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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아름다운 검술(劍術)과 비극적 사랑 영화, 야연(夜宴)

by kangdante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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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야연(夜宴)’은 고대 중국의 거대하고 장엄한 황실 풍경과 주인공들의 화려한 의상, 느린 동작에서 느껴지는 섬뜩함과 함께 절제된 아름다움의 미학을 느끼게 하는 검술(劍術), 그리고 사랑 앞에선 그 어떤 권력도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는 비극적 사랑에 대한 영화이다. 

영화 야연은 우선 볼거리가 많은 영화이다. 화면 가득 담겨져 있는 고대 중국 특유의 장대하면서도 위엄이 있어 보이는 황실, 그리고 마치 한 폭의 수려한 동양화를 보는 듯한 화려하면서도 귀품이 넘치는 주인공들의 의상은 관객들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느린 동작에서 오는 섬뜩함과 함께 절제된 아름다움의 미학을 느끼게 하는 동()과 정()이 어우러진 검술(劍術)장면이라 할 수 있다. 영화 내내 서두름 없이 한 동작 한 동작을 아주 느리고 섬세하게 검술(劍術) 장면을 표현함으로서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섬뜩함과 애절함을 더욱 더 부각시키는 것 같다.

 

사진출처 : Daum영화

 

때는 서기 907, 당 제국이 쇠락해지자 반란군들이 사방에 나라를 세우는 510국의 대혼돈의 시대에 접어든 어느 날, 황제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황제의 동생 리(갈우)가 황위를 계승한다. 

사랑하는 완(장쯔이)이 아버지의 황비가 되자 궁궐을 떠나 은둔생활을 하며 시와 노래를 벗 삼아 살아가던 황태자 우 루안(다니엘 우)에게도 아버지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다. 

한편, 황제 리(갈우)는 우환을 없애기 위해 황태자 우 루안에게 끊임없이 자객을 보내지만, 결국 우 루안은 천신만고 끝에 황궁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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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Daum영화

 

황태자의 환궁을 막기 위해 황제가 보낸 자객과 은신처인 대나무 숲 속에서 벌이는 싸움에서 얼굴 사이로 물 흐르듯 스쳐 지나가는 검과 사람의 부드러운 놀림이라든지, 투구와 갑옷이 갈라지며 피를 내뿜는 장면에서는 섬뜩함과 동시에 중국 특유의 만만디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다리 위로 박차고 올라서며 황태자 암살에 실패한 근위대를 살해하는 장면 등에서는 한편으론 잔인하기 이를 데 없지만 느린 동작과 빠른 동작이 절묘하게 혼합한 검술의 멋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동()과 정()이 어우러진 검술의 절정은 황후 완의 처소에서 황태자 우와 함께 월녀검을 가지고 벌이는 한밤의 대결 장면이 압권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결투는 목숨을 건 싸움이 아니라 마치 두 연인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검무(劍舞)를 추는 듯한 착각을 느끼기까지 한다.

 

사진출처 : Daum영화

 

그럼에도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아무래도 권력무상과 비극적 사랑의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중국 중원의 510국의 혼돈시대를 배경으로 사랑과 권력을 위해서라면 부모형제마저도 죽여야 하는 끝없는 인간의 욕망과 순수한 사랑이란 결국 권력 앞에선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는 애처로움, 그리고 권력은 쟁취했지만 사랑을 얻지 못해 스스로 무너지는 마지막 선택 등에서 인간의 진정한 사랑과 욕망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아연은 사랑하는 사람의 아버지와 삼촌을 남편으로 맞아야 하는 황후 완의 참담한 사랑과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기 위해 형을 독살하고 권력을 얻었지만 그녀가 건넨 독주(毒酒)를 기꺼이 마시며 죽어가는 황제 리의 비통한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을 아버지에게 빼앗겨야 하는 황태자 우의 비극적 사랑 등 덧없는 인간의 사랑과 욕망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을 쟁취하기 위해 형인 황제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지만, 막상 그녀가 그에게 건낸 것은 독주(毒酒)였다. 사랑하는 사람이 주는 것이라면 아무리 독주라 해도 내가 어찌 네가 준 잔을 거절하겠냐며 죽음을 마다하지 않는 사랑이 과연 얼마나 지독한 사랑일까.

 

사진출처 : Daum영화

 

이러한 극단적 사랑표현은 내 관심은 오직 이 왕국뿐이었지, 이렇게 당신을 얻게 되니 왕국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소.“ 라든지, 그리고 황후가 황제를 독살하기 위해 전갈 독을 사러 갔을 때 전갈 독보다 더 강한 독은 없느냐 물었을 때 세상에서 가장 강한 독은 사람의 마음" 이라는 노인의 대사에서 이미 예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야연의 하이라이트는 510국의 혼돈시대답게 최후의 승자가 아무도 없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아연(夜宴)에서의 마지막 반전이 아닐까 한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2% 모자람을 느끼게 하는 것은 인물들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이다. 

형을 독살하면서까지 황제자리를 찬탈한 완이 뜬금없이 황후를 위해서라면 왕국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그녀가 건넨 독주를 알면서도 거침없이 마신다든지, 황태자 우의 사랑도 황후와 칭 뉘(저우쉰) 사이에서 오락가락 하며, 황후 완 역시 진정한 사랑이 누구인지를 헤아릴 수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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