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가끔은 우리 이웃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영화 제목에서 전해지는 느낌에서 보듯 한편으론 파격적 소재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결혼 3년차인 부부가 겪고 있는 권태기를, 지금의 배우자와는 서로 다른 성격의 남녀를 우연히 만나면서부터 겪게 되는 ‘지금’ 의 사랑과는 또 다른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인간의 사랑 감정에 대한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랑을 하게 되면 인간의 두뇌에는 네 가지 사랑호르몬이 분비되어 사랑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이들 사랑호르몬에는 지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도파민’과 열정적이고 감정적인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페닐에틸아민’, 그리고 사랑의 희열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엔도르핀’ 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육체적인 성욕을 느끼게 해주는 ‘옥시토신’ 이라는 사랑호르몬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페닐에틸아민’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열정적 사랑에 눈이 멀게 되고, 또한 상대방에 대한 분별력도 없어진다고 한다.
사랑의 감정이란 이와 같이 사랑호르몬이 분비되어 나타나는 신경전달 물질들의 조화로운 작용에 의해 생기게 되며, 이러한 조화로운 작용이 깨질 때 사랑의 감정도 사라진다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사랑호르몬이 분비되는 기간은 대개 18개월~30개월뿐이며 이 기간이 지나면 사랑의 감정은 대부분 사라지게 되지만, 또 다른 사랑을 느끼게 되는 이성(異性)이 나타나면 이 호르몬들이 다시 분비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사랑호르몬에 의해 사랑이 뜨겁게 왔다가 차갑게 가버린 대표적 영화로는 ‘봄날은 간다’를 들 수 있겠으며, TV드라마에서도 뜨겁게 사랑하다 차갑게 가버리는 사랑이야기를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두 커플은 모두 결혼 3년차이다. 시간이 아까워 점심마저 사무실에서 혼자 토스트로 해결하며 오직 일에만 몰두하는 건설회사 이사 박영준(이동건)과 감성이 풍부하여 애틋하고 뜨거운 사랑을 원하는 조명 디자이너 한소여(한채영) 부부, 그리고 다정다감한 호텔리어 정민재(박용우)와 여유롭고 풍요로운 생활을 꿈꾸지만 가난한 현실이 이를 허락하지 않아 불만인 매력적인 패션 컨설턴트 서유나(엄정화) 부부들이다.
이들은 서로 상반된 성격을 지닌 부부들이지만 겉으론 보기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부부들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린 첨이랑 똑 같아요. 한 번도 뜨거운 적이 없었거든요.” 라고 말하는 한소여, 그리고 “아직도 심장이 뛰어? 그럼 그건 심장병이야.” 라는 정민재의 대사에서 보듯 이들 부부 사이에는 일탈(逸脫)을 꿈꾸는 것은 아니지만 삶의 지루함과 함께 이미 사랑호르몬은 사라지고 사랑의 설렘 또한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무엇일까? “민재씨 만나는 동안 한 번도 내 것을 잃을까봐 두려워한 적이 없었어.. 근데, 민재씨는 두려운가봐.” 라는 한소여의 대사에서 보듯,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결국 가정으로 돌아가지만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올인 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마도 감독이 말하고자 하였던 것은,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라는 제목이 그러하듯 이 영화의 초점은 ‘지금’ 이라는 사랑의 감정이 있는 현재 시점이 아닐까 싶다.
따라서 이 영화는, ‘지금’ 현재는 뜨겁고 애틋한 이들 두 커플의 사랑도 지금이라는 현재를 떠난 3년 후에는, 아마도 지금의 현재 부부처럼 차갑고 지루한 부부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지금의 정민재 부부도 3년 전에는 지금의 연인들처럼 뜨겁고 애틋한 사랑을 하였던 연인들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그동안 각자의 배우자에게서 느껴 보지 못했던 서로 다른 매력에 빠져 사랑호르몬에 의한 설렘과 뜨거운 사랑만 있었지 “부부가 어디 사랑만으로 살아 갈 수 있겠는가?” 라는 부부간에는 또 다른 의미의 사랑이 있다는 화두를 간과한 것은 이 영화의 주제상 어쩔 수 없었겠지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만약에,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처럼 동시에 물에 빠진 두 여인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남자들이 각각 자신의 아내를 구해 왔다든지, 서로를 배신한 사실이 들어난 이들 커플들이 마지막 엔딩에서 곧바로 제각각의 사랑을 찾아갔다면 이 영화가 얼마나 단조로웠을까를 생각해봐도 그렇다.
사족(蛇足)
영화 속 서울과 홍콩의 배경이 유난히 세련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음악과 애틋한 감성적 사랑에 빠져, 행여 지루하고 삭막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에서처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홍콩 밀월여행을 꿈꾸도록 부추기는 것은 아니기를 바래본다.
특히, 이 영화에서는 가슴 떨리는 매력을 간직한 한채영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한 영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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