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국립민속박물관은 한국인의 하루ㆍ한국인의 일 년ㆍ한국인의 일생 등 3개의 상설전시실과
야외전시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제2전시관인 ‘한국인의 일 년’ 전시에서는 19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정월(正月)ㆍ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 등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되풀이된
우리네 한국인의 일 년 생활상과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전시관은 전통 시대의 세시풍속ㆍ생업ㆍ신앙ㆍ의식주만이 아니라
20세기까지 이들의 변화상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으며,
시대에 따라 한국인의 일 년 모습과 의미는 변했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 가치는 이어짐을 알 수 있다.
정월(正月)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집마다 걸어 둔 복조리와 설빔을 입은 사람들을 볼 수 있으며,
봄에는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쟁기질 소리와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오며
여름은 무더위 속에서도 부채와 모시옷으로 잠시 시원함을 느낀다.
가을은 수확의 기쁨과 함께 풍성한 먹거리를 맛보며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고,
겨울의 바깥은 춥지만 방과 사람들의 정만큼은 따뜻했던 겨울풍경을 만날 수 있으며,
겨울과 이어지는 한옥에서는 사계절 한옥의 풍경과 그곳에서 펼쳐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실감형 영상으로 보게 된다.
정월음력 1월은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달이므로 새해를 맞이하여
일 년의 풍요(豐饒)와 안녕(安寧)을 기원하는 다양한 세시풍속(歲時風俗)이 음력 설부터 정월 대보름까지 펼쳐진다.
설에는 새해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떡국을 먹고 세배와 덕담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며,
정초에는 집마다 복조리를 걸어 복을 빌고 토정비결을 보며 한 해 운수를 점치기도 한다.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의 풍요와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마을 제사를 지내고 줄다리기를 하며,
새해 첫 번째 뜨는 둥근 달을 보면서 개인마다 소원을 빌며 지금도 여전히 가정과 마을 단위로 윷놀이를 즐기고 있다.
봄은 겨우내 얼었던 땅이 녹고 만물이 싹트는 계절로 한 해 농사와 어로(漁撈)의 출발점이며,
입춘(立春)이 지나고 날씨가 따뜻해진 이후에는 농촌에서는 논밭을 갈며 본격적인 한 해 농사를 시작하고,
어촌에서는 봄의 초입인 영등날에 굿을 하고 나서 고기잡이를 시작하기도 한다.
봄바람이 따스하게 불고 봄꽃이 활짝 피는 삼짇날 무렵에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꽃놀이와 답청(踏靑)을 즐기고
산과 들에서 몸에 좋은 봄나물을 뜯기도 하며,
한식(寒食)에는 조상의 은덕(恩德)을 기리기 위해 무덤을 단장하고 제사를 지낸다.
단오(端午)에는 여름의 시작으로 단오부채를 주고받으며
단오장(端午粧)이라 하여 창포물에 머리를 감고 시원한 모시 저고리와 치마를 차려입는다.
단오에는 그네뛰기와 씨름을 즐기고 여러 지역에서는 단오제(端午祭)를 지내기도 하고,
유두(流頭)에는 계곡이나 강을 찾아 무더위를 식히는데 유두 풍속은 오늘날 여름휴가와 피서(避暑)와 비슷하다.
여름은 볕이 강하고 비가 잦아 작물의 생명력이 왕성한 계절로
농사일이 가장 많은 시기이면서 긴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 잠시 일을 쉬어 가는 때이기도 하다.
여름철에 가장 중요한 농사일은 모내기와 김매기라 할 수 있으며, 마을에서는 두레를 결성(結成)하여 함께 일하고,
염전에서는 여름 햇볕에 소금 생산을 왕성하게 하고,
해녀는 바다에서 미역ㆍ전복ㆍ성게를 활발하게 채취한다.
가을은 봄여름에 파종한 작물을 수확하는 풍성한 계절이며,
농촌에서는 벼를 베고 타작하며 저장하는 등 한 해 농사의 마무리로 바쁘게 보낸다.
가을의 한가운데에 있는 추석(秋夕)은 설과 더불어 한국에서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라 할 수 있으며,
가배(嘉俳)라고 하던 신라시대 길쌈 대회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추석에는 햇곡식으로 술과 떡을 빚어 조상에게 감사를 드리는 차례를 지내고,
도시로 떠난 사람들의 귀성(歸省) 행렬이 이어지고 귀성하는 사람들은 선물 꾸러미를 한 아름 들고 고향을 찾는다.
겨울에는 눈도 내리고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는 계절이므로
농촌에서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면서 땔나무를 하거나 농기구 수리 등을 하며 쉬지만,
어촌에서는 굴ㆍ김 양식ㆍ홍어와 명태잡이로 바쁜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겨울은 또한 여러 가정에서 기나긴 겨울철에 먹을 김장을 하거나 된장ㆍ간장을 담그는 데 필요한 메주를 쑤며,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기 위해 난방(煖房)과 방한(防寒)에 힘을 기울인다.
상달음력 10월에는 상달 고사(上달告祀)라 하여 그해 수확에 감사하며 햇곡식과 햇과일로 마련한 제물을 올리며
여러 가신(家神)에게 집안의 평안과 복을 비는 고사를 지낸다.
동지(冬至)에는 동지책력(冬至冊曆)이라 하여 다음 해 달력을 주고받으며,
팥죽을 쑤어서 먹고 대문과 벽 등에도 뿌려 나쁜 기운 액(厄)을 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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