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인기리에 연재된 웹툰을 영화화하는 작품들이 많고 흥행에도 성공하고 있는 것 같으며, 장르 또한 코믹ㆍ순정ㆍSFㆍ액션ㆍ무협 등 다양한 장르별로 만날 수 있다.
영화 ‘순정만화’는 사랑표현을 섹스에만 집착하는 영화와는 다르게 어린아이 같이 순수한 마음으로 사랑을 표현한 방식이 돋보이는 순정만화를 영화화 한 것이다.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사랑, 어쩌면 남녀간의 육체적이고 세속적인 사랑이라기보다는 동화 같은 사랑이라 표현하는 편이 오히려 어울릴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그나마 김연우(유지태)보다 사랑에 더 적극적인 한수영(이연희)이 말하는 사랑표현 방법이 고작 “우리 보는 사람도 없는데 저 모퉁이까지만 손잡고 갈까요?..” 라든지, “난 아저씨가 착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도라는 대사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웹툰에서 인기가 많아 영화화 한 최근의 영화들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하는 것 같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한 사랑을 그려 네티즌들로부터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강풀 만화는 예전의 ‘바보’에 이어 ‘순정만화’ 역시 흥행에는 별로 성공하지 못한 영화였던 것 같다.
만화에서 전해지는 느낌과 영화에서 전해지는 느낌이 다른 때문일까, 아니면 영화 속에서의 사랑은 착하고 순수한 사랑보다는 영화의 속성상 지독한 가슴앓이를 하는 사랑이거나, 관능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성적 노출이 있어야 흥행에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강풀의 ‘순정만화’는 예전에 아침 출근길에서 매일아침 만날 수 있었던 연재만화였으며, 첫 연재를 시작한 Daum에서는 총 42회의 연재를 마칠 때까지 총 페이지뷰 6천만 클릭과 1일 평균 페이지뷰 2백만, 50만 리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최고의 만화였다고 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동명 만화를 영화로 만든 ‘순정만화’는 만화에서 느꼈던 잔잔한 감동이 없어지고, 그렇다고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갈등이나 반전도 없이 그냥 일상처럼 느껴지는 우리 이웃의 평범한 사랑이야기로 끝난 느낌이다.
어쩌면 아파트 아래층에 사는 여고생과 동사무소 노총각의 그렇고 그런 밋밋한 사랑이므로, 만화가 아닌 영화로서의 흥미를 갖기엔 역부족이었는지도 모른다.
아울러, 서른 살이 되도록 변변한 애인하나 없는 김연우 캐릭터이기에 따듯하기는 해도 누구에게나 호감이 가는 멋쟁이로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세속에 물들지 않고 따뜻하고 순수한 사랑을 해야 하는 캐릭터로 설정하였다 하여도, 서른 살의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진 어벙한 김연우의 행동에 가끔은 답답함과 함께 지루함을 느끼게 하였다.
또한, 영화 초반에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으로 멈추자 “에이 씨발, 조땐네!” 하던 한수영의 거칠고 모난 캐릭터에서 무언가 당찬 기대를 하였는데 점점 천사표로 되어가는 것을 보고 조금은 아쉽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다.
이 영화는 한편, 이들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로는 스토리가 너무 빈약하기에 분위기 메이커로 동사무소 공익근무요원 강숙(강인)과 옛 애인을 가슴 아프게 보낸 연상의 권하경(채정안)과의 밀고 당기는 로맨스도 덧붙인다.
그러나 이들 커플 역시 조연 커플에서 맛볼 수 있는 유머나 재미가 없는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로 일관하게 되어 만화 이야기는 될지언정 영화적 재미로는 역부족이었음을 스스로 인식시키고 만 것 같다.
사족(蛇足)
어쩌면 우리는 이미 순수라는 이름의 사랑은 모두 잃어버리고 계산적이고 육체적인 사랑에 깊게 빠져들었기 때문에, 이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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