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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고미술품 복원을 둘러싼 복제사기극, 인사동 스캔들

by kangdante 2022.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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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 화가라 할 수 있는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 대한 위작(僞作) 의혹이 제기되어 법정 공방까지 가는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영화 인사동 스캔들은 이러한 미술계의 뒤숭숭한 치부(恥部)를 소재로 하여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은 가상의 그림 벽안도의 복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마지막 반전을 통해 관객의 허()를 찌르는 흥미진진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장승업의 화선이라든지 신윤복의 미인도등 유명 화가를 소재로 한 영화는 있었지만, 고미술품(古美術品)에 대한 복원과 음모, 그리고 속고 속이는 미술품의 암거래와 해외로의 밀반출을 둘러싼 배신과 사기를 소재로 한 영화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붓이 칼이 되고, 혀가 칼이 되고, 돈이 칼이 되고.. 그게 이 바닥 아닙니까?..” 천부적 그림복원 기술자 이강준(김래원)의 이 한 마디가 이 영화를 단적으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한편으로는, 소위 미술품 애호가라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그림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에서 미술품을 매입하고 소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금전적 가치만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진품보다는 위작이 판치는 경매시장의 어두운 단면을 그린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콘셉트가 손상된 고미술품(古美術品)에 대한 복원과 밀매에 얽힌 내용을 소재로 하고 있다 하겠지만, 사실은 범죄의 재구성이라든지 원스어폰어타임에서 처럼 서로를 속이고 속는 범죄 사기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의 볼거리라면, ‘몽유도원도를 그린 조선시대 궁중화원 안견(安堅)안평대군이 왕위에 오르기를 바랐다는 마음을 담은 탓에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다는 설명과 함께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벽안도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여, ‘벽안도 그림이 정말 있었겠구나..’하며 관객이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역사 속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포장하였다는 점이다. 

특히, 그림의 원접(원 그림)과 배접(덧붙인 그림)을 따로 분리해내는 복원과정이라든지, 옛 종이를 재생하여 사용하기 위해 글씨를 물로 씻어내는 세초(洗草) 장면, 그리고 회음수상박색잡기 등 일상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그림복원 전문용어를 들먹이는 등 디테일하면서도 다양한 기법의 복원과정 또한 영화적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볼거리라 할 수 있다. 

또한, 배태진(엄정화)의 매혹적인 몸매와 더불어 미술계 대부에 걸맞게 장면마다 바뀌는 화려한 패선은 마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Meryl Streep)’나 편집장 비서 앤드리아 삭스(Anne Hathaway)’를 연상시키는 등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눈을 즐겁게 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영화 원스어폰어타임에서처럼 이야기의 전체를 반전(反轉)이라는 이름으로 뒤집어 버렸다는 점이다.

또한, 이 영화의 핵심이자 재미라 할 수 있는 배태진과 이강준, 두 사람의 속고 속이는 치밀한 두뇌게임이 너무 느슨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이강준이 처음으로 시도한 복원작품 강화병풍을 빼돌린 장본인이 바로 배태진이고, 이로 인해 문화재 반출 혐의로 곤욕을 치른 두 사람의 관계치고는 긴장감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복원의 성공에만 올인하는 배태진이 그렇고, 복수심과는 동떨어지며 순진하게만 느껴지는 이강준의 여유는 오히려 어색하기까지 하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으로는 최근에 개봉하였던 오케이 마담이나 댄싱퀸결혼은 미친 짓이다등 출연하는 영화마다 개성 있는 연기를 선보이며 가수뿐만 아니라 배우로서의 연기력도 평가받고 있는 엄정화 캐릭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갤러리 비문의 회장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미술계의 큰손 배태진(엄정화) 캐릭터는 분명 영화 타자의 정마담(김혜수)과 비교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였지만, 정마담이 보였던 치밀함에 미치지 못한 채 너무 맥없이 이강준의 일방적 승리로 끝나 버린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그렇다. 

아울러, 최하경(홍수현)의 문화재 전담반 형사 캐릭터 또한 깡패 전담반 형사인양 앞뒤 재지 않고 행동부터 앞서며 거칠게 몰아붙이기 보다는 보다 차분하고 예리한 캐릭터가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도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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