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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숨소리도 거짓말인 영화, 무방비 도시

by kangdante 2023.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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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무방비 도시안테나가 망을 보면 바람이 돕고, 기계가 턴다.” 라든지, “귀신같은 손기술, 그들은 숨소리마저 거짓말이다.” 라는 영화 카피(Copy)에서 보듯 소매치기 범죄를 둘러 싼 액션 스릴러 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매혹적인 미모를 겸비한 카리스마 넘치는 소매치기 여자 보스(Boss)와 이를 추적하는 광역수사대 형사와의 뜨겁고 위험한 사랑이라는 소재만으로도 관객의 흥미를 끌고도 남을 재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 역할만 하던 손예진이 섹시한 소매치기 여자 보스로 변신하는 등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고 하여 처음부터 기대가 컸던 영화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러나, 영화의 초중반부까지는 백장미(손예진)의 섹시한 모습과 조대영 형사(김명민)의 액션 등이 어울리며 제법 흥미를 끄는 듯 하였지만,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는 영화 카피에서 전달하던 느낌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실제 영화내용이 예고편이나 광고 카피 등에서 기대했던 그 이상의 내용이거나 감동이 숨겨져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예고편이 그 영화의 전부이거나 그나마 예고편과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재미가 없다면 영화에 대한 실망은 크기 마련이다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면서 기대했던 것은 무방비도시라는 영화제목에서처럼 무언가 도시의 칙칙한 분위기와 아슬아슬한 사랑, 그리고 손에 땀을 지게 하는 범죄 액션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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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러나 영화가 중후반으로 진행되면서 소매치기 여자 보스와 이를 쫓는 경찰과의 위험한 사랑과 갈등, 그리고 잔인한 소매치기 세계에 대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지기보다는 이야기의 전개가 소매치기 엄마에 대한 증오와 자식에 대한 사랑이라는 신파 쪽으로 무게가 옮겨지고, 또 이를 반전(反轉)의 기회로 삼으려 함으로써 영화가 이상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소매치기는 숨소리마저 거짓이라든지, 시민의 지갑을 마음대로 훔칠 수 있고 또 여의치 않으면 손목을 잘라버릴 수도 있지만, 엄마와 자식의 관계는 자를라 해도 자를 수 없고 더더욱 훔칠 수는 없다는 메시지로 보기엔 지나친 감이 있다 하겠다. 

또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영화가 되려면 최소한 영화의 흐름에 있어서 연결고리가 맞아야 한다. 그 연결고리를 맞추기 위해 흔히들 조심스럽게 복선(伏線)을 설정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는 복선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관객이 뒤늦게나마 !!~ 그래서 그랬구나!!..”하며 치밀한 복선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1억 정도는 푼돈이라고 부하에게 말할 때는 언제이고, 면도날까지 씹어가며 다시는 작업하지 않겠다며 다짐한 강만옥(김해숙)에게 자신과 아들과의 관계를 들먹이며 조직을 살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만 결단을 내려달라는 작업이 수십억짜리 프로젝트도 아닌 고작 수천만원짜리 하루 푼돈 소매치기 하는 것을 반전(反轉)이라고 들이대면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 아니겠는가? 

영화는 물 흐르듯 유유히 흘러야 제 맛이지 이처럼 영화가 억지를 부리면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캐릭터의 실패라 할 수 있다. 일본과 국내를 무대로 하는 거대한 소매치기 집단의 여자 보스라면 뭇 남성을 압도하는 독사 같은 강한 카리스마가 필수적이여야 함에도 백장미의 캐릭터가 섹시 어필에는 성공했는지 몰라도 범죄 집단의 보스로는 약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물론,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에서의 청순함이나 작업의 정석에서의 귀엽고 앙증맞은 손예진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백장미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피도 눈물도 없어야 할 그녀가 소매치기 반대 조직의 두목 앞에서 반항다운 반항 한번 못하고 두려움에 떤다든지, 그를 죽인 후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를 보면서 백장미의 나약한 캐릭터에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그나마 인상적 장면이라면, 언제나 이웃 아줌마처럼 후덕한 김해숙의 변신이라 할 수 있다. 소매치기 전과 17범의 화려한 형기(刑期)를 마치고 출소하는 날, 백장미 앞에서 다시는 소매치기를 하지 않겠다며 면도날을 입에 넣어 씹어 뱉는 섬뜩한 장면이라든지, 경찰로부터 추격을 받다 당뇨로 인해 떨리는 손을 주체 못하고 쏟아지는 빗속에 떨어트린 각설탕()을 어쩌지 못해 당황해 하는 애절한 모습, 그리고 칼 맞은 자신의 몸을 챙기기 보다는 아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절규하는 비통함을 보면서,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어떠한가를 보는 것 같아 잠시 가슴 찡한 아픔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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