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짜증스러운 도시생활의 일상에서 벗어나 누구나 한번쯤은 자연과 더불어 그냥 마음편이 살아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김씨 표류기’를 보다보면, “저렇게 살아보는 것도 정말 재미있겠는데?..” 하며 발칙한 상상을 해 봄직한 충동을 느끼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소재가 비록 단순하고 저예산 작품이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여자친구 떠나고 사채빚 독촉에 시달린 남자 김씨(정재영)가 살아가야할 의미를 잃고 한강으로 투신자살을 하였는데, 공교롭게도 한강의 밤섬에 표류하게 되어 오직 자장면 한 그릇을 만들어 먹겠다는 일념으로 반년동안 자연(?)과 더불어 고군분투한다는 간단한 내용이다.
덧붙여, 세상이 싫어 3년 동안 세상과의 인연을 끊고 오직 방안에서만 인터넷 서핑과 망원렌즈로 달(月) 촬영에만 집중하고 있는 또 하나의 인생 표류자 여자 김씨(정려원)가 우연히 망원렌즈로 남자 김씨를 발견하고, 그와 소통 아닌 소통을 통해 서서히 그녀의 마음에 변화가 오게 된다는 양념이 첨가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를 통해 이해준 감독은 온갖 인간들이 살아 숨 쉬는 거대한 도시를 바라볼 수는 있으되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는 현실을 통해 소통이 단절되고 소외된 외로운 현대인에 대한 자화상을 이야기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의 감동적 장면이라면, 그토록 먹고 싶어 하는 자장면이 여자 김씨의 주문으로 배달되어 왔음에도 “그러면 내가 살아갈 의욕이 없어진다.” 며 배달된 자장면을 되돌려 보내는 장면이라든지, 오직 자장면 한 그릇 먹고 싶은 일념에 온갖 고난을 이겨내고 드디어 완성된 자장면을 감격에 겨워 먹는 장면에서는 코끝이 찡함을 느낀다.
또한 반년동안 애써 가꾸었던 농작물들과 그의 훌륭한 저택(?)이기도 하였던 오리집이 갑자기 몰아친 태풍으로 인해 모두 떠내려갈 때는 참담함을 함께 느끼기도 하였다.
이처럼 영화 ‘김씨 표류기’는 소외된 인간들에 대한 가슴시린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머가 있고 감동도 있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HELLO’라는 단순한 문자 하나로 시작한 그들만의 독특한 대화에서부터 “처음 맡아보는 희망의 냄새입니다!~” 라는 여자 김씨의 독백처럼 소외된 인간에게 희망을 전해주는 한편의 메시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蛇足)
인간이 동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불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불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아마도 추위를 피하기 위해 털옷을 만들어 입고 움막이나 동굴 등의 주거시설을 만들기 시작하였듯이 추위를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추위를 피하기 위해 불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인간과 다른 동물이 차별화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불을 피워 추위를 이기고 어둠을 대낮처럼 밝히고 또한 음식을 익혀 먹게 됨으로써, 인간은 추위라는 고난을 극복하고 오늘날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이 봄에서 시작하여 가을이었기에 그나마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추위와 함께 불이 필요한 가을에서 봄까지의 시간이었다면 아마도 영화의 내용이나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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