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美國發)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이어지는 경제 불안으로 인하여 전 세계가 강(强) 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주식시장은 연일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고금리 추세와 인플레이션에서 예외는 아닌 듯 고물가와 더불어 원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갈수록 경기침체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무역적자도 심화되고 있어 우리나라 경제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영화 ‘작전’은 이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우리나라 금융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의 불공정 거래인 작전주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흥미로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주식 시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일확천금 한탕을 꿈꾸는 소위 작전주(作戰株)를 둘러싼 세력들 간의 음모와 배신, 그리고 돈을 쫓아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주식시장 타짜들의 한판 승부를 그린 영화 ‘작전’은 주식에 관심이 없는 관객들에게도 분명 흥미를 끌기에 충분한 소재이기도 하고 주식시장에 관심이 많은 필자(筆者)로서는 더욱 흥미로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소위 개미라 속칭하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의 환호와 탄식, 그리고 때로는 대박과 쪽박이 오가는 전쟁터와도 비교되는 주식시장에서 작전세력들 간의 물고 물리는 비열한 암투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 ‘작전’의 소재가 그러하듯 상영시간 119분 동안 주가조작 단계 단계마다 속도감 있는 흐름으로 긴박감과 함께 제법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선사한다.
이 영화는 또한, 전문 증권용어를 들먹이며 주식을 잘 모르는 관객에게는 제법 고급스러운 영화처럼 포장하기도 하고, 또한 소위 작전주에 대한 상황을 관객에게 어필하기 위하여 기회 있을 때마다 주변 인물들을 통하여 현재의 상황을 설명함으로써 지금이 정말 긴박하다는 것을 관객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기도 한다.
영화 ‘작전’은 한편, 작전주의 최고 테마라 할 수 있는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 동원방법이나, 증권방송사 족집게 분석으로 인기 있는 애널리스트를 동원하여 주가를 띠우는 수법, 국내기관의 매입이지만 외국계 증권사에서 매입하는 척 위장하는 소위 검은 머리 외국인의 실체, 그리고 정치권 및 상위계층의 검은 돈을 관리해주는 프라이빗 뱅커(Private Banker)를 통한 무기명 채권으로의 세탁, 부실기업의 인수합병(M&A) 후 우회상장 수법 등 증권가에서 나도는 이야기들을 모두 나열하여 소위 작전주에 동원될 만한 소재들을 모두 동원하여 영화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감으로서 영화적 재미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아쉬운 부분도 많다. 위와 같은 소재에 대한 잡탕식 나열만 있었지 정작 작전의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서툰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라는 점이 그렇다.
영화가 물론 반드시 사실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드러나게 비현실적이면 이미 그 영화는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싶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면 픽션도 그럴듯한 사실처럼 포장하여야 한다.
이 영화의 처음 시작은 강현수(박용하)가 챠트를 통해 작전주임을 눈치채고 매매함으로써 작전세력들의 계획을 망쳤다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강현수가 작전주를 매매한 금액은 단돈 7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증권회사 입출금과정에서 보여준다. 소위 작전주가 고작 수천만원의 매도에 실패할 정도라면 어불성설(語不成說)도 이만저만이 아니며 작전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강현수는 작전주에 대한 정보를 그의 친구에게 전달함으로써 수많은 개미들이 매입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또한 오히려 작전세력이 바라던 사항이지 결코 작전의 실패요인이 될 수 없다.
오히려 작전주가 작전에 실패하려면, 작전주에 대한 매입시점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매도시점을 공유함으로써 작전세력이 매도하기 전에 역(逆)으로 일시에 개미들이 매도 세력으로 돌변하여야 작전이 실패한다는 점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작전세력이 매도시점을 놓쳐 물량을 털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이 영화는 너무나 우리나라 증시에 대한 이해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작전주의 목표가는 그들의 대화로 견주어 볼 때 현재가 보다 약 10배로 추정되는 5만원이었다. 그러나 목표가인 5만원에 진입하기 직전, 그러니깐 4만원대 중반에서 강현수가 매도시점을 대주주 박창주(조덕현)와 프라이빗 뱅커(PB) 유서연(김민정)에게 통보함으로써 작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증권시장은 다른 외국과는 달리 하루 상하(上下) 변동폭이 15%로 제한되어 있다. 그럼에도 현재가가 목표가인 5만원에 근접하기 직전인 4만원대 중반까지 진입하였음에도, 작전에 실패하였다며 작전세력들이 주식을 매도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장면은 분명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다.
오히려 다음을 대사들을 삽입함으로써 영화의 사실감과 함께 긴박함을 한꺼번에 노렸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도 사자없는 하한가인가?.”
“네!~ 그렇습니다!~ ”
“오늘이 며칠째이지?..”
“5일째입니다..”
또한, 작전주의 폭락 현상을 시각적으로 긴박하게 보여주기 위해 PC화면상 챠트를 보여주고 있지만 이 또한 옥의 티라면 옥의 티라 할 수 있다.
주가폭락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간간이 PC화면상에 비치는 챠트는 수직 급등 후 수직 급락하는 (Λ자)형 챠트를 보여주어야 함에도, 횡보 후 수직 하락하는 (ㄱ자)형 챠트를 보여줌으로써 영화의 리얼리티를 떨어트리는 과오를 스스로가 인정하는 결과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사족(蛇足)
영화의 마지막 에필로그 대사에서는 더욱 더 황당함을 느끼게 한다. 배당수익이 2억이라는 전화를 받으며 어제는 고달팠지만 지금은 여유로움과 함께 희희락락 웃고 가는 강현수의 대사는 그야말로 사족(蛇足) 중의 사족이 아닐까 한다.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대부분 회사들의 배당수익률이 1~2%수준임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배당수익이 2억이 되려면 주식매입금액이 백억원대는 되어야 하는데 과연 강현수가 그만한 자산가가 이미 되었다는 의미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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