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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자식을 거래로 한 잔인한 범죄스릴러 영화, 용서는 없다

by kangdante 2023.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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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영화팬들은 범죄스릴러 영화를 꽤나 선호하는 편인 것 같다. 1971년부터 방송되어 TV드라마 사상 최장수 드라마 중 하나였던 친숙한 범죄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을 시작으로, 영화에서도 2003년의 올드 보이를 비롯하여 내부자들추격자베테랑범죄의 도시 등 수많은 범죄스릴러 영화가 흥행에도 성공하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처럼 범죄스릴러 영화를 선호하는 영화팬들의 수요가 있으니 믿고 보는 좋은 영화가 제작되고 공급이 계속되는 선순환이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치밀한 구성과 기막힌 반전, 그리고 배우들의 열연이 삼위일체가 되어 우리나라 범죄스릴러 영화는 이제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하였다 할 수 있겠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용서는 없다는 금강하구에서 20대 여인의 토막살인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는 전형적인 범죄스릴러 영화이다. 

영화 초반에는 민서영(한예진) 형사의 예리한 추리를 바탕으로 환경을 파괴하는 사회에 경고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환경운동가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범죄 스릴러라기보다는 물질만능 사회를 고발하는 영화로 싱겁게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해 보인다. 

또한, 범인으로 체포된 환경운동가 이성호(류승범) 역시 새만금 간척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손쉽게 자백함으로써, 의외로 싱거운 결말에 관객들은 잠시 혼란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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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러나, 이처럼 쉽게 자백한 배후에는 한국 최고의 부검의(剖檢醫) 강민호(설경구) 박사에 대한 복수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과 살인동기가 사회고발이 아닌 자식을 담보로 한 잔인한 개인적 거래이며, 이에는 기막힌 상처와 반전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영화 후반부가 되어서야 관객들은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또한 행위에 대한 결과를 후()에 받게 된다는 소위 죄 값을 치른다는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말을 굳이 사용하지 않더라도 복수에 대한 집념,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한편으로 영화 용서는 없다는 기존의 범죄스릴러 영화에서 모티브를 빌려 온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변호사의 딸을 납치하여 그 변호사로 하여금 물불가리지 않고 범인의 무죄를 증명하게 하는 세븐 데이즈와 전반적으로 비슷한 설정이고, 마지막 반전에서는 상대방의 딸을 잔인한 희생양으로 하는 올드 보이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영시간 124분 동안 한시도 화면에서 시선을 놓을 수 없을 만큼 긴박한 스릴이 넘치며 류승범과 설경구의 팽팽한 신경전이 볼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용서는 없다는 한편,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신이 평생 이룩한 모든 것을 잃는다 해도 이를 감수하려는 무모함과 위험한 거래를 보면서 과연 부모에게 자식의 존재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점이다. 

부모라는 존재가 자식이 겪는 고통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질 수밖에 없겠지만 끝없는 이기심만이 발동하는 답답하고 무서운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 때문이다. 

“사람이 왜 약해지는 줄 아세요? 잃을게 있어서 그런데요.” 

 

사진출처 :  Daum영화

 

이 영화는 또한, 가족의 상처에 대해서는 상대방의 그 어떤 이유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파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아집(我執)이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고, 죽는 것보다 어려운 것이 용서라는 대사가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죽는 것보다 더 어려운게 뭔지 아세요? 용서하는 겁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요즘의 세태가 과연 가족의 상처에 대한 복수로 이처럼 무모하게 올인하는 것이 과연 현실성이 있느냐 하는 의구심도 생기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오히려 영화 시크릿에서처럼, 동생의 죽음에 대한 형의 범인 찾기가 동생의 복수가 아니라 동생이 지니고 있던 재물(마약)의 향방에 초점을 맞춘 것이 오히려 보다 현실적이고 인간적인 냄새가 난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족(蛇足) 

토막살인과 시체해부라는 끔찍하고 무거운 내용을 조금이라도 쉬어갈 수 있도록 윤형사(성지루)의 코믹한 감초연기를 자주 삽입하였으나 그의 지나친 오버액션은 자꾸만 신경을 거슬리게 하며 오히려 영화의 집중을 방해하게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 못하다는 것을 실감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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