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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스스로 미스터리가 되고 만 영화, 궁녀(宮女)

by kangdante 2023.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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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궁녀눈 감고 귀 막고 말하지 말고, 못 본 척 못들은 척 모르는 척 하라는 왕의 여자 궁녀(宮女)들을 전면에 부각시켜 지금껏 시도하지 않았던 궁녀의 죽음에 대한 진실게임을 벌이는 미스터리 사극 스릴러라는 색다른 장르와 소재를 도입하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한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가 흥미로운 것은 그동안 사극영화의 주류를 이루었던 남성위주의 소재와 등장인물에서 벗어나 여성위주의 등장인물과 외부 세상과 단절된 궁중 여인들의 살아남기 위한 섬뜩한 암투, 그리고 허벅지에 금사(金絲)를 새겨 넣는 고통마저 감수해야하는 그녀들만의 생존게임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또한, 여러 사극에서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손톱에 바늘을 찔러 넣는 소름끼치는 손톱고문이라든지, 여자들만의 섬세한 심리묘사 등 새롭고 특이한 궁녀들의 내면을 그렸다는 점에서 한층 관객에게 흥미와 재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여성들의 섬세한 부분들을 연출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 영화가 여성감독(김미정)의 작품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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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후궁 희빈(윤세아)을 보필하는 궁녀 월령(서영희)이 어느 날 서까래에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되자 궁궐 안은 발칵 뒤집히고 감찰 상궁(김성령)은 이 사건으로 궁궐 안이 시끄러워 질 것이 두려워 자살로 마무리 할 것을 명령하는 것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자신의 아들을 희빈에게 건네준 월령은 대비와 중전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는 희빈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결국 자신의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는 것을 반대했던 대비(大妃)와 그 사실을 아는 궁녀들을 죽이면서, 자신은 원혼이 되어 아들을 원자(元子)로 책봉하는 소원을 이루게 되는 결말을 보게 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영화 궁녀는 이처럼 궁중의 여인네들을 전면에 내세우는 새로운 소재로 하여 초중반부까지 궁궐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아가는 억압된 궁녀들의 삭막한 삶과 욕망, 그리고 한 궁녀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미스터리 추리까지 곁들여 제법 긴장감과 함께 영화의 재미를 한층 고조시키는 듯하였다. 

그러나,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서 영화 궁녀는 스스로의 모순에 빠지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동안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미스터리 스릴로 고조되었던 긴장감이 원혼(冤魂)에 의한 살인으로 마무리하려는 암시를 보임으로써 영화 스스로가 방향을 잃은 듯한 느낌을 주는 옥의 티를 범하였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Daum영화

 

오히려, 궁녀의 죽음을 원혼에 의한 살인이라는 암시보다는 영화 혈의 누에서처럼 완벽한 반전(反轉)과 이유 있는 결말로 마무리하였다면 더욱 더 흥미로운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영화 초반 바람둥이 왕족 이형익(김남진)의 아이를 깊은 산속에 낙태시키는 천령(박진희)을 보여 줌으로써, 천령의 진실게임이 동료 궁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는 정의감보다는 자신의 분노를 이 사건에 개입시켜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 사건에 접근하는 듯한 인상을 주게 함으로써 미스터리 스릴러에서 원혼에 의한 공포 살인극이 될 수밖에 없는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든 결과가 되고 만 것이 아닐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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