지닌 동안(童顔) 최강희에 대한 자신감 때문인가는 모르겠지만 이 영화는 바스트 샷(bust shot)이나 클로즈업 샷(close-up shot)을 많이 사용한 것도 특징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요즘처럼 무더운 여름날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원한 에어컨 켜놓고 훈훈한 재미가 있는 로맨틱한 코미디영화 한편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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