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븐 데이즈’는 영화의 제목이 말해주듯, 일주일 밖에 남지 않은 2심 재판에서 살인범을 무죄로 선고받게 해야만 납치한 딸을 살려주겠다는 유괴범과 유괴된 아이의 엄마인 변호사와의 7일간의 피 말리는 일정을 그린 범죄 스릴러 영화이다.
이 영화는 처음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상영시간 125분의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제공할 뿐 아니라, 7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지금부터 안 된다는 말은 하지 말아주세요” 하며 사건을 수임 받은 변호사로서 보다는 오직 딸의 목숨만이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며 딸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고통마저 감수하는 엄마의 애절함을 영화 내내 보여준다.
어쩌면 이 영화는, 마약과 살인 등 반사회적 범죄자 임에도 오직 자신의 딸을 구출하기 위해서는 그 범죄자를 무죄로 석방시켜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함으로써, 만약 당신이라면 사회적 정의와 가족 중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를 관객에게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딸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고들면 들수록 오히려 너무나 확실하게 나타나는 범인의 범죄사실을 알게 되지만, 딸을 구해내기 위해선 살인마를 무죄로 석방시켜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지도록 하기 때문이다.
한편, 자식에 대한 엄마의 애절한 사랑은 영화 ‘밀양’에서도 보았지만, ‘세븐 데이즈’에서는 반전을 통해 또 다른 엄마의 애증(愛憎)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사람의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내게 한다.
이 영화는 딸을 살리기 위해 유괴범과의 협상을 그린 진부한 유괴영화라기 보다는, 자식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납치범에 대한 분노, 그리고 자식에 대한 애틋한 애증의 고통이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순간, 이 영화가 단순히 유괴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던져 자식을 구하려는 단순한 유괴영화가 아니라, 차마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자식에 대한 가슴 저미는 애틋한 엄마의 애증에 관한 것이라는 것을 기막힌 반전에서도 엿볼 수 있다.
납치당한 딸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엄마의 무한한 사랑이상으로, 자신의 딸이 비록 방탕한 생활 끝에 살해당했다 할지라도 그 범인을 법정이 아닌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싶어 하는 고통스러운 엄마의 애증이 더 가슴에 와 닿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은 이 영화의 스릴을 한층 배가시킨 것임에 틀림없다 하겠다.
한편으로, 이 영화가 너무 극적으로 전개되다보니 상식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종일관 공포심을 유발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설정이었겠지만 변호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장면이라든지, 특히 그녀와 경찰의 소소한 행동마저도 모조리 감시할 수 있다는 설정은 지나친 감이 있다 하겠다.
또한, 영화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범인의 무죄판결이 살인의 직접적인 도구(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라 한 것은 조금은 지나친 감이 있지 않나 싶다.
현실적으로도 살인자의 재판이 종종 1심에서의 중형선고가 2심에서는 무죄가 되기도 하고, 또 다시 최종심에서는 판결이 뒤집어지는 사례가 흔히 있다 보니 법원판결에 대한 신뢰를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 ‘세븐 데이즈’는 빈틈없는 스토리와 기막힌 반전, 그리고 스펙터클한 영상으로 근래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흥미진진하게 본 영화 중 하나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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