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는 원제 ‘Because I said so’가 말해 주듯, 지지리도 남자 복이 없어 연애할 때마다 실패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인터넷에 애인 구인광고를 낸 다음, 예비 사위와 맞선을 먼저 보고 고른 후에 우연을 가장하여 딸과 그 남자를 사귀게 하고 사사건건 꼬치꼬치 딸의 연애에 엄마가 참견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다.
최근에 주로 소개되는 영화가 유쾌하고 감동적인 영화보다는 끔찍하고 잔인한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같아 모처럼 가볍고 로맨틱한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영화 내내 억척스러운 참견으로 피곤하지만 친구 같은 엄마 대프니 와일더(Diane Keaton)와 모처럼 찾아온 멋진 남자와의 연애를 망치고 싶지 않아 엄마의 참견을 귀찮아하는 막내딸 밀리(Mandy Moore)와의 좌충우돌 밀고 당기는 모녀의 사랑싸움이 약간은 과장되고 소란스럽기까지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식이 언제나 아이처럼 보일 수밖에 없고 더더구나 그녀는 남편을 잘못 만난 탓으로 제대로 된 결혼생활을 하지 못한 채 홀로 세 딸들을 키워 왔기에, 또한 성공한 언니와는 달리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하는 막내딸에게 멋진 남자를 소개시켜 주고픈 엄마의 마음을 이해한다면 부모로서의 공감대를 느낄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겠다.
이 영화의 볼거리라면,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에서 중년여성의 아름다운 사랑을 열연하였던 다이앤 키튼(Diane Keaton)의 연기가 단연 돋보인다.
어쩌다 접속된 컴퓨터 야동 사이트를 보고 처음엔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나중엔 강아지까지 가세시키며 호들갑을 떤다든지, 비록 중년에 찾아온 사랑이지만 옛날 남편과의 관계에서는 알지 못했던 섹스의 의미를 늦게나마 느끼면서 오르가즘에 환호하고 감격하는 모습은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특히, 우리나라 예식장의 판박이 결혼식과는 달리 하객에게도 축제와 같은 야외 결혼식 파티라든지, 네 모녀가 대화할 때나 파티장에서나 또는 우울한 마음을 혼자 집에서 달랠 때 그녀들이 들려주는 노래 또한 보는 즐거움과 함께 듣는 즐거움을 영화 관람자에게 선물한다.
다만, 영화의 콘셉트가 로맨틱 영화라고는 하지만 로맨틱 코믹영화라기보다는 섹시 코미디 영화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위가 높은 지나친 성적(性的) 표현이 많아 15세 관람등급으로는 부적격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는 영화 속 대사 중에 수다쟁이 한국인 마사지 여인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어!~ 한국말이 나오네!” 하는 호기심은 잠시이고 경박스럽고 저속한 대화로 일관하는 이들을 보면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영화도 가끔은 그러하듯 그건 한국인을 비하한다기보다는 영화의 속성상 미국 관객의 입장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수다 떠는 여인네들로 보아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 그냥 흥미로운 대사로 넘길 수 있을 것도 같다.
영화 ‘철없는 그녀의 아찔한 연애코치’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야기의 전개가 너무 밋밋하다는 느낌이다. 어차피 로맨틱 코미디이기에 영화의 중심이 되는 모녀의 갈등 등이 심화될 수는 없겠지만 이야기의 전개과정이 너무 뻔한 내용인 것이 아쉽다면 아쉽다.
또한 우리나라 문화와 미국 문화의 차이를 감안해야 하고 또한 미국에서도 영화이기에 아무 생각 없이 표현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서로는 너무 헷갈리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이다.
남녀가 너무도 쉽게 함께 잠자리에 든다든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에게나 키스하는 것 등은 문화의 차이로 보아 주어야 할 것도 같다.
영화 마지막에 온갖 참견 끝에 딸에게 사랑을 찾게 해 준다는 영화의 기본 콘셉트를 뒤집기라도 하듯, 사돈이 될 사위의 아버지와 엄마를 결혼시키는 내용은 감독이 반전이라는 생각으로 시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정서와는 너무 동떨어진 설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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