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활옷 만개(滿開)’

 

서울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의 역사ㆍ문화의 정수 등

왕실문화의 다양한 문화유산 등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박물관이다.

 

국립고궁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지난 2023. 9. 15(금)부터 오는 2023. 12. 13(수)까지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 활옷 만개(滿開)’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활옷은 조선의 공주ㆍ옹주가 혼례에 갖추어 입었던 의례복으로,

진한 붉은 비단 위에 자수 등 장식이 더해져 우리 고유 복식의 전통을 이은 긴 겉옷이며

치마ㆍ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해 혼례복을 완성하는 역할을 한다.

 

조선왕실의 울타리를 넘어 점차 민간으로 퍼진 활옷에는 이제 갓 부부가 되는 모든 인연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축원하는 그들의 삶이 활짝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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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의 활옷, 1939년 미술수집가 벨라 매버리가 기증

 

 

‘활옷’이라는 명칭이 기록에 나타나는 것은 근대기부터지만,

붉은 비단에 각종 무늬가 한가득 수놓아진 여성 혼례복의 형태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왕실 여성 혼례복인 홍장삼(紅長衫)에 이른다고 한다.

 

홍장삼은 가장 귀한 붉은색인 대홍(大紅)으로 염색한 옷감에 백년해로(百年偕老)ㆍ다산(多産)ㆍ장수(長壽) 등

부부의 앞날을 축복하는 의미를 담은 다양한 무늬를 수놓아 정성스레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 소장 활옷,금박으로 장식되어 있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의 혼례에 착용하였던 홍장삼

 

조선왕실에서는 ‘길이가 긴 홍색 옷’이라는 뜻의 ‘홍장삼(紅長衫)’이라는 명칭으로 기록되어 있고,

널리 알려진 ‘활옷’은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온 용어로 근대 기록을 통해 확인된다.

 

조선왕실 혼례와 관련된 기록에서 등장하는 ‘대홍단자겹장삼(大紅段子裌長衫)’ㆍ‘직금 홍장삼(織金 紅長衫)’ㆍ

‘부금 홍장삼(付金 紅長衫)’ 등을 통해 조선 전기부터 혼례복으로 홍장삼, 즉 활옷을 착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독일인 수집가 움라우프가 수집한 것을 1899년 미국 필드박물관이 구입하여 소장한 활옷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관 소장 활옷

 

왕실의 혼례는 오례(五禮) 중 하나인 가례(嘉禮)에 속해 국가의례로 거행되었으며,

주인공의 위상에 따라 격에 차이를 두었다고 한다.

 

왕비나 왕세자빈이 육례(六禮)를 치렀다면 공주나 옹주의 혼례는 이보다 간소하게 사례(四禮)로 치렀으며,

가례청(嘉禮廳)을 설치하여 의례를 주관하고 관련 기록으로 가례등록(嘉禮謄錄)을 편찬하였다.

 

1927년 미국 브루클린 박물관에서 야마나카 상회를 통해 구입하여 소장하고 있는 활옷

 

 

동뢰연(同牢宴)은 혼례 절차 중 가장 핵심적인 의식으로 오늘날의 결혼식에 해당하며,

신랑 신부가 마주서 절을 주고받고 술을 나누어 마심으로써 부부의 연을 맺었다.

 

활옷은 공주가 동뢰연을 치를 때 착용하는 옷으로 공주의 혼례복을 대표하였으며,

진귀한 색과 현란한 장식으로 이루어져 조선왕실 의례복 가운데 가장 화려한 옷으로 꼽힌다고 한다.

 

1963년 창경궁에서 발견된 후 창덕궁에서 보관되었던 활옷

 

활옷은 소매가 넓은 장삼(長衫)의 형태를 띤 의례복이며 겉감의 붉은색은 가장 진한 홍색인 대홍(大紅)으로

이는 왕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귀한 색이었다.

 

자수나 금박 등 섬세한 기법을 활용한 장식은 활옷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며,

활옷의 장식은 보기에 아름답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부부의 미래를 축복하는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복온공주 혼례 때 사용한 방석

 

조선은 검박함을 숭상한 유교문화 영향으로 화려한 자수 복식을 금지했지만 혼례복인 활옷은 예외를 허락하였으며,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널리 착용하게 된 활옷은 근대에 이르기까지 대표적인 혼례복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신분보다 높은 예를 적용해 존귀한 예식임을 보이는 섭성(攝盛) 풍속에 따라

일반 백성도 혼례 때에는 궁중 혼례복을 입는 관습이 널리 퍼졌다고 한다.

 

혼례 때 신부의 얼굴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진주 부채

 

 

공주가 혼례를 치를 때 입었던 활옷은 조선의 공주라는 신분과 왕실 혼례라는 국가적 행사의 규모에 걸맞게

제작기법이 까다로운 옷 중 하나였다.

 

활옷을 만들 때는 여러 관청이 재료의 조달부터 제작과 공급까지의 과정을 세세히 분업하여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였으며,

궁중에서 직접 만들거나 중국에서 수입한 고급 직물을 사용하여 옷을 짓고 다양한 자수기법으로

복(福)을 담은 무늬를 수놓았으며 금박까지 더해 공들여 만들었다. 

 

대한제국의 황실 여성의 적의 그림

 

한 사람이 태어나 노년에 이를 때가지의 과정을 그린 회혼례, 평생도

 

옷이나 물품 등에 금박을 찍거나 자수를 놓을 때 사용한 나무판, 무늬판

 

옷이나 물품 등에 수놓을 때 사용한 종이본, 자수본

 

활옷에 자수를 놓을 때 사용한 본, 홍장삼 자수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