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전통사회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부터 일생까지
한국인의 삶의 모습과 생활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생활문화박물관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하루ㆍ한국인의 일 년ㆍ한국인의 일생 등 3개의 상설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 4회 이상의 기획ㆍ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제1전시관의 '한국인의 하루' 코너에서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조선 후기 이후의 한국인의 하루 일상을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아침)ㆍ노동이 집약되는 시간(낮)ㆍ모든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간(밤)ㆍ
변함없는 일상의 시간(근현대의 하루) 등으로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
전시관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마을 안에서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하루’라는 시간 속에 각자의 생업에 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을 전시하고 있다.
새벽 세수로 잠을 깨며 몸가짐을 고르던 선비, 농사를 짓는 농부와 공방에서 생활용품을 만드는 장인,
우물가에서 물을 긷고 냇물에 빨래하는 여인, 들판에서 뛰노는 아이들,
아궁이에 불을 지피며 저녁상을 준비하는 아낙의 모습에서
하루를 열고 마무리하는 낯설지 않은 우리네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제1전시관 마지막 부분에서는 전통 사회의 일상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근현대의 하루를 소개하고 있으며,
시간을 넘어 변하지 않는 ‘하루’가 지닌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되새기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만물이 깨어나는 시간 아침에는 닭의 울음소리가 새벽의 찬 공기를 가르고,
통행을 허락하는 서른세 번의 파루(罷漏) 종이 울리며, 논과 밭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이
서서히 어둠을 벗고 모습을 드러내면 비로소 하루가 시작된다.
마을 어귀의 우물가에는 이른 새벽의 맑은 물을 뜨기 위해 모인 남녀의 입김 아래로 물동이가 줄을 지어 있다.
가족의 평안을 비는 어머니의 정성 또한 이른 새벽에 길은 우물물에 담겨 있으며,
세수를 하고 차림새를 단정히 하는 것으로 아침을 여는 선비는 의복과 관모(冠帽)를 갖추고 문안 인사를 올린다.
봄을 맞아 겨울보다 한결 가벼운 옷차림을 한 관리의 출근길이나,
아침에 날씨를 확인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농부들의 발걸음은 한층 생동감 있으며, 하루를 여는 다양한 일상의 모습이다
노동이 집약되는 시간 낮에는 농사일부터 집안일까지 분주한 일상이 반복되며
따뜻한 봄볕에 얼어붙은 땅이 녹으면 농부들은 밖으로 나가 쟁기와 써레로 논과 밭을 일구고
땅의 기운을 북돋기 위해 거름을 뿌리느라 바쁘게 보낸다.
여인들은 입맛을 돋우는 봄철 나물을 채취하는 일을 맡아 하며,
여인들은 생업 외에도 겨울옷 솜 트기, 빨래와 같은 소소한 집안일로 바쁜 시간을 보낸다.
장인(匠人)들은 겨우내 건조시킨 나무로 가구나 생활용품을 만들며,
사대부가(士大夫家)에서는 손님이 올 때면 한가할 겨를이 없이 예(禮)를 다해 손님을 맞는다.
시장에는 계절에 따른 옷을 만들기 위해 옷감을 사러 가는 부녀자들과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짊어지고 사람들에게 팔러 온 장사꾼들과
물건 값을 흥정하며 사고파는 사람들로 어우러져 활기를 띤다.
모든 활동이 마무리되는 시간 밤에는 어느덧 낮의 분주함은 사라지고
봄나물 등 제철 음식으로 피곤한 몸을 달랜 후 저녁 밥상을 물릴 때 즈음,
어둑해진 바깥은 사람의 흔적이 드물어지고 사람들은 대개 집안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
호롱불 아래 학문에 전념하는 선비부터 가족의 옷을 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여인에 이르기까지,
밤은 모두에게 내일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주며
통행금지를 알리는 스물여덟 번의 인정(人定) 종이 울리면 바깥에 있던 사람들은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변함없는 일상의 시간 근현대의 하루는 산업사회는 사람들의 일상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으며,
가업(家業)은 줄어드는 대신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회사와 다양한 직업이 생겼다.
손으로 하던 작업은 기계로 대체되었고 인공조명은 밤을 밝혀 일과가 길어졌지만,
매일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 삶에 대한 염원을 담아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만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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