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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

로또 복권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막장 블랙코미디 영화, 아네모네

by kangdante 202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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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네모네는 로또 복권 당첨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실게임의 막장 블랙코미디 영화이며, 애들이 보면 안 되는 동화 속 이야기를 빌린 배신의 꽃에 대한 영화이다. 

인생역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로또 복권 당첨을 소재를 한 영화는 우리 영화 육사오라든지 킬 미 이프 유 캔등이 있었지만,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된 사람들이 오히려 가정파탄과 당첨금 탕진으로 인해 이전보다 삶이 더 불행해졌다는 뉴스도 자주 듣는 것 같다. 

영화 아네모네는 손녀가 아네모네동화책을 들고 와 할머니에게 읽어 달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하며, ‘애들이 보면 안 되는 동화’ ‘배신의 꽃 아네모네동화책 제목에서 보듯 동화책에서 이미 배신에 대한 이야기를 암시하는 것 같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동화작가를 꿈꾸었던 용자(정이랑)는 대리기사와 식당일을 하며 닥치는 대로 악착같이 일하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남편 성진(박성진)은 근심걱정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백수이다. 

로또 복권 당첨만이 오직 삶의 희망이며 기적과도 같은 마법의 선물이라며 간절히 기도하며 살아가는 그녀에게 어느 날, 드디어 꿈속에서 로또 번호를 계시 받게 되자 남편에게 번호를 알려주며 로또복권을 사놓으라고 한다. 

그날따라 유독 피곤한 식당일에 식당주인에게 몸이 아파 조퇴하겠다고 간청했지만 끝내 거절 당한 그 순간, TV에서 들려오는 복권당첨 번호에 용자는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어찌할 바를 모른다. 

갑과 을의 인간관계는 인간의 역사와 함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나 존재하여 왔지만, 그 대상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한다. 을이 갑보다 더 큰 권력을 가지게 되면 을이 갑이 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며 갑과 을의 관계는 바뀐다. 자신이 계시 받은 번호가 1등에 당첨된 것을 안 그녀는 그동안 비굴하였던 을의 자세는 온데간데없고 식당 주인에게 당당하게 소리치며 주먹 한방 날리고 용자는 식당을 떠난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집에 돌아온 용자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딸을 부둥켜안고 성진에게 사라고 했던 복권을 가져오라고 하지만, 어이없게도 남편은 깜빡하고 복권을 사지 않았다고 한다. 로또를 구입하지 못했다는 남편의 말에 용자는 절규하며 당황스러워 하면서 복권을 가져오라고 다시 한 번 다그치지만 남편은 끝끝내 로또를 사지 못했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복권구입 사실을 밝혀야 하고 그 복권을 인수해야 하는 용자의 입장과 어떤 수를 쓰더라도 복권구입 사실을 부정하고 그 복권을 감춰야 하는 성진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두 사람의 밀고 당기는 갈등은 요즘 정치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사와 피고인의 싸움을 연상케 한다. 

재판을 지켜보는 국민이나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야 범죄사실 여부나 복권 구입 여부에 대해 속 시원하게 진실대로 고백하고 그에 따른 처벌을 받는다든지, 복권 당첨금으로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으면 좋겠지만 당사자들 입장에서는 생사가 걸린 사안 같아 보이며, 이로 인해 로또 당첨이 불러오는 가족의 파탄과 배신의 서막이 시작되는 것이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용자는 이제 강온(强穩) 전략을 병행하며 마지막 몸부림으로 회유하기 위해 그날 저녁 잠자고 있는 남편의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 버리고, 다음날 아침에는 내 팔자에 로또는 무슨 로또하면서 자조하며 남편에게 머리카락을 자른 것을 사죄한다. 

계속되는 회유에도 먹혀들지 않자 용자는 수면제가 든 과일우유를 남편에게 갈아 먹인 뒤 쓰러진 남편을 발가벗기고 손발을 묶어 방안에 감금하고, 번개탄을 피우고 함께 죽자고 위협하면서 도망자가 된 수배자 오빠와 친정엄마까지 동원하여 남편과의 사생결단이 시작된다. 

TV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계속 보게 된다는 말이 있지만, 이 영화 또한 종반부로 갈수록 막장에 막장을 더하는 영화이지만 로또 복권 구매에 대한 궁금증 때문에 마지막까지 보게 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진출처 : Daum 영화

 

보편적으로 볼만한 영화라면, 상영시간 2시간 여 동안 손에 땀을 지게 하는 스릴 영화라든지 숨 막히는 액션 영화이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살포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감동적이고 따듯한 영화라든지, 아니면 괜스레 눈가에 눈물이 맺혀지는 애잔하고 애틋한 영화 등이 있다.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고 감동적인 영화가 아니어도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공감이라도 느낄 수 있는 영화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이 영화처럼 뒷끝이 개운치 않은 막장 영화는 보는 시간조차 아까운 영화이기도 하다. 

얼마 전 영화 페이크 러브에서 동성애자(同性愛子)를 소재로 한 영화를 소개한 적이 있었지만, 이 영화의 종반부에는 느닷없는 동성애자가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그 동성애자와 또 다른 동성애자와의 관계가 들통 나는 등 그야말로 갈 때까지 간 막장 영화라 할 수 있다. 

영화 아네모네는 러닝타임 74분의 짧은 저예산 독립영화 수준이지만, 영화 중반부까지는 그나마 로또당첨 여부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복권 당첨에 따른 부부간의 갈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으나, 종반부에 느닷없이 동성애자까지 등장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지나침은 모자람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제대로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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