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무극(無極 The Promise)’은 중국 무협영화가 대부분 그러하듯 내용은 다소 허풍스럽고 황당하지만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판타지 장면과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한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무극’은 3년간의 제작기간과 7개월간의 촬영 그리고 5개월간의 편집으로 총 3천만 달러라는 거대한 제작비가 투입되었다고 하며, 1993년에 칸 국제영화제에서 ‘패왕별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세계적 거장 ‘첸 카이거(陳凱歌)’ 감독 작품이다.
이 영화는 특히 장동건(한국)ㆍ장백지(홍콩)ㆍ사나다 히로유(일본)ㆍ사정봉(홍콩)ㆍ유엽(중국) 등 한ㆍ중ㆍ일 3개국 톱스타들이 열연한 합작영화이기도 하다.
거대한 제작비와 호화 캐스팅을 자랑하는 블록버스터 대작 영화라는 홍보와 멋진 장면만을 모아놓은 예고편만 믿고 영화를 보게 된 사람이었다면 분명 실망하기 십상인 영화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영화 전편에 흐르는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색감과 강렬하고 아름다운 판타지 영상을 보노라면 본전은 뽑았다고도 할 만한 영화이기도 하다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대작 영화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블록버스터 영화는 볼거리는 풍부하지만 아무래도 영화 전반의 흐름이나 내용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칭청(장백지)은 실수로 물가에 빵조각을 떨어뜨리자 그녀 앞에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 절대미(絶對美)가 그녀의 운명이라 말한다.
패배를 모르는 쿠앙마 장군(사나다 히로유키)은 노예 중에 빛보다 빠른 발과 초인적인 힘을 지닌 쿤룬(장동건)을 발견하고 자신의 갑옷을 입게 하고 왕을 구하라 명령한다.
왕궁에 도착한 쿤룬은 절대미를 지닌 아름다운 왕비 칭청(장백지)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위협하고 있는 왕을 살해하고 지붕위에서 떨어지는 그녀를 안고 왕궁을 탈출한다.
영화 초반부에서는 어마어마한 소떼들의 질주와 빛보다 빠른 발을 가진 쿤룬(장동건)의 등장으로 쇼킹하고 황당한 내용이기는 해도 박진감 넘치는 역동적 화면으로 영화의 재미를 예약하는 것 같았지만 영화가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잃으면서 영화 전반의 흐름을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영화 도입부분에서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 “한 번 운명을 받아들이면 강물이 거슬러 올라가지 않듯이,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죽은 사람을 살려낼 수 없듯이, 절대 그 운명을 바꿀 수 없단다.”는 말이 무색하게 영화 종반부에서는 다시 그 운명의 여신이 나타나 “운명은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라고 말하는 결말이 당황스럽다.
그럼에도 눈부시게 아름다운 영상과 다채로운 의상, 그리고 풍부한 음악 등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이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시공간을 오가는 영화의 내용이라든가, 신비로운 색감과 화려하고 강렬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판타지의 세계로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노예라는 신분과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뛰어넘어 진실한 사랑을 이루려는 애절함이 묻어나는 장동건의 절제된 눈빛이라던가, 세 남녀의 엇갈린 사랑과 운명을 둘러싼 숨 막히는 대결, 그리고 과거와 현재, 현재와 미래를 넘나들며 신비롭고 환상적인 판타지를 아름다운 영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족(蛇足)
“너는 모든 남자들이 너를 사랑하게 되는 절대미(絶對美), 그리고 부와 명예 등 모든 것을 가지지만, 대신 넌 진정한 사랑을 얻을 수 없다. 그것이 너의 운명이다”
절대미(絶對美)를 지녔다는 칭청(장백지)은 군사들이 그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정도의 미녀라고 하고 있지만, 그녀에게서 그 어떤 신비로움이나 아름다움도 느낄 수가 없었던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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