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추리소설하면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긴장감과 스릴,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 가는 탐정의 명쾌한 추리와 독자의 허를 찌르는 기막힌 마지막 반전(反轉)이 그 재미라 할 수 있다.
특히, 탐정 추리소설은 아서 코난 도일(Arthur Conan Doyle)의 셜록 홈즈(Sherlock Holmes)나 아가사 크리스티(Agatha Christie)의 에르큘 포와로(Hercule Poirot)등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명탐정 캐릭터를 탄생시키기도 하였다.
이처럼 탐정 추리소설은 지금까지 많은 독자들의 인기를 얻어 왔음에도, 우리나라에서는 김명민 주연의 ‘조선 명탐정’이나 권상우 주연의 ‘탐정:더 비기닝’을 제외하고는 탐정이라는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탐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추리영화라는 측면에서는 영화 ‘혈의 누’가 우리나라 추리 스릴러 영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가장 기억이 남는 영화 중 하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영화 ‘혈의 누’는 섬뜩하고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소재로 하여 관객과 함께 범인의 흔적을 쫓아가는 과정이라든지, 그리고 마지막 관객의 허를 찌르는 기막힌 반전(反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탐정(探偵)이라는 정의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사건ㆍ사고ㆍ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 을 뜻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이처럼 사건ㆍ사고ㆍ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인 캐릭터라면 굳이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로’를 논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관객들에게 주목 받을만한 캐릭터를 탄생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특히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살인사건을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민간인이라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들이 관객들에게 긴장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기에 매력적인 캐릭터의 탄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그림자 살인’은 예고편이나 포스터의 카피에서 보듯, 한국형 탐정추리극의 탄생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앞세우며 한국형 탐정영화의 새로운 캐릭터를 탄생시켰다고 말한다.
이 영화의 시작은 의학도 장광수(류덕환)가 해부 실습을 위해 공터에 버려진 시체를 몰래 주워왔으나 공교롭게도 그 시체가 고위 대신(大臣)의 실종된 아들임을 알게 된다.
이제 꼼짝없이 뒤집어쓰게 될 살인누명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 진상을 밝혀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물린 그가 불륜현장 뒷조사 전문가인 전직 경찰 홍진호(황정민)를 찾아가 범인의 정체를 밝혀가는 영화이다.
이처럼 영화 ‘그림자 살인’은 영화의 제목에서 보듯, 살인사건이 먼저 발생하고 우연히 그 사건에 연루된 의학도와 그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용된 사람, 그리고 여성 과학자(엄지원)까지 가세하여 살인사건을 둘러싼 복선(複線)과 유머, 그리고 마지막 반전까지 111분 동안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한, 망원경과 유사한 형태의 만시경이라든지, 은밀히 듣는 기계라는 뜻을 지닌 청진기와 유사한 은청기 등의 수사 장비, 그리고 시신의 목구멍에서 끄집어낸 천 조각을 화학약품을 통해 옷의 모양을 밝혀내는 등 무언가 과학적 수사를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며 제법 흥미진진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한편, 곧은 심성(心性)과 유머러스한 속물 근성을 동시에 지닌 탐정 캐릭터 황정민의 연기를 비롯하여, 오직 출세만을 위해 앞뒤 가리지 않는 어벙한 순사부장 오달수의 코믹연기, 그리고 때로는 비굴하지만 카리스마 있는 연기를 선보인 서커스 단장 윤제문 캐릭터 등은 강한 인상과 함께 영화 속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 주었다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이라면, 이 영화가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 당선작이라고는 하지만 우리가 흔히 스릴러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숨 막히는 긴장감이라든지, 또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복선에 의한 관객의 혼동, 그리고 “아하!~ 그랬었구나!~” 하는 등 관객의 허를 찌르는 복선(複線)에 대한 반전에서 설득력이 미흡하다는 점이다.
살인에 대한 이유 또한 석연치가 않다. 살인 이유가 마약(아편) 때문이라는 언질을 주지만 살인과 아편과의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또한, 만시경이나 은청기 등 최첨단 수사 장비를 통해 무언가 과학적 수사를 벌이는 것 같지만, 천 조각을 통해 누구의 옷인가를 알아낸 것을 제외하고는 실상은 이들 장비들이 수사에 적극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소설이 되었던 영화가 되었던 탐정이라는 장르가 성공하려면, 미스터리한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의 명쾌한 추리와 긴장감, 그리고 범인에 대한 복선과 반전 설정 등은 기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영화는 탐정 추리영화라기보다는 그냥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라 하는 것이 맘 편하다 할 것이다.
사족(蛇足)
이 영화가 새로운 탐정의 탄생이라는 이야기를 하고는 있지만, 앞으로 명탐정의 캐릭터를 앞세우려면 보다 명쾌한 캐릭터의 정립이 필요하다 하겠다.
처음부터 ‘셜록 홈즈’만큼의 캐릭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능청ㆍ코믹ㆍ정의 등을 표방한 새로운 캐릭터라 하기엔 2%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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